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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스 Sep 04. 2020

90년생이 온다고요?

왜 90년생만 와요...?

작년에 첫 직장에 들어온 신입사원 A 씨.

떨리는 마음으로 마주한 첫 팀장님이 A 씨의 이력서를 보고 있다.

"A 씨, 90년대생이네? 90년대생은 뭐 좀 다르다며~ 우리 회사에도 이제 90년생이 온 거네?"


하하.

실없이 웃으면서 그저 네, 맞습니다, 를 반복했지만 내심 불편하다.

대체 팀장님 머릿속에서 정의된 90년대생이 뭐길래.


작년 한 해 동안 직장에 다니는 90년대생이라면 몇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다.

"누구누구는 90년대생이라~~"

라는 말들.

대체 무슨 말들을 하고 싶은 건지.


그렇게 90년대생, 90년대생 운운하는 사람들 중 정작 화제의(?)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읽어본 이는 몇이나 될까 싶다.

필자는 90년대 초반에 태어났고, 마찬가지로 "90년생이 온다"는 읽어본 바가 없다.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이 이미 사회생활을 오랜 기간 한 어른들에게는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의미였다는 점은 이해하나, 굳이 "나"를, 그리고 나의 "세대"를 규정짓는 책을 읽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작년 한 해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저 "90년대생"이라는 워딩이 꼬리표처럼 달라붙어 참 불편했다.




필자가 다니는 회사에서 한동안 직책자 대상으로 "팀원에 대한 이해" 교육을 실행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회사 특성상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직원들이 많고, 팀장과 팀원 간 세대 차이 등이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인재개발팀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였다.

교육을 다녀온 팀장님의 한 마디.

"너네를 대할 때는 뭐도 하면 안 되고, 저런 말도 하면 안 되고... 그렇던데?"



대체 왜 우리만 그럴까?

새로운 세대라고 하면 늘 있어왔을 텐데.

10년 전에는 80년대생이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했을 거고, 그보다 더 전에는 70년대생이, 60년대생이 사회에 들어왔을 텐데, 대체 왜 90년대생만 난리인 건지.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그 이전의 10년보다 더 빠르게, 많은 것이 바뀌었던 것 같다.

10대 초반, 가정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한참 네X버나 다X 등 포털 사이트가 성장했으며, 버X버디가 유행했다.

초등학교 교실마다 커다란 데스크톱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하더니,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인가, 중학생 때쯤인가, 커다란 TV가 생겼다.

고등학교 땐 이 TV가 천장에 매달린 아주 얇은 TV로 변신하기도 했다.

화려한 폴더폰과 슬라이드 폰들이 출시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스마트폰이 나오더니, 스무 살 때는 대부분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첫 스마트폰은 이게 사용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불편했는데 어느새 핸드폰이라는 용어는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아이폰과 갤럭시 양대 산맥으로 그 다양했던 기종들이 통일(?)되었다.

SNS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각종 플랫폼이 범람하며 이제는 플랫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현대인이 되었다.

TV는 없어도 괜찮지만 스마트폰,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 없이는 도저히 못살게 된 것이다.


이렇게 빠른 변화 속에서 사실 필자조차도 90년대 후반부에 태어난 분들과는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그들과 살아온 환경과 우리가 살아온 환경 사이엔 큰 차이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독 90년생을 콕 집어 특정 지은 건 그 탓일까?

그들의 세상이 유독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세대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 다르다.

같은 나이에 같은 학교를 나오더라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천차만별인데, 하물며 다른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어떨까?


짧은 생각이지만 추측해보자면,

그동안은 새로운 사람이 기존의 집단 문화에 무조건 맞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가 사회 전체의 합의였으며, 신입사원도, 부장님도, 사장님도 그게 당연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집단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모난 정이고, 그를 깎아내리면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점차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다.

민주주의나, 정의나, 그런 무거운 개념과 상관없이,

일괄적이고 획일적인 것은 트렌디하지 못한 문화로 전락하였다.

그에 비해 예측 불가능하고 다양한,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트렌드로 떠올랐다.


원래대로라면 신입사원의 성향 따위 기업의 문화라는 이름으로 묵살(?)해버렸을 텐데,

이제는 그런 게 트렌드가 아니란다.

그래서 억지로, 주입식으로라도 이해하라고 회사에서 가르치기 시작했고,

그게 90년생이었다.


남을 이해하는 건 어렵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하물며 남에 대해선 잘 알까.

사실은 타인을 이해하고 아는 것보다, 타인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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