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공무도하가를 노래한다.
[재해석]
뱃사공 곽리자고가 노를 저어 나루터를 출발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 배에는 풀어헤친 머리에 악기를 찬 비범한 사내가 타고 있었다. 이미 떠난 나루에서 그 사내의 아내가 배를 멈추어 달라며 강물에 몸을 던졌으나, 끝내 배에 닿지 못하고 죽고 만다. 사내는 자신의 악기로 흐느끼며 노래한 뒤 스스로도 투신하였다. 남겨진 곽리자고는 그 악기를 품에 안고 그 노래를 불렀다. 그것이 바로 공무도하곡이다.
[해설]
:공무도하가는 노래 자체보다 배경설화의 힘이 더 크다. 후대의 해석에서 설화가 곧 노래의 의미를 규정하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배경설화를 전하는 기록은 금조와 고금주 두 계통인데, 고금주는 금조보다 150년 뒤에 기록되었다. 따라서 원전의 결을 더 온전히 담은 것은 금조라 할 수 있다. 곽리자고를 단순한 군졸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을 건네던 뱃사공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흐름에 더 잘 들어맞는다. 강을 건너는 주체는 곽리자고, 먼저 죽음에 이른 이는 백수광부의 아내, 노래하고 따라 죽은 이는 백수광부, 그리고 그 노래를 전승하며 강을 끝내 건넌 이는 곽리자고였다. 그는 단순한 주변인이 아니라 죽음을 목격하고 노래를 매개한 경계의 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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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석]
흥미로운 점은, 배경설화의 최초 기록인 금조보다 앞서 이미 공무도하가라는 노래가 문헌에 전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설화가 노래에 덧붙여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현존 설화에만 의존해 노래의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다소 공허하다.
공무도하가 원문을 다시 읽어보자.
“그대여, 강을 건너지 마오.
그대가 끝내 강을 건너려다
강물에 빠져 죽는다면,
그때 그대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해설]
1행의 ‘강(河)’은 단순한 물리적 강이 아니라 죽음의 상징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죽음을 말리는 산 자의 애원이다.
2행은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에서 망설임과 미련, 긴장이 드리워진 순간을 담는다.
3행은 죽음의 강 너머, 알 수 없는 세계로 향하는 이에게 느껴지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한다.
4행은 남겨진 자들의 목소리다.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지만, 당신은 강 너머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라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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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금, 공무도하가를 다시 불러야 하는가?
아니, 사실 우리는 여전히 공무도하가를 부르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산 자들이 불러온 수많은 애도의 노래들. 그 원형이 바로 공무도하가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아가 원형의 그 순간에 서보자.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던 시간으로 돌아가,
최초의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되어 공무도하가를 불러본다.
“아아, 님이여 가지 마세요.
그러나 당신은 갈 수밖에 없고,
우리는 끝끝내 강가에 서게 되겠지요.
그 너머에 있는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 위에 서 있다. 그 경계는 멀리 있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불쑥 눈앞으로 다가온다. 지금은 길게만 느껴지는 삶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 우리는 그 큰 경계를 잊은 채 하루를 나누고, 한 달을 나누고, 1년을 나누며 산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경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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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는 달력은 그 경계를 잠시 허물자는 제안이다.
삶은 본래 흘러가는 강이니, 하루는 흘러가도 끝이 아니다.
여기서 우리는 ‘공무허(公·無·虛)’라는 이름을 붙였다.
• **공(空)**은, 사랑하는 이가 떠난 자리와 같이 텅 빈 공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담는 그릇이다.
• **무(無)**는, 우리가 만들어낸 하루·한달·일년의 수많은 경계들을 지워내는 일이다. 강 건너와 이쪽을 나누는 선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 **허(虛)**는, 흘려보낸 시간 속에 남겨진 여백이다. 산 자들이 머무는, 다시 노래할 수 있는 자리다.
공무도하가 죽음을 노래한 원형이라면, 오늘 우리는 ‘공무허’라는 이름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하려 한다. 강을 건너간 이를 부르듯, 하루의 경계를 허물고 흘려보내며, 우리는 여전히 그 노래를 부른다.
경계에서, 여백에서, 부르는 공무허.
“그대여, 오늘 하루를 흘려보내세요.
그 하루는 결코 끝이 아닙니다.
공무도하, 그리고 공무허.
우리는 여전히 그 노래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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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없는 ”여백의 시간 -공무허-“달력은
10월의 마지막날 공개됩니다.
기다리며 함께 사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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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본 글은 기존의 교과서적 해석을 넘어, 조용호 「공무도하가의 구전가요적 성격과 주제의식」(한국고전연구학회, 2020)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