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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ㅡ앎을 삶으로 만드는실험
2020.05.12 코로나만큼 무서운 노잼
비폭력대화(nvc)를 삶으로 살아내기-3화
by
유하나
Dec 30. 2020
1. 뉴스 특보
이태원 발 코로나 슈퍼 전파자가
병실 침대에 누워있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곧 기자회견이 예정되어있다.
며칠 새 그는
자신을 향한 비난 세례에 시공간을 잊었으며
단번에 죽기 직전까지 늙어버린 느낌이다.
기자의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그의 입술에는 십여 개의 마이크가 들이대 진다.
"하실 말씀이 있나요?"
대한민국이 침묵하며 그의 입술을 노려본다.
'저 새끼가 무슨 변명을 하는지 보자고!'
그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쉰 후
기다렸다는 듯이 거침없이 외친다.
'' 난 재미가 중요했어!
당신들도 다 재미 쫒고 살지 않아?!
이 위선자들 같으니라고!!''
눈을 부릅뜨고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본다.
다시 한번 말한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이.
'' 내 욕구는!
당신들의 안전만큼 중요했다고!''
그의 예상치 못한 말에
병실은
소리 없는 경악으로 가득 찬다.
2. 코로나만큼 무서운 '노잼'
2020년 5월 1일은 올림픽 우승이라도 한 날 같았다.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
비로소! 우리가 안전을 획득한 것 같은.
바로 그런 날이었던 것이다.
입국자 빼고 국내 확진자수가 연일 0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태원 발 코로나가
이 승승장구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
처음 그의 동선이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그의 기똥찬 기동력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잠도 안 자고 2박 3일을 돌아다닌 것이 확인된 후,
이 체력이 뻗치는 청년에게 중장년과 노년층은 묘한 질투까지 느꼈다
.
그가 만들었다는 정신없는 동선을 보며,
뜬금없게도
나는
그의 내면에 있는
폭발할 듯 생동하는 욕구 에너지를 느꼈다.
얼마나 재밌었으면 잠도 안 자고 전국을 종횡무진 찍고 다녔을까?
얼마나 신이 났으면?
얼마나. 얼마나.
자유로운 움직임이 좋았으면?
얼마나. 얼마나.
사람(여자?)들과의 만남이 좋았으면?
얼마나 술이 좋았으면?
춤이 좋았으면?
음악이 좋았으면?
누가 나에게 2박 3일 동안
잠은 자면 절대 안 되고
그가 갔던 곳들을 다 들려서 도장을 받아오라고 시킨다면 그것은 말 그대로 '가혹한 고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왜?
재밌으니까!
그렇다.
사람은 재미가 있으면 잠 정도는 미룰 수 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남편이 그렇다.
남편은 주말 내내 몸이 으슬하다며 쉬어야겠다고 누워있다가도
대학교 동창들이 보낸 '스크린 한겜?'이라는 톡을 받으면
황급히 컨디션이 회복된다.
나는 그 톡이 왔다는 걸 '촉'으로 알 수 있는데,
늘어져있는 그의 몸 전체에
순간 화색이 돌고
설거지를 하는 그의 손길이 눈에 띄게 경쾌하고 부지런해지기 때문이다.
애들을 다 재운 10시나 11시에 시작하여
애아빠들이 모여서 2시까지 스크린 골프를 친다.
밤 12시에 왕십리까지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그의 신남에 나도 신이 난다.
우리 인생에 '재미'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는 그의 욕구를 존중하게 되고,
그 욕구를 풀기 위해 선택한 방법을 기꺼이 수용한다.
(술은 안 마시니까! 하며 관대 해지는 것이다)
나는 어떤가?
며칠 전 뉴욕. 스페인. 대전에 있는 대학교 동창 친구들과 화상통화를 하기로 했다.
한국 시각으로 밤 12시.
누구에게는 심야고 누구에게는 이른 새벽시간일 그 시각에 우리는 모두 '모이자! 를 외쳤다.
밤 10시쯤 준이를 재우는데
좀 있다가 놀 생각에 마음이 너무 설렜다.
분명 무척 피곤했는데
애가 잠드는 순간!
커피 원샷한 줄 알았다.
강력한 엔도르핀의 힘을 경험했다.
우리는 그날 밤 새벽 2시까지 미친 수다를 떨었다.
더 할 수도 있었는데..
뉴욕 친구가 재택근무를 시작해야 해서 아쉬웠다.
하나도 안 졸렸다.
한편,
시아버님.
나도 왕년에 이태원 슈퍼 전파자처럼
클럽 좀 가보셨다~ 주장하는 시아버님도
70대가 되셔서는
당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재미를 추구하신다.
밥 먹는 시간과 자는 시간. 핸드폰 보는 시간 빼고
게이트볼 연습을 하시는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추우나 더우나 시어머님이 말리든 말든 게이트볼장에 가신다.
재밌어서이다.
시어머님은 요리와 드라마로 재미를 쫓고.
네 살 준이는 세상 온갖 것이 재밌지만
특히 요즘은 엄마 말 반대로 해보기와
이불에 오줌 일부러 싸서 엄마가 비명을 지르는 것 이 특히 재밌다.
가끔 밥 먹으라며 수저 들고 쫒아오는 엄마한테 도망 다니며
의자 밑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도 깨소금맛이다.
나는 요즘
책 읽기와 글쓰기에 묻혀 살고,
nvc를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다.
나도 엄마 말 안 듣기가 재밌을 때가 있었고
클럽이 재밌을 때가 있었고
드라마나 영화가 재밌을 때가 있었고
앞으로 게이트볼이 재밌을 날도 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모두에게 '노잼'은
코로나만큼 무섭다.
'잼'은
코로나 극복만큼 간절하다.
3. 욕구는 동등하게 중요하다?
비폭력대화(nvc)에서
욕구는 보편적(universal)이라고 배웠다.
인간이라면 모두 '재미'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재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명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욕구들은
'동등하게' 중요하단다
.
예를 들어, '안전'과 '재미'가 둘 다 중요하단다.
안전이 재미보다 우월한 욕구가 아니다.
어라?
여기서부터.
좀 불편하다.
이 명제에 따르면
이태원 전파자의 재미는
나의 안전의 욕구가 중요한 것처럼 중요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 명제에 따르면
나를 한껏 열 받게 하는
준이의 재미의 욕구는
나의 엄마로서의 효능감만큼 중요하다.
(이것도 허용하고 싶지 않다!)
아..
소화 안돼.
차라리 난
이렇게 짜증을 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지금 코로나 앞에서 재미 찾을 때냐?!!!!"
"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지금 이게 재밌어!?"
그런데 잠시 멈춤! 을 하고
내 삶에도 '재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떠올려보면,
욕구 차원에서는 이들이 이해가 안 될 것이 없다.
나야말로
재미가 있으면 밤을 새워서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나는 그와 같은 날, 같은 곳에 있었다.
클럽은 체력이 안돼서 못 갔고
홍천 비발디파크 D동에 갔던 것이다.
다음날 뉴스를 보고
처음엔 경악했고
이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극도로 조심했었기에 동선은 전혀 겹치지 않았다.
시댁 가족들과 콘도에서 100% 집밥을 먹고 있었다.
그가 바베큐장을 활보할 그 시각에.
우리는 어머님의 두 번째 야심작!
손수 가락시장에서 떼온 고기로 만든 양념불고기를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
(어머님은 그분의 평소 소원대로
불고기로!
자신도 모르게!
온 가족을 구원한 것이다!
Hooray!)
4. 둘 다의 욕구를 만족시킬 때까지
다시 한번,
이태원 슈퍼 전파자의 재미는
우리의 안전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도
그의 재미만큼이나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니, 코로나 시대에는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를 느낄 이전과는 '다른' 수단과 방법을 적극 찾아야 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한쪽도
욕구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둘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찾을 때까지 계속 대화하는 것'
이것이 nvc다.
그래서 오늘도 한번 혼자 상대 없는 역할극을 해본다.
(관찰-느낌-욕구-부탁으로)
'' 네가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이틀 안에 여섯 곳이 넘는 곳을 다니며
마스크 쓰지 않은 것을 봤을 때(관찰)
나는 너무 화가 났고 두려웠어.
좌절도 됐어.(느낌)
왜냐면 나에게는 너무나 너무나
코로나로부터의 '안전'이 중요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너의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걸 기억했으면 해. 협조해줘. 도와줘..
나는 모두 협력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이전처럼 사람도 만나고 아이들이 학교도 가는, 그런 일상을 되찾고 싶었어.(욕구)
내 말을 들으니 어때?(연결 부탁)
또는
네가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면서 너의 재미를 쫒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겠니?(행동 부탁)''
아..
기가 지니가 말하는 것 같은
이 어색함은 어쩔
^
^
5. 쓰담쓰담
나는 사실 그를 비난하고 싶다.
국내 확진자 0명인 청정상태에서
확진자 수십 명을 전국에 만든 것 같은 그를 비난해버리고 싶다.
그는 비난받아 마땅한 것만 같다
!
나는 두 달을 집콕했는데!
네가 이 모든 걸 망쳐!?
이렇게
비난의 마음이 올라오는 걸 알아챈다.
비난은 가장 쉽다.
너무 쉽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걸 꼽으라면
나는 비난과 불평이라고 말하겠다.
그리고
이 마음을 그냥 그대로 인정하고 두면서.
동시에
그의 '재미'의 욕구 자체는
나의 욕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재차 떠올려본다.
그러고 있노라면
100프로 비난 일색이었던 마음에
그를 향한 연민이
살그머니 머리를 디미는 것이다.
그 안에 나 있고,
내 안에 그 있다.
요즘...
사람들이 마음 놓고 그를 비난하고
있다.
안 그래도 우울하고 누구라도 때리고 싶었는데
'너 잘 만났다!' 하며 죽자 사자 달려드는 꼴이다.
그는
안 그래도 비쩍 메말라있는 사람들의 심령에
불씨를 붙았다.
삽시간에 들불처럼 분노가 번진다.
분노와 비난이
'자신의 좌절된 욕구의 비극적 표현' 임을 떠올릴 때
나에게는 그것이 남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자신들을 향한 절규로 들린다.
당신들의 그 절규가
나에게도 있네요.
이번에도
내 안에 당신 있고,
당신 안에 나있다.
하지만 나는 애써.
연민이 주는 '작지만 강력한' 힘으로
그를 향해 시켜 올리려던 둘째 손가락을
나에게로 돌려본다.
그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안으로 펴서
나를 가만히 쓰담 쓰담해준다.
'많이 애썼지.
다른 모든 욕구를 접어두고
안전에 온 신경이 곤두섰잖아.
너는 영육혼이 안전하고 싶었고, 일상을 회복하고 싶었지
.
무엇보다 너도 진~~~짜 재밌고 싶었지
.
걔도 재밌고 싶었데
.
.
방법이 좀 안전하지 않아서 그렇지. '
삿대질과
쓰담쓰담의 에너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하나는 경직시키고
다른 하나는 이완하고 풀어낸다.
쓰담쓰담...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생존법은
내 손가락 하나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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