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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스 Jan 16. 2019

#인간관계에 대한 단상

-연애에 대한 말들1


어느 순간부턴가 사람을 볼 때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다.

그저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으로 나누어 볼 뿐이었다.

이유없이 누군갈 싫어하고, 그 사람이 옆에 오기만 해도 스트레스 받아하던 때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피곤해져버렸다.

겉으로 보이기엔 두루두루 잘 지내는 듯 하면서 타인을 관찰하고, 흥미로워 하는 데 그쳤다.

관조자.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관조만 하였다.

어찌 보면 누군가를 싫어할 때보다 사람을 덜 열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가끔 괴로워질 때도 있지만.


타인을 관찰할 때 가장 흥미롭게 보는 부분은 '말'이다.

언뜻 언뜻 흘리는 말은 사람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을 보여준다.

물론 '말'만 듣고 모든 걸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때 그 때 상황이 있고, 그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그럼에도, 늘상 반복되는 말과 행동은 그것이 기저에 깔린 '진심'임을 말해준다.



#연애에 대한 단상


1. 배려


"애인이랑 잘 지내?"


이 말에 자주 듣는 답변있다.

꼭 체감 상 5명 중에 한 명쯤은 이런 대답을 했다.


"내가 다 맞춰줘야지."


아직까지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 반응은 늘 한결같다.

오오오. 멋지다. 사랑꾼이다. 대단하다. 등등

그럼에도 그 말이 멋있어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맞춰 줘야지, 라는 말에는 무언가를 해주다, 즉 내가 남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맞추다'는 말은 사실 '서로' 라는 단어도 함께 잘 어울릴 만큼 사실은 쌍방향적인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맞추는 행위를 '혼자' '타인에게' '베푼다' 고 말하는 것.

결국 화자가 말하고 싶은 바는 '상대방은 나에게 맞춰주지 않지만 내가 전부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람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나를 배려해주고 있지 않다'는 부분일까, 아니면 '나는 내 연애에서 상대방을 전부 배려하고 있다'는 부분일까.

전자는 차라리 낫다.

그들은 차라리 타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 점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앞 뒤 맥락 상 자신의 연인을 힐난하는 말을 꼭 끼어두기 때문에 굳이 헷갈리지 않는다.

(청자 또한 함께 비난할 것인지 아니면 화자를 비난할 것인지 선택하여 행동하면 된다.)


반면 후자는 다르다.

후자의 생각 저편에는 상대방에 대한 우월 의식이 숨겨져 있다.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인간 관계에서 한 사람만이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는 없다.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게 인간 관계이며, 만일 한 사람만 배려한다면 그것은 상호작용이 아닌 희생이며, 그 관계는 썩어 문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이 희생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되는 경우는 - 물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 희생하는 한 명이 본인이 희생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이 아니라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희생을 하는 그 힘든 상황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

이런 감정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논외로 치겠다.

뭐, 사람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기간이 다르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그 순간에 감정에 집중한다면 그 사람은 희생을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연하게도, 본인이 배려한다고 말하고 다니지 않는다.

배려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내가 모든 걸 맞주어 준다"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에게 집중해보자.

이 사람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맞추어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으니 남들에게라도 "생색"내고 다니는 것이다.

(애인에게도 생색을 내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그건 본인만이 알 것.)


거기다 맞추어 '준다" 라는 말에는 시혜적인 의미 또한 내포되어 있다.

어찌되었든 자신이 상대방에게 자신의 노력을 기울여서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결국 자신이 상대방보다 더 베푸는 입장이고, 그것을 넘어서서 더 우월한 - 더 어른이고, 더 배려심이 넘치는 등등 - 입장이라는 무의식을 드러낸다.


인간 관계에서 호의를 베푸는 정도에 따라 권력 관계가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일방적인 호의 관계는, 처음부터 호의를 받는 사람에게 권력이 기울어져 있거나, 아니면 서서히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기울어 가는 경우가 많다.

일방적인 호의를 당연시 하는 사람은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호구 취급하면서 권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닌 경우에는 호의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축이 되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 입장에서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내가 이 친구한테 이 만큼이나 해주는데. 이거 정도 바라서도 안 되나.

이런 식으로.

(물론 많은 경우일 뿐이고 일반화할 수 없다는 점은 언제나 중요하다.)


종합하자면,

"내가 다 맞추어 줘야지"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 대단히 생색내고 있으며,

높은 확률로 본인이 '맞추어 주는' 행위에 대해 보상을 바라다가,

종래에는 혼자서 그 관계에 지치고, 연인 관계를 끝맺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사람만 지치는 걸까?

정말 그 사람의 애인은 그 사람에게 최소한의 배려도 한 적이 없을까?

상대방도 그런 기색을 못 느끼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생각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뭐....

그런 관계가 좋다면야, 뜯어 말리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속 가능한, 건강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 배려하고, 서로 배려하는 걸 인식하고, 서로 고마워하는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까, 싶은.


"내가 다 맞춰줘야지."


이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 친한 사람들에 한해서 - 늘 한 마디씩 한다.


"그런 게 어디있어. 둘 다 맞춰 가는 거지."


입에 바른 소리일 수도 있고, 듣기 싫은 소리일 지도 모르겠지만.

내 지인과 지인의 애인이 그래도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말이라는 걸 언젠간 그들도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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