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것들을 사랑하려고

by 하이서울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비가 오는 날씨를 싫어하던 때도 있었다.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바지며 신발이며 온갖 옷가지가 축축하게 젖는 불쾌함 때문에 비를 싫어하기만 했다. 그런 모든 것들을 초월하고 비 오는 것, 정확하게는 그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운명적인 사랑, 첫눈에 반함, 일종의 그런 순간이었다. 혼자가 아닌 둘이었다. 첫 만남에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비 오는 거리를 걸었다. 어두운 밤거리가 둘만을 위한 것 같았다.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가끔은 비가 오기를 기다린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보다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싶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텅 빈 땅에 채워지는 백색소음이 귀를 즐겁게 한다. 비가 오는 풍경을 창밖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매끈해진 풍경들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일상의 소음으로부터 한껏 침울하고도 편안한 상태가 된다.


무언가를 아무렇지 않게 좋아하는 순간의 대부분은 그것을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와 있을 때다. 사랑을 통해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이 세상의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것들이 나에게 남아 나를 가득 메울 때가 좋다. 다음번 내리는 비에는 다른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걷자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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