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럴 수도 있지.
청소년부 교회 수련회가 시작되는 날이다. 교회 학생부에 잘 적응하고 있는 2호, 3호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섰지만, 교회 생활이 선뜻 내키지 않는 1호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저녁 집회부터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후 일정이 끝나는 대로 아이를 따로 태워 동탄에서 당진으로 향했다. 1호 큰딸이 교회 생활도 무리 없이 해나가고, 수련회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예배 중에 은혜받게 되는 것은 내가 간절히 바라는 바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과 관계와 상황은 어른들의 기대와 다를 수 있다. 나는 주님의 타이밍을 신뢰한다. 언제든 나의 계획을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결론은, 1시간 반 걸려 도착한 수련회장에서 30분도 안 되어 방향을 틀었다. 마음이 힘들다고 하는 아이와 작은방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이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남편은 더 좋은 시간을 보내자며 우리를 다독였고, 나도 수련회에 대한 아쉬움이나, 염려와 같은 마음 하나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우리 부부의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이기도 했다.)
부모마다 자녀를 향한 기준과 이상향이 있고, 본인들의 생각에 옳은 대로 상황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생각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 것이 자녀 양육. 불안한 부모는 부모 대로, 혼란스러운 아이는 아이대로 헤매고 때론 갈등하며 부딪힌다. 그러나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모는 많은 걸 내려놓게 되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는 것! 그것을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배운다.
유퀴즈에 나온 강하늘 편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전에 출연했던 프랑스인 출연자가 ‘Life is beautiful’을 말하며 삶에 대한 가치관, 긍정적인 자세를 말한 적이 있었는데, 강하늘도 그 방송을 보며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고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 건강함, 삶을 바라보는 밝은 시선은 강하늘을 지탱하는 내적 에너지의 큰 축이다.
‘모든 게 좋지!’
‘삶은 충분히 아름다워!’
‘저게 좋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게 오히려 더 잘됐어. 오히려 더 좋아.’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나 역시도 추구하는 바다. 아이와 방향을 틀어 도착한 책방에서 오랜만에 셋이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완전체 5명이 모여야 온전히 행복할 줄 알았는데, 셋은 이곳에, 둘은 저곳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좋았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예상과 다르기도 한) 인생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책방에 와서 라떼를 맛있게 한잔 마시고, (저녁을 이미 먹었지만) 동네 회 맛집에서 모둠회를 시켜서 배불리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미니 노래방 기계로 두 시간 정도 노래를 불렀는데 이전 같으면 소질이 없어 듣기만 하던 나도 대여섯 곡 열심히 참여했다. 내가 노래를 소녀처럼 부른다고 하는 큰 아이의 칭찬과, 이번에 당신이 노래를 많이 불러 기분이 좋다는 남편의 한마디에 큭! 웃음이 나왔다. 자정이 넘었지만, 책방에 와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너무 배불러서 바로 잘 수가 없었다) 수련회에 가지 못했지만, 식사 전의 평온한 기도와 책방에 흐르는 찬양의 선율, 우리의 만족스러운 마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된 것도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였기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