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하나 Dec 10. 2021

40세에 은퇴하다

서평 비스무리


1. 요즘 개인적으로 꽂힌 단어가 있으니

'40세'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40대가 시작되거든.


30대는...

별점 5개!


끝나는 마당에 후하게 주자고~~


20대가 한여름의 태풍처럼 정신없이 지나갔다면

30대는 20대에 비해심해처럼 깊고 넓었다.


결혼 5년 만에 아이를 낳았고

그 후 2년이 안되어

말기암으로 6개월 만에 엄마가 죽었다.


생명의 탄생과 생의 소멸을 호되게 맛봤다.


40대는 어떤 맛일까.


조금 설렌다.


그러고 보니, 나이에 별스럽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전형적인 코리안 같으니라고!


전형적인 코리안인 나는

출판사의 뻔하디 뻔한 '나이 마케팅'에

알고도 홀라당 넘어가 어느새 두 손에 이 책을 들고 있다.



2.

이 책은

'40세' 곱하기 '은퇴' 얘기를 한다.


40세에 은퇴라니!


제목 참 잘 뽑았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저자는

오랜 기러기 생활과 직장생활에 지쳐 충동적으로 퇴사를 하고 만다.


그 후 아내와 아이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손가락을 빨며 아내와 두 아이와 사는 이야기.


아니지.

살아지는 이야기.


돈 안 벌도 살아져서 어찌어찌 자기도 놀라는 이야기.



후루룩 재밌게 읽었다.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현대판 실험 버전이라고나 할까.


스마트폰도 없고  (돈 아껴야 하니까)

TV도 없고  (돈 아껴야 하니까)

전자레인지도 없고  (돈 아껴야 하니까)

생일도 없고 (돈 아껴야 하니까)

크리스마스도 없고  (돈 아껴야 하니까)

머리는 집에서 깎고  (돈 아껴야 하니까)

비누는 만들어 쓰고  (돈 아껴야 하니까)

인터넷, 커피, 고기, 영양제, 술도 끊어본 이야기.  (돈 아껴야 하니까)


그런데 끊어 본 많은 것들을 통해

더 소중한 것을 얻은 이야기.



출근을 하지 않아서 남아도는 시간에
집안일은 직접 하고
느리게 살면서
소비를 극도로 줄이면 된다.

숨만 쉬면서
최소한으로 먹고살되
가족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다. p90




그런데..

집안일 직접 하라는 저 문구...에 컼...걸리네.

집안일하기 싫어서... 은퇴는 못하겠다.


사실 나는 은퇴하고 싶지는 않다.


'일하는 맛'이 있지 않나?

 

일할 때

쫄리고 땡기고 아드레날린 확 몰리는 그런 맛이 확실히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은퇴는 말고

하루에 4시간만 일하고 싶다.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롤모델들이 있다.

  

사실 '40세에 은퇴'하려면 

용기가 정말 많이 있든지

심하게 번 아웃되어서 일을 도저히 못할 정도가 되든지

뭔가 극단적이라면


4시간만 일하는 것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고문)'을 준다.


4시간만 일해도 가능하게 삶이 돌아간다

어떤 일도 재밌게 할 수 있을 .


나머지 20시간이 후투루 마투루이니.


희희낙락!


여유만만!


아니그러하겠나?



http://aladin.kr/p/zNym0





쓰다 보니 어째 다른 책을 추천하고 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흠~ 흠~~! 원래 책으로 돌아가서.





3.  속의 명대사 1위부터 4위!



1위. 



어리고 귀여웠을 때를 그리워하지 않고
항상 현재의 모습을 가장 좋아하기로 했다. p230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저자의 결단.

 

고등학교 학생을 둔 학부모님들의 핸드폰에 아이 사진을 종종 보았다.

자녀(특히 아들!) 아기 때 사진을 그렇게 보고 또 보신다.


인간이 아니무니다의 아우라를 뿜어내는 사춘기 내 새끼를 보여

과연 내가 낳았던 귀엽디 귀여웠던 그 새끼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부모로서 계속 사랑하기 위해

정신줄을 부여잡으려는 눈물의 시도다.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그래서 더욱 가슴을 울린다.


항상 너의 현재 모습을 가장 사랑할게.






2위.

집에서 놀면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논다는 사실을 완벽하게 받아들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p27




나중에 놀게 되면 꼭 이 대사를 떠올릴 거야.

뭐든지 받아들이는 것이 관건.







3위.

만화 미생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났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p71



딱히 따놓은 기술이라고는 없는

40대 동양인이 맨몸으로 미국 간 소감.


며칠 후면 40대 동양인이 될 거라 그런지 예사롭게 들리지 않네.





4위.


 인정 욕구도 서로가 충족해줬다.

밖으로 나가서 사회로부터 인정을 구걸할 필요가 없도록 말이다.

예를 들면 나는 커리어도 없고 직업도 없는 가장이지만,
외부 능력의 관점에서 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설거지를 하고 고장 난 우물 펌프를 고치는 아빠라는 걸 인정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p8




어..?

왜 눈물이 찔끔 나지.


인정은 밖에서만 오는줄 알고  

집 밖을 좀비처럼 떠돌아다니는 우리네가 떠올라서.





4. 20자 평으로 급히 마무리

 

'40세에 은퇴하다'는


그렇게 못살고 '안' 살 거지만

상상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


상상이 일상에 거는 제동이 분명 있을 것이기에

제동의 정도만큼 가치있는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더우면 벗으면 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