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록/작자미상/국립도서관본]

러시아형식주의와 구조주의 방식으로 임진록 읽기

by 작가 박신

김덕령은 임진왜란 당시 이름을 널리 알린 장수는 아니었지만 광포설화로 전국적으로 전승된다. 김덕령에 관한 설화는 기존에 아기장수, 오누이힘내기, 묏자리 쓰기 등의 다양한 국내설화양상과 결합해 이야기가 전승되는데 이는 그만큼 임진왜란 이후 김덕령을 통해 러시아형식주의에서 말하는 '동기화'가 적극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계기를 전국적으로 흥행을 일으켰던 조선 후기 고소설 [임진록]으로 볼 수 있고, 임진왜란의 다양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와중에 특히 김덕령과 관련된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동기화'가 잘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여 임진록과 그 속에서 김덕령 서사의 위치와 구조를 파악하고자 한다.


먼저 임진록의 이야기의 배치를 통해 김덕령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임진록은 '각설'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총 16개로 나눠지는데 이 중에서 김덕령이 등장하는 부분은 5번째 이야기 단락과 8번째 이야기 단락에서 등장한다. 김덕령의 이야기가 등장할 때 전후의 이야기 속에서 이항대립되는 존재를 살펴볼 수 있는데 모두 전단계 이야기에서 김응서와 강홍립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 둘은 모두 최일경과 왕으로부터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김덕령이 등장하기 전, 강홍립과 김응서는 왕으로부터 장수의 권한과 직책을 위임받아 전장의 선봉에 서게 되었지만 김덕령은 부친상으로 인해 전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왜장수 청정에게 계속해서 나타나 도술을 부림으로써 견제하는 것에 그친다. 또한 다음의 등장에서는 그전에 임진왜란에 공로를 세운 김응서와 강홍립이 각각 벼슬을 받는다. 또한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김덕령이 역적으로 몰려 왕을 만나기 전에 아마 그의 무죄를 알아볼 수 있었을 뛰어난 지혜를 가진 최일경이 이미 죽고 없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의 발발, 왕의 피난지, 청군대의 지원, 김응서와 강홍립 두 인물을 발굴한 최일경이 김덕령의 존재와 능력을 마주했다면 충분히 김덕령도 두 장군처럼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끝끝내 조력자를 얻지 못한 김덕령은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김흥서와 강홍립은 제도권, 공식영웅 서사의 축이며, 김덕령은 비공식적인 소외된 계층으로 배치된다. 이 구조는 서사 내부의 위계 뿐 아니라 민중과 기득권의 이항대립을 투영한다. 기득권층에서 조력자를 얻은 명성의 인물들 이항대립으로서 김덕령이 있고 그와 한 선상에 평범한 우리 모두가 함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화자의 감정표현을 살펴볼 수 있는데 임진록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가 등장하여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총 3번 등장한다. 돌연 등장하는 작중의 감정표현이 청자를 각성시킨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쉬클로프스키가 말하는 낯설게하기 효과이다. 감정표현의 총 세 번 중 첫 번째와 세 번째에 "슬프다!"는 화자의 표현이 등장하는데 첫 번째 슬프다는 임진왜란의 발발에 도리없이 당하는 조선에 대한 슬픔의 표현이고, 세 번째의 슬프다는 강홍립과 김응서가 왜로 출전하였다가 왜의 묘책에 당해 전군을 잃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주목할 표현은 바로 두 번째의 "아깝도다!"인데 바로 이 표현이 바로 김덕령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다. 이는 길고 긴 전쟁과 수많은 전쟁영웅들을 뒤로하고 오직 김덕령을 향한 화자의 애정이 갑작스럽게 표현되는 것으로 그만큼 화자와 청자(독자) 사이에 김덕령이 가장 큰 동기화의 역량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임진록 속에 등장하는 관운장, 꿈, 지략과 묘책, 뛰어난 도술 등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흘러가는 와중에 화자와 청자로 하여금 가장 사실적이고도 현실적인 인물로서 김덕령이 있고, 김덕령 이야기 그 자체가 임진록의 "사실적 동기화"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김덕령의 이야기 속에서 그레마스의 행위자 유형으로 분석해 본다. 임진록 속에서 김덕령의 이야기 구조를 살펴보면

5. 김덕령 등장

5-ㄱ.부친의 초상 중 왜란 소식을 접함.

5-ㄴ.모에게 출전을 요청하나 금지당함.

5-ㄷ.왜군이 가까이 왔음을 알고 금지를 어겨 청정의 진에 자취없이 들어가 경고함.

5-ㄹ.청정이 김덕령의 방문에 화가나 재등장할 경우를 만반에 준비함.

5-ㅁ.김덕령이 다시 등장하여 물러갈 것을 경고하고 청정이 탄식하여 조섭장군을 부르고자 함.

5-ㅂ.청정의 누이로 부터 편지가 와 퇴병을 요함.

8.이여송과 김응서강홍립 등의 부대와 왜나라 청정부대의 싸움->왜란이 끝난 후 왕이 공로를 치하함 -> 최일경 죽음(왕의 조력자 죽음) -> *김덕령 등장

8-ㄱ.김덕령의 도술이 뛰어나나 전장에 나서지 않고 청정과 3일을 왕래한 것으로 역모로 몰림

8-ㄴ.김덕령이 잡혀와 질책과 고문을 받으나 죽지 않음.

8-ㄷ.왕이 계속 죽이려 하자, 김덕령이 "효자충신김덕령"현판을 요구함.

8-ㄹ.왕이 현판을 내리자 김덕령이 스스로 다리에 있는 비늘을 떼고 죽음.

8-ㅁ.왕이 진실로 충신이었다며 한탄함.


김덕령이 부친의 상중에 엄마와의 계약을 위반함으로써 결국 역모로 몰려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보면 그레마스의 계약적 구조 이야기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행위자로서 김덕령은 스스로 왜군퇴치라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나 어머니라는 방해자에 의해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도술을 부리는 것에 그치게 된다. 이는 효와 충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행위를 부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위한 충성심으로 계약을 그르치고 왜군에 대항하는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게 효보다는 충을 선택했음에도 그 의도를 오해받아 두 번째의 적대자로서 왕과 기득권이 등장한다. 역적으로 몰려 갖은 고문을 받지만 죽지 않던 김덕령은 효자와 충신으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대대에 남기는 목적으로 "효자충신"이라는 현판을 왕에게 요구하고 이를 이루고 죽음에 이른다. 김덕령은 스스로 목적을 세우고 이를 이루려는 주체적인 영웅상으로 세계의 부름과 수신은 모두 자신에게 있으나 그에게는 조력자가 없다. 이는 위에서도 말했듯이 조력자가 없는 대부분의 평범한 인생을 대변하고 있기에 충을 선택했더라도 왕과 기득권층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비련의 주인공으로 죽게 되고 그는 효자충신으로서의 존재감을 스스로 증명하고 죽음으로서 충을 완성시킨다. 즉 김덕령은 수신사이자 주체로서 스스로의 세계를 호출하고 있으며, 방해자는 어머니에서 왕과 기득권층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이다.


임진록의 영웅들 중 가장 사랑을 받는 김덕령을 조셉캠벨의 영웅서사구조에 대응해 본다면, 부친상이라는 일상에서 임진왜란의 발발로 인해 스스로 소명을 지니나 어머니로부터 소명을 거부당한다는 것까지 1-3단계는 완성된다. 하지만 스승과의 만남은 부재되고 스스로 왜군을 한 발 물러가게 하여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하지만 통쾌한 승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과 동굴의 여정이 역시 부재한 상태에서 왕에게 역적으로 몰리는 시련을 겪게 되고 효자충신 현판이라는 보상을 얻으며 스스로 죽음에 이르기에 귀환-부활-귀환의 마지막 단계는 삭제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일상세계-모험에의소명-소명거부-(정신적스승)-첫관문통과-(시험,협력자,적대자)-(동굴진입)-시련-보상-(귀환의길-부활-보물을가지고귀환)


12가지의 영웅서사구조 속에서 임진록에서는 6개의 서사구조만을 지닌 이야기로 김덕령의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아마 김덕령이 성공한 영웅이 아니라는 점, 임진록 서사의 메인 주인공으로서의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이러한 이야기의 결함을 만들어 낸 것이겠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들로 인해 더욱 '사실적동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레마스가 인물에서 사회구조와 시대로 행위자를 확대시킨 것처럼 생각해 본다면 소지방에서 평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닥친 임진왜란이라는 지각변동이 끝없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지만, 신분으로, 가족부양으로, 무기와 경험의 부재로, 나서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웃들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수치와 상처만 남긴 전쟁이었고, 전쟁 후에도 기득권끼리의 입신양명으로 마무리되는 행태를 지켜보며 자신들까지 돌보지 않는 기득권의 무심함과 어리석음 속에 평민들은 스스로 충신 김덕령이라는 숨은 영웅을 발굴하여 스스로를 보상하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김덕령의 영웅적 완성을 위해 오래도록 수많은 설화를 양산하며 부족한 영웅서사가 보완되고 채워워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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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록의 구조주의적 서사분석] *각설,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분절하여 1로 표기 / 그 속에 김덕령이야기 분절은 -ㄱ으로 표기

1.최일경의 탄생(관운장이 준 아기)-> 임진왜란을 예견 ->이로 인해 유배

2.임진년 임진왜란 발발 (적대자 등장/왜군장수들)

3.이순신의 활약상 -> 죽음 / 제주 강홍립 장수되기를 청함 (조력자-제주목사) ->일본에 연승하는 활약

4.정충남 장수 (조력자-왕) -> 일본장수 청정에게 패함 -> 왕 피난 (피난길에 김도경의 도움을 얻어 의주로 향함) ->일본 평양점거 -> 최일경 유배 중 의주로 왕을 만나러 가서 왕의 조력자가 됨 -> 강홍립, 김응서 장수 임명과 청에 군사요청을 하도록 함 (조력자 최일경)

5.왜장수 청정의 꿈에 관운장 등장 ->*김덕령 등장

5-ㄱ.부친의 초상 중 왜란 소식을 접함.

5-ㄴ.모에게 출전을 요청하나 금지당함.

5-ㄷ.왜군이 가까이 왔음을 알고 금지를 어겨 청정의 진에 자취없이 들어가 경고함.

5-ㄹ.청정이 김덕령의 방문에 화가나 재등장할 경우를 만반에 준비함.

5-ㅁ.김덕령이 다시 등장하여 물러갈 것을 경고하고 청정이 탄식하여 조섭장군을 부르고자 함.

5-ㅂ.청정의 누이로 부터 편지가 와 퇴병을 요함.

6.최일경의 묘책으로 김응서와 월선이 조섭장군을 죽임 -> 장군 김응서의 조섭 퇴치(조력자 월선) -> 김응서가 월선을 죽임 -> 응서와 홍립은 계속 싸우려 하나 최일경이 만류하여 청병을 기다림

7.청나라에 군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함 -> 청나라 천자의 꿈에 관운장 등장 -> 이여송 장수를 중심으로 출정 -> 이여송을 중심으로 김응서, 강홍립과 함께 군대를 편성하여 행군

8.이여송 부대와 청정부대의 싸움이 길어지는 중 청정이 이기는 형국이 되자 관운장 등장 -> 이여송이 청정을 죽임 -> 김응서와 강홍립이 잔당을 물리치며 공을 세움 -> 이여송은 청으로 돌아가지 않고 산천 혈맥을 끊고 다님 -> 왜란이 끝나자 왕이 공로를 치하함 -> 최일경 죽음(지혜,조력자 죽음) -> *김덕령 등장

8-ㄱ.김덕령의 도술이 뛰어나나 전장에 나서지 않고 청정과 3일을 왕래하여 역모로 몰림

8-ㄴ.김덕령이 잡혀와 질책과 고문을 받으나 죽지 않음.

8-ㄷ.왕이 계속 죽이려 하자, 김덕령이 "효자충신김덕령"현판을 요구함.

8-ㄹ.왕이 현판을 내리자 김덕령이 스스로 다리에 있는 비늘을 떼고 죽음.

8-ㅁ.왕이 진실로 충신이었다며 한탄함.

9.산천혈맥을 끊고 다니던 이여송이 검은소를 모는 노인의 꾀에 빠져 손님으로서 왔으니 어서 돌아가야 함을 깨달음.

10.왜왕은 다시 조선을 노리려함.

11.응서, 홍립이 왜로 출정함. -> 가는 길에 고난이 심함 -> 홍립의 고집으로 끝까지 왜로 향함.

12.왜가 응서홍립을 대비함

13.왜의 묘책대로 응서홍립의 군대가 전멸함. -> 홍립이 자결하려하자 응서가 왜의 형국이라도 둘러보고 돌아가자고 함.

14.응서홍립이 왜장군들의 목을 베는 것을 보고 왜왕이 둘을 부마로 삼고자 함. -> 홍립이 꾀에 넘어감 ->응서가 말의 귀에 왕께 편지를 써 보내고 홍립을 죽이고 자결함 -> 관운장이 왕의 꿈에 나와 말의 귀에 있는 편지를 찾으라 일러줌

15.서산대사가 왜왕에게 항서를 받기를 권함. ->사명을 왜로 보냄

16.왜가 사명을 상대하기 위해 묘책을 준비함 -> 사명이 모두 극복하고 이겨냄 -> 고난에도 죽지않음 -> .이에 왜왕이 항서와 함께 조공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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