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는 소중한 죽은 이의 이름

by 유하나

여행을 다녀와서

집에 있는 세간을 보니


이사 온 지 1년 반도 넘게

쓰지도 않으면서

이고 지고 있는 물건들이

눈에 밟힌다.


다 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신발 정리부터 시작했다.


정리의 기준은

일본인 곤도 마리에의 기준으로.

설레는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필요한가?"

가 아니라


"설레는가?"

를 물으니

작업이 단순 명료해진다.


5년간 가지고 있던

엄청 편하지만 거의 신지 않은 워킹화.


전혀 설레지 않는다.


나눔 하려고 빼놓고~


설레어?

이건?

저건?


묻던 중


호흡이 잠시 멈췄다.



엄마의 이름.


엄마의 이름을

오랜만에 보았다.


엄마의 이름을

오래도록 쳐다본다.


엄마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본다.


이선화


내가 태어난

서울 위생병원에서

이 이름은

내 이름과 나란히 쓰여있었을 것이다.


모 이선화

녀 유하나



엄마는 발 사이즈가 나랑 같아서

우리는 신발을 자주 공유했다.


이건 엄마 골프화인데

내가 한 번도 신어본 적이 없다.


신발에 손을 가만히 넣어본다.


여기에 엄마 발이 닿았겠지.





오늘 신발장을 많이 비웠다.


개운하고 시원하다.


그리고 그립다.


이제 세상 어느 곳에서도

불리지 않지만

가족에게는 소중한

엄마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