그날의 우리는 오늘과 같을 수 있을까
모브닝의 <그날의 우리는 오늘과 같을 수 있을까>는 내가 즐겨 듣는 노래 중 하나다.
모든 가사가 곳곳이 와닿고 주옥같지만,
“너도 알잖아 온종일 빛나는 우리의 하루가 언제까지나 오늘과 같이 두근거릴 수만은 없다는 거”
이 구절은 마치 나의 퀘벡시티 여행을 대변하는 구절처럼 들린다.
다시 와도 이번만큼 즐길 자신이 없을 만큼, 정말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시간이 끝나고, 다시 평범한 내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괜히 더 서글프게 느껴졌다.
혼자 마무리했다면 너무나도 울적했을 여행 막바지에, 딱 맞는 그 타이밍에 친구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의 빡세고 즐거운 3일간의 동행이자 극기훈련이 시작되었다.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퀘벡 12일 차.
오전 11시쯤, 캘거리에서 친구 부부가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놓고 집 근처 빵집에서 빵과 커피를 사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아무 계획도 없었던 우리는 빵을 먹으며 어디로 갈지 의논했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기도 하니 푸틴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내가 첫날에 갔던 올드퀘벡 가는 길에 있던 그 푸틴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초콜릿 가게에 들러 초콜릿과 마카롱을 샀다.
밥을 먹으러 가면서 먹을 걸 사는 게 뭔가 웃기고 재미있었다. 빵을 먹은 덕분에 배가 막 고프지는 않아서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걸어 식당에 도착했다. 이번 주 주말 동안 근처에서 애니메이션 이벤트가 열리나 보다. 코스튬을을 한 사람들이 길거리에 식당에 많았다. 여럿이 여행하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시킬 수 있어서 좋다. 간단히 푸틴을 먹고 올드퀘벡으로 향했다.
오늘은 저녁 6시에 식당을 예약해 두기도 했고, 첫날이기도 해서 대충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극성수기 토요일이라 사람에 치여 천천히 둘러보긴 좀 어려웠기도 하다. 거의 인파에 밀려서 끌려다니는 수준이었다.
“사람 너무 많은데 오늘 어디 어디 볼지 대충 답사처럼 보고, 내일 새벽부터 오는 게 어때?”
다행히 친구들도 나만큼 붐비는 걸 싫어해서 내일 아침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근처를 대충 둘러보며 커피 한잔을 또 마셨다.
단풍이 예쁜 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필카를 꺼냈다. 사진을 찍는 순간, 카메라가 꺼져버렸다. 액정도 나갈걸 보니 배터리가 완전히 닳은 것 같았다. 근데 하필… 렌즈가 밖으로 나온 상태로 멈춰버렸다. 그때부터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하게도 온 신경이 카메라에 쏠려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오래된 카메라라 렌즈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도 모르는지 보이는 마트마다 들어갔지만 카메라에 맞는 건전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 카메라 배터리는 다음날 결국 엄청난 멍청 비용을 유발한다)
어제까진 손이 시릴정도로 추웠는데, 오늘은 또 더웠다. 코드까지 다 챙겨 나갔는데, 한낮엔 반팔을 입어도 될 날씨였다. 밤비행기를 8시간가량 타고 온 친구부부도 갑자기 더운 날씨에 걷다 보니 조금 지쳐 보였다. 사실 나와 비교할 수도 없는 체력의 그들인데, 비행기 이동 덕에 오늘은 좀 비빌만한 체력이 되었다.
친구가 가고 싶다던 노트르담 대성당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예배를 보고 있었다. 성당 가득 초 냄새가 났다. 뭔가 따뜻하고 좋았다. 엄마와 예전에 유럽여행을 갔을 때, 엄마는 성당마다 들러서 초를 켜고 기도를 했다. 괜스레 그때 생각이 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상점에 가서 앉아있는 모습이 귀여운 오리 기념품도 샀다. 이름은 “퀘뷁”이다. 여성스러운 편이 절대 아닌데, 가끔 이런 걸 살 때가 있다.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취향이다.
우리는 6시 딱 맞춰 식당에 도착했다. 인당 50불짜리 추천 메뉴들이 나오는 코스를 시켰다. 양도 많고 퀄리티도 좋은 음식들이 나왔다. 순간 “이게 50불이 맞나? 우리가 잘못들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디저트는 추가로 시켜야 했는데 또 내가… 시켜버렸다. 친구들은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내게 뭐라고 하진 않았다. 착하다. 속으로 욕을 했을 수도.. 근데 다행히도 디저트가 진짜 맛있었다. 사실 다른 음식들도 다 좋았는데, 디저트가 진짜 맛있었다. 맛없었으면 미안할뻔했는데 조금 당당해질 수 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식당을 나오니 차가운 공기가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다.
아까 그 더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일 기상시간은 5시 45분.
우린 서둘러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살짝 답사만 한 건데 21,840 보나 걸었다. 총 13.5KM
그리고 오늘이 3일 중 가장 적게 걸은 날이다.
이 날의 기록을 적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답사 의미로 목적지에 가려고 서둘러서 친구들이 충분히 구석구석을 못 본 건 아닐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든다.
초콜릿가게
https://maps.app.goo.gl/UnXuo4UcWrcncoh86
저녁 먹은 식당
https://maps.app.goo.gl/D5yb6WCeydkj8Bc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