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가 다시 부르기
『공무도하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이 부르던,
기록된 우리의 첫 노래입니다.
사랑하던 이의 죽음 이후에
그대가 어디로 갔을지,
그곳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어 더욱 슬픈 —
남겨진 자의 노래.
어쩌면 인간에게 새겨진 첫 경계는
죽음의 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경계를 시작으로
우리에겐 무수히 많은 경계가 생겨났습니다.
수많은 경계는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인생은 본디 강처럼 흘러가는 것일진대
우리가 새겨놓은 그 경계들은
때로는 너무나 날카로워
스스로를 상처 입히게도 합니다.
공무도하가.
강의 경계에 선 공(空)과 무(無).
공과 무로 경계를 지우는 일.
때로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우리를 본연의 우리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
『공무도하가』를 다시 부릅니다.
경계를 건너, 경계를 지우는 노래로.
아아, 님아,
그날을 흘려보내지 마세요. 아니, 흘려보내세요.
공무도일가.
그래서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고전문학 새롭게 읽기 시리즈에서 약속했던 그 달력입니다.^^)
이 달력은 『공무도하가』의 세계를 오늘의 시간 위에 다시 새긴 작업입니다.
시간을 잘게 나누는 대신, 하나의 흐름으로 두었습니다.
1월과 12월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이 달력 속에서는
계절의 경계, 달의 경계, 삶의 경계가 모두 사라집니다.
우리는 하루를 계획하고 기록하며 살아가지만,
결국 모든 하루는 흘러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달력은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흘려보내는 연습장’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안에서 하루하루는 숫자가 아니라,
비워지고, 채워지고, 다시 흘러가는 존재의 리듬입니다.
공(空)과 무(無), 그리고 허(虛)의 여백 속에서
나를 덜어내고, 흘러가는 나를 바라보는 연습.
『공무도하가』의 노인이, 부인이, 청년이, 강가에 서서 부르던 그 노래는,
이제 우리 안에서 다시 울립니다.
삶과 죽음, 시작과 끝, 채움과 비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루의 노래로.
2026년, 공무도일.
그날을 흘려보내며, 다시 돌아오는 시간의 강 위에서.
달력의 원본 파일은 A3로 출력해 책상 위에 두고 쓰기에 딱 좋습니다.
댓글로 메일주소를 남겨주시면 원본파일(사이즈 A3/A2 선택)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