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삼국유사로 생각을 펼치기
첫머리에 말한다.
대체로 옛 성인들이 예악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인의로 가르침을 베풀려하면 괴이, 완력, 패란, 귀신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이 일어날 때에는 부명을 받고 도록을 받는 것이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고 그런 뒤에 큰 변화가 있어 천자의 지위를 장악하고 [제왕의]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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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비스럽고 기이한데서 나온 것이 어찌 괴이하다 하겠는가? 이는 '기이'편을 모든 편의 첫머리에 싣는 까닭이며 의도다.
[삼국유사 / 일연 / 민음사]
기이란 기괴하고 이상한 것을 기록한다는 뜻이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비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비일상성이 새 이야기를 여는 것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로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우리나라답게 만드는 이야기가 기이로 시작되듯 나를 나답게 만들어가는 이야기도 조금은 기이로울 필요가 있다.
나만의 기이로움은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해답도 역시 앞으로 삼국유사가 펼쳐갈 이야기 속에 있을 것이다. 여러 이야기 속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한 문장, 한 인물들이 차곡차곡 나의 내면과 무의식을 채울 것이고 그것이 곧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것이 나의 기이로움이 될 것이다.
좀 더 나의 이야기를 해보면, 나는 산골의 한 오두막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사업의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시골에 내려와 작은 오두막을 빌려 살았다. 아빠는 낮에는 돼지를 돌보고 밤에는 공부를 했다. 어렵고 힘겨운 상황에 내가 태어났다. 그러나 기이편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가득찬 나의 내면은 이 지리하고 가난한 시작을 나의 기이성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이라곤 태어나지 않았던 대지. 그 겹겹이 쌓인 산 속에 놓인 단 하나의 오두막. 주변을 가득 채운 돼지의 福스러움 속에서 태어난 내가 어찌 기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의 이 기이로운 시작은 나를 늘 새로운 곳으로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용기를 내는 그 순간에.
삼국유사의 이야기들 속에서 당신만의 기이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길 바란다.
덧붙여. 혹여 당신이 남들과는 다른 비일상적인 사고나 사건들로 힘겨워하고 있다면.. 그로 인해 나다운 기이함이 발현될 시간이라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시작이 코 앞에 있으니 힘내보자 스스로를 다독여주는 건 또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