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나 Dec 19. 2021

교실 수면 탐구 생활

서평 비스므리

1. 20자평


사랑하면 그리게 되고,
그리면 사랑하게 된다.


어쩌다 보니

자는 아이들을 그리게 된

고등학교 국어교사의 그림책






2.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초임 발령을 받아 중학교에 갔더니

보모+경찰관+문서작업이 반.



실제 뭔가를 가르치는 일은 20% 정도?

그것도 애들 집중력이 20분을 못가.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조금 봐주는 정도.  


뭐야 이건.


삶이 해석이 안돼서 몇 년 하고 그만둘라 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나.


어쩌다 저쩌다 고등학교에 갔더니

몇 개 역할은 졸업하게 되어

아. 그래.. 여긴 있을만하군... 싶었다.



의 극혐은

부모랑 담임이 자기 얘기하는 것이기에

보모 역할 졸업.

앗싸~~




고딩의 범죄는

일단 크게 저지르는 애들은 학교를 잘 안 나오고

(학교는 시시해서 사회로 진출함...)


조무래기 범죄도

중학교 때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전범죄에 가깝게 저지르는 통

교사의 귀까지 사건이 들어오는 경우는 극소수.


리하여 어찌어찌 경찰관 역할도 거의 졸업.







근데 새롭게 생겨난 역할이 있네?


그건 바로 '수면 관찰자'





3. 면 15분 전 일지


!

몸과 마음을 가만히 있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면


!

움직였으면 한다.



'좀 일찍 오면 안 되니.' 


이런 얼굴로 담임들이 교실문에 서있기 일쑤.


교실 문에 도착할 즈음엔

거의 대부분의 애들이 숨이 턱까지 차있다.



조회 15분 전에 20%가 오고

10분 전에 또 20%가.

5분 전에 또 20%가.

1분 전에 40%가 온다.


우르르~~~~~~~~


얘들아.

매일 하는 일이잖니.

아마추어처럼 이래~



선생님은 돈 받잖아요.




 며칠 전 직접 들은 말이다.


'어라? 요것이?'

했는데

생각할수록 논리가 있네.


요즘 애들의 말은 묘하게 기분 나쁜데

조리가 있어.


그렇긴 하지.

돈 받으면 안 늦지. 

 

벌써 세상 이치의 핵심을 아는구나!




4. 본격 수면 관찰일지


학교가 학생한테 돈을 안 줘서 그런지 어쩐지



0교시.

책상 위에 쓰러진 너.


그래.

직립해서 학교를 온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




1교시.

앞머리에

핑크빛 구르마를 끼워 넣고 곤히 든 너.


오자마자 앗긴 핸드폰 대신

금단현상을 달래 아이패드를

껴안고 자는 너.



딥.

딥.

딥슬립.





2교시

1교시 쉬는 시간은 가뿐히 패스.


매번 쉴 필요 있나요.


역시 융통성 넘치는 요즘애들.


쉬는 시간과 수업시간의 경계를 넘나들

깊은 수면을 즐기는 너.


그동안 교체되는 교사.




3교시

이제야 쪼끔 간밤과 아침의 피로가 풀다.


꾸물꾸물 꿈틀꿈틀 댄다.


얕은 수면을 즐기는 너.


얕으면 얕은 대로 애매한 맛이 있긴 하지.


이제 슬슬 일어나 밥 먹으러 가려는 거지?




점심시간

쟤가 살아는 있었구나!


생존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밥을 저렇게 퍼먹는 걸 보니

 확인하고 싶던 마음이 민망 정도다.

 

먹는 양과 속도를 보니

건강상태'매우 양호'한 것으로.






4교시 

배가 차니

분이 오시는구나.


오는 분을 막지 않

예의 바른 너.





5교시

롱 패딩은 수면용.

휘감고 자면 오리털 이불.


너희 엄마는 이불을 사준 거야!!!



알면서도 내 새끼 따숩게 입히고파 사입 부모들의 눈물을

교실의 더럽고 따뜻한 공기에 취하여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자는 너.

 



6교시

가장 많은 애들이 깨있는 시간.


니가 더 자면 인간이냐 




7교시 

인간맞기에 더 이상 잠도 안 오고

그런데 동시에...

마음도 떴다.



'도 잤고 밥도 먹었고 친구도 만났으니

이제 집에 가고 싶어요!!!'라고 

온몸으로 절규하는 너.


[주의]

7교시에 눈치 없이 1초라도 늦게 끝내면

30명이 보내는 살의 찬 눈빛을 맛볼 수 있음.








5.  각을 배운다.



누가 졸거나 잠자는 모습을

이렇게 오래.

 지속적으로. 보는 직업이 얼마나 있을까?


나쁘지 않다.


부캐는 인간 관찰자이니.


하지만 지금껏 자는 아이들을 보는 내 시선은

측은하

애통하거나.


둘 중 하나.



학교에서 자고

학원에서 깨어있는 아이들.


낮동안의 황금간에

아까운 청춘의 시간을

졸업장 받으려고 학교에 발만 겨우 걸치고 있는 것 같서.


게임, 유튜브, 카톡에 밤새 종노릇 하느라

낮에 눈을 뜰 수 없는 아이들.


뭐 이렇게 봤는데,




저자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무심  듯 시크하게.


너는 너의 삶이 있겠지



덤덤히 린다.


자는 아이들을 그리고,

그리다 보니 정이 든다.


대단한 목표나 애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란다.


가지고 있는 그림 실력으로는

멈춰 있는 물체만 그릴 수 있어서 시작한 일이라니


시작터 담백하군.


읽다 보면 겸손해진다.

 

내 생각이

내 시선이

아주 개인적이라는 것.

여러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이 참 기쁘다.


자유롭다.




6. 책 속. 기억하고 싶은 말


너도 망했고 나도 망했고,
우린 다 망했다.
요즘 10대의 지배적인 정서라고 한다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근데 그 일리와는 별개로 참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건,
아무리 이생망 고딩이더라도 그들은 절대.
직장도 있고 결혼도 했고 차도 있고 집도 있는 '기성세대'를 부러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 p82














매거진의 이전글 40세에 은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