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가 바꿔놓은 일상 1
진정한 여행은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내 삶을 바꿔놓는다.
- Vegabonding(여행의 기술)-
다은.
오늘은 런던 너희 집으로의 여행이
어떻게 한국에서의 나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는지
나누려고 해.
어제 토요일에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준이와 요리를 했어.
난 된장국과 카레를 하려고
감자. 당근. 양파 등등의 야채를 썰고 있었지.
근데 옆에 오더니
자기도 칼을 써보고 싶다는 거야.
그래서
조심하라고 아주 귀에 못이 박히게 말하면서
처음으로 하게 허락해 줬어.
양파를 썰때 눈이 따가울 수도 있다고 하며
물안경을 써볼래? 했는데
그 비주얼에 다 같이 깔깔깔 웃고..
요리가 너무 재밌다고
매일 요리하면 안 되냐고 하길래
그럼 주말마다 1-2개씩 해보자고 했어.
내일은 팬케이크에 도전해 보기로 했지!
이 순간이 참 행복하더라.
그리고 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넌 영국 물가가 너무 비싸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면
집밥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짜 선택권이 없어서 하는 거라고
한숨 쉬며 말했지만
넌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것이다!'라는
엄청나게 멋진 선택을 하고 있고
너의 그 할 수 없는 선택이
나에게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모르지?
엄마와 부엌에 같이 있는 그 시간이
너희 아이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시간인지...
제삼자인 내 눈에는 보이더라고.
그곳에
학원이라는 건 없으니
오후 늦게쯤이면
일곱 살, 열 살 너의 두 아들이
네 옆에 옹기종기 모여 마늘도 까고 음식에 대해 이것저것 묻곤 했지.
그곳 김밥이 너무 비싸고 맛도 없다 해서
우리 같이 모여 김밥을 쌌잖아.
물론 아이 3명의 '맞춤형 김밥 제조 체험'으로 인해
우리 영혼은 탈탈 털렸지만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해하던지!
그리고 나에게 너희 둘째는 매일매일
"우리 엄마 요리사죠?
이모도 한국 가서 해보고 싶죠?"
라고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곤 했지.
게다가 너희 애들은
브로콜리, 생당근, 방울토마토 같이 건강한 식품들을
너~무 잘 먹더라고.

덕분에 우리 준이도 덩달아 거기서
못 먹던 채소를 몇 종류나 더 먹게 됐잖아!!
그뿐이 아니라
애들이 갖고 있던 건강식에 대한 인식도
웬만한 한국 성인들보다 높아 보였어.
넌, 아이들이 저녁을 기다리며 엄청 배고파할 때
그때 야채를 줘보라고 조언해 줬잖아.
나 여기 와서 두 번이나 실천해 봤고
결과는 대성공이었어!
진짜 잘 안 먹던 것도 그때는 먹더라.
한국에서는 배달문화가 너무 만연한 데다
편의점이 널려있어서
애들이 집에서 요리를 하는 부모 옆에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법에 대해 배울 기회가
갈수록 없어지고 있거든.
너희 집을 다녀와서
내 아이와 요리를 도대체 언제 해봤는지 떠올려봤는데
기억도 안 나는 거야.
최근 1년 반은
요리는커녕
내 식사도 챙겨 먹지 못할 만큼
시간을 쪼개 썼거든.
그러던 차에
이번 주에
'공부보다 공부그릇(심정섭)'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가정해서 해야 할 진짜 교육으로
아이에게
10가지 건강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하기
가 나오더라?
여~~ 러 가지로 좋다고.
특히나 요즘엔 자연 속에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놀기 힘드니
그 대체물로 손으로 요리를 하면
두뇌와 정서 등등에 좋다나??
난 그 필요성에 대해
격하게 공감했어!
거기에 더해서
양육의 목표가 자립이라고 할 때
자립이라는 건 일단
건강한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하는 거 아니겠어?
다은.
진정한 여행은
일상을 바꾼다는데
한 달 살기를 다녀와서
내 일상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좀 더 요리하고
건강한 음식에 대해 좀 더 가족과 이야기하고
주중에 혼자 있을 때는
치열하게 논문을 쓰더라도
토요일, 일요일만큼은 좀 더 가족과 부엌에서 머물려 해.
가사 노동이 아니라
가족 놀이 개념으로.
이 모든 시간이
얼마나 유한할지
오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어.
아이가 나와 요리할 날들은
소름 끼치게 짧더라.
금방 없어질 행복을 누린 오늘이었어.
된장국이 너무 맛있어서
셋다 두 그릇씩 먹었다!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