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
내가 해외에 한 달 살기 할! 때! 마! 다!!
느끼는 게 있어.
대화가 끊기지 않는 집에 대한 것인데..
남아공 한 달 살기에서는
전기가 수시로 끊기고
인터넷이 느리니까
할 수 없이
밤마다 테이블에 모여
토론과 춤과 노래와 음식과 이야기가 흘러넘쳤지.
공부도
학원이 없으니
밤에는 도서관 책상같이 큰 책상에 모여서
촛불켰다가 전기켰다가 해야했어
진짜 온갖 현대 정신병이 다 나을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
브리즈번에서의 친구집은
평일 저녁은 부부중심 시간이 확실하더라고.
애들은 밥 먹고 다른 공간에 가서 놀고 있으면
부부가 먹고 TV 보면서 대화를 많이 하던데
우리나라 자식 중심 문화가
어떻게 다른지 깊이 느낄 기회가 되었어.
이번에 런던 너희 집에서도
궁금한 게 무한증폭하는 네 아이 둘의 이야기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그런데
우리 집 준이는 말을 잘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모든 대답이
'몰라'
'그냥'
'배고파'
이고.
남편은 바빠서
일단 주중에 저녁을 1-2번 만 같이 먹을 수 있는데
MBTI 유형 중에
I 유형이면서 동굴파(집에 오면 본인의 동굴에 자길 내버려 둘 때 아내의 사랑을 느낌)라
말 없는 남자 둘과
대화가 끊이지 않는 가정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늘 궁금했었어.
근데,
어제부터 우리 집에 신문이 왔거든?
오..!

근데 생각지 못한 변화!
우리 사이에
대화가 너무나 풍성해지는 거야..!!
일어나자마자
준이와 스포츠 면을 보면서
할 얘기가 무한해지더라고?
남편이 밤 10시 반쯤 들어왔는데도
신문을 보면서
우리가 다음 휴가 때 어디로 놀러 갈지 얘기하게 되더라고?
일단.
신문을 시킨 이유는
여기저기서 문해력 키우기 좋다고는 했고
애가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궁둥이가 전혀 아니니...(스포츠를 자기 본업으로 아는 애라서)
이게 오면 좀 읽을까.. 하고 시켜본 거지.
첨엔,
한겨레와 조선일보 2개를 같이 보며
비교토론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가.
다은. 네가
그건... '어렵지 않겠어?'
라고 해서 정신 차렸지.

그러던 중
이 사이트에 가입하면
중앙일보를 공짜로 1년 준다고 해서
원대한 계획 따위와
정치색 따위와
비판적 리터러시 향상 목표 따위는
돈의 힘 앞에
안개처럼 사라짐.
사실 신청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었어.
거의 3주 전에 런던에서 시킨 건데
이게 이제 오더라고?
(무료니까 바로 용서됨)
아래는 오늘 아침에
준이랑 사진 구경한 거야.
"엄마. 김정일 왜 이렇게 뚱뚱해?
할머니가 그러는데
곧 죽는데.
성인병 걸려서.
10년 안에 죽지 않을까?"
...
"안 죽을 것 같은데.
온갖 의료진이 달라붙겠지"
어젯밤 10시 30분에 온 남편한테 물었지.
신문이 식탁에 펼쳐져 있었거든.
"진짜 주애에게 4대 세습이 될까?"
남편 왈
"아들을 숨겨놨다는 설이 있어.
김정은도 중학교 나이 때까지인가 다른 나라에 살았어~"
(여러 가시 시나리오에 대해 셋이 이야기함)
그리고 준이는
무기들을 자세히 보고.
우리가 좋아하는 은마상가 뒤에 아파트가
이렇게 될 예정이다. 얘기도 하고
"엄마.
사정권이 뭐야?"
오늘 나에게 세습, 사정권, 혈통,... 등등의 단어를 물어봄.
난 구두수선 공에서 감정이입되어
슬픈 마음으로 아래 기사를 읽고 있었는데
"엄마.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다 뺐을 거야?"
"꼭 그렇지는 않지.
일자리가 새로 계속 생기겠지.
예를 들어 사람들 한 명 한 명 어떤 로봇이 필요한지 추천해 주는 사람 같은 거?"
(이런 대화... 거의 없었어서 감격스러움 ㅠ.ㅠ.
무료 신문아!
네가 보배다!!)
남편이 아래 기사보고
우리 집 로봇 청소기 괜찮냐고 묻고.
지나칠 수 없는 스포츠 면.
난 크루즈 여행.
이걸 하염없이 보고.
특히 남미/남극 크루즈 너무 당기는데.
다은.
너희 집 둘째가 나에게
1일 1 크루즈 여행 후기를 들려줬잖아.
완전히 세뇌되어서.
나 꿈의 여행 크루즈...
한 번 타보고 싶어 졌는데
남편이 자긴 답답해서 싫다고
어제 단칼에 잘랐어.
ㅠ.ㅠ.
앗..근데
지금보니
430만원이 아니라
4300만원이었네?
장난해?
셋이 가면 1억3천?

나 고민할 필요도 없는걸 왜 고민한거니..
나 어제
지중해갈까
남극갈까 머리털 잡고 고민하며 즐거운 상상~

암튼..
우리 집에 우연히 쏘아 올려진 '신문'이
가족 대화를 풍성하게 해 주기 시작했어.
너희 집 두 아이는
원래 호기심 폭발이니
신문까지 오면
호기심 쓰나미겠어~~
한국 와서 꼭 한번 주문해 보길 바라.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준이는
스포츠 면을 딱
1분 보더니
저기 유아의자-포수석
저기 책 - 타자석
을 향해
아침루틴 (소프트볼 던지기)를 시작했어.
그리고 나는 1면 광고에 나온
'차별금지법' 찬성과 반대에 대해
공을 던지고 있는 준이와 이야기를 나눴지.
무료로 할 수 있는
좋은 교육을 공유할 때마다
뿌듯한데
이걸 너에게 알려주려고
정리하니까 더 좋다.
고마워.!!
매거진 [영국엄마와 강남엄마의 교환일기]는
런던에서 살고 있는 두 아이 엄마와
강남에 살고 있는 한 아이 엄마의
교환일기입니다.
네이버와 브런치에 각자 연재 중입니다.
다은의 편지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blog.naver.com/nina1315/223939147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