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곧게 뻗은 식물을 좋아한다. 얇은 가지와 잎이 달린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안정감을 느낀다. 자라나야 할 곳이 위쪽이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 같아선가? 앙상한 외모가 나와 닮아선가? 자유분방하게 뻗은 가지보다 꼿꼿하게 뻗은 가지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을 배우던 때엔 자연물은 조금 대충 그려도 괜찮았다. 정해진 모양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를 그려도 다 다른 모양인데 곧게 뻗은 식물들은 왠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빳빳하게 자란다. 어쩌면 사람이 만들어낸 가짜일까?
같은 모양을 한 나무들은 이질적인 걸까? 자연스러운 걸까? 그저 자로 잰 듯 반듯해 보이는 그 모습이 반항적이라고 생각했다. 자유분방하게 자라는 가지와 나무들에게 우리도 올곧게 자랄 수 있다는 반항 같다. 우리 세계에서 반항의 표본은 자유분방함인데, 그들의 세계에서는 곧은 모습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