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기훈련의 꽃은 짚라인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3일간 46KM, 7만 4 천보 퀘벡시티 극기훈련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캐나다의 땡스기빙데이이기도 하다.
오늘은 열 시 반에 미리 예약해 둔 le hobbit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2025년 미슐랭 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같이 여행하는 친구가 알아보기도 했고, 다른 토론토 친구가 추천해주기도 한 식당이다. 음식 맛이 정갈하고 깔끔했다. 레몬에이드가 정말 맛있었다. 각 메뉴가 재료 본연의 맛이 잘 나면서 서로 조화롭게 어울렸다. 사실 브런치를 잘 먹으러 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내가 먹은 게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모르겠다.
먹고 나서 친구들이 빠진 디저트 가게에서 디저트(에끌레르 외 다수)를 좀 사고, 건너편에 Cantook 커피에 갔다. 검색해 봤을 때 해당 커피숍이 외부 음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사갔는데, 안내판도 없고 막상 뜯으려니 다들 주저주저했다. 결국 그냥 내가 꺼내서 먹었는데, 나중에 더 찾아보니 외부음식이 가능한 곳이 맞았다. 커피맛은 괜찮았는데, 놀라운 편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며 조금 쉬다가 몽포랑시 폭포를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10분 뒤쯤 근처 주차장 도착이었다. 쌀쌀하기도 해서 그 앞에 초콜릿 가게에 들어갔다가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미니사이즈 초콜릿맛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고 나왔다.
눈뜨자마자 브런치, 커피, 디저트, 그리고 작고 소중한 아이스크림까지.
소화도 시킬 겸 몽포랑시 폭포 아래쪽에서 위로 슬슬 올라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소를 잘못 찍어서 폭포 위쪽으로 가버렸다. 휴일 오후라 사람이 적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많지도 않았다. 폭포 위에 있는 다리를 지나 건너편으로 이동을 했다. 짚라인을 타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런 건 100불은 하겠지? 뭐 사진도 팔고 그러면 더 비쌀 거야.”
우리는 어느새 다리 끝에 다다랐다. 다리 끝에는 공원과 화장실이 위치해 있었다. 그리고 짚라인을 타는 곳도 있었다. 호기심에 가격이나 한번 보자며 짚라인 타는 곳으로 가보았다.
가격은 인당 32불이었다.
우린 계속 100불 가까이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갑자기 가격이 엄청 싸다고 느껴졌다. 폭포 위 다리를 건너면서도 무서워서 손잡이를 잡으며 건넜지만, 짚라인은 티브이에서 볼 때 해 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가격을 보니 갑자기 너무 하고 싶어졌다. 다행히 친구 두 명 다 하고 싶다고 해서 앉아서 조금 쉬며 아까 산 디저트를 먹고 하기로 했다.
우리는 짚라인을 등록하고 짐을 락커에 맡겼다. 관광지 답지 않게 락커가 무료였다. 안전모를 쓰고, 장비를 착용했다. 안전모가 자꾸 내 눈썹을 이마 끝까지 올리는 거 같았다. 자꾸 눈을 치켜올리니 눈이 너무 시릴 지경이었다. 알고 보니 뒤로 묶은 머리가 안전모 안에서 당겨져서 그런 거였다. 어쨌든 타기 전에 제대로 착용했더니 편안해졌다.
친구와 나란히 짚라인을 탔다. 진짜 너무 짜릿하고 신났다. 올해 최고의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소리를 지르며 폭포를 건너다 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10년을 알았는데, 처음 보는 순도 200프로의 해맑은 웃음으로 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 장면이 슬로모션처럼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 잊히지 않는다.
따로 영상이나 사진을 팔지는 않고, 무료로 짚라인 타는 영상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영상이었지만, 이 정도면 혜자다.
도파민 가득한 채로 장비를 반납하고, 공원에서 잠시 엎어져서 쉬었다. 사람도 별로 없고 햇살도 따뜻해서 쉬기 좋았다.
친구 둘은 계단으로 폭포를 내려갔고, 나는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앞에 중년의 외국인 네 명이 시야를 다 가린 채로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풍경을 등지고 있었다. 그럴 거면 그냥 뒤에 타던가, 그 짧은 시간이 너무 돈이 아깝고 짜증이 확 몰려왔다.
폭포 아래에서 튀는 물과 햇빛이 만나 무지개빛으로 반짝였다. 하지만 그 사람들 때문에 뭘 찍을 수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너무 아쉽다.
오늘 저녁은 도깨비언덕에서 석양을 볼 생각이었다. 우린 우버를 타고 다시 올드퀘벡에 도착했다. 조금 출출해진 우리는 일몰까지 시간도 조금 남았겠다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다. 올드퀘벡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 있던 파란 간판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관광지 한복판에 있는 식당이라서 사실 별 기대는 없이 들어갔다.
야경을 본 후 어니언 수프와 푸틴을 먹으러 갈 생각이어서 우린 간단하게 아란치니, 파스타, 연어타르타르를 시켰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괜찮았고, 서비스도 좋았다.
어느새 일몰시간이 가까워졌다. 우린 푸니쿨라라는 올드퀘벡의 어퍼 타운과 로어 타운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 같은 것을 탔다. 현금으로 인당 6불이었는데, 한번 정도 타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어느새 주변이 몽환적인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추위를 대비해 경량패딩도 챙겨 왔다. 추워지기 전에 코트 안에 패딩을 껴입었다. 따뜻하게 입었더니, 마음도 뭔가 든든해졌다. 우린 테라스를 지나 도깨비 언덕에 도착했다. 해가 지는 방향 때문인지 석양은 레비스에서 바라보는 게 훨씬 아름다웠다.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기념품도 좀 볼 겸, 우린 쁘띠 샹 플랭 거리 쪽으로 다시 내려왔다. 테라스에선 색소폰 버스킹 연주가 한참이었다. 뭔가 퀘벡시티에서 마지막 밤에 버스킹 연주가 거리를 온 통 채우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거리로 내려가는 길에 찍은 단풍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보통 단풍 사진을 낮에 많이 찍었지, 밤에 찍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상점은 거의 문을 닫았지만, 쁘띠 샹 플랭 거리는 여전히 예뻤다.
2016년 1월, 눈이 내리는 겨울밤에 이 거리에 우연히 왔던 기억이 난다. 내 인생 첫 퀘벡시티여행을 룸메 언니와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온 적이 있다. 그때 1층 에어비앤비에 묵던 아저씨를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그냥 궁금한 마음에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아주 예쁜 거리가 있다고 해서 따라왔던 곳이 바로 이 쁘띠 샹 플랭 거리이다. 그땐 도깨비가 방영하기 전이어서 빨간문의 존재도 몰랐는데, 우연히 그 앞에서 찍은 사진을 며칠 전에 찾아서 신기했다.
우린 어니언수프를 먹기 위해 다시 숙소 쪽으로 이동을 했다. 한참 사람이 많은 시간이라 손님이 많은데 일하는 사람은 딱 두 명뿐이었다. 주문하고 한 30분은 기다린 것 같다. 그래도 쌀쌀했는데, 따뜻한 수프를 먹고 나니 배가 살짝 불러왔다. 식당을 떠나며 우버로 푸틴을 주문했다. 소시지가 올라간 푸틴이었는데 위에 그레이비가 아닌 칠리가 올라갔다. 치즈는 어제 먹은 곳보다 괜찮았다.
내일은 토론토로 돌아가는 날이다. 부른 배를 소화시키며, 다시 짐을 쌌다.
오늘은 덜 걸으려고 케이블카도 타고 노력했는데 이만 이천보 엔딩이다.
오늘 본 야경이 예뻐서 힘이 나서 더 걸었던 것 같다.
이렇게 3일간 46KM, 7만 4 천보 친구들과의 퀘벡시티 극기훈련이 끝이 났다.
그리고 나의 15일간의 퀘벡시티도 끝이 나고 있다.
그저 아쉽기만한 마음을 달래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퀘벡의 마지막 밤은 조용하게, 그리고 이상할 만큼 배부르게 끝났다.
브런치
https://maps.app.goo.gl/jDUgmte6jjVPgfjY8
아이스크림 산 곳
https://maps.app.goo.gl/uSLwL1MmkLfjMJYt7
칸툭 카페
https://maps.app.goo.gl/8tiNDobnX8AWyWeF9
저녁
https://maps.app.goo.gl/LJrriq1DT5RbwKMJ7
어니언수프
https://maps.app.goo.gl/3kno5wSbefV1v14D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