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lsol Aug 06. 2020

애사심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10년넘게 한회사를 다니며, 심지어 아직도 회사를 사랑하는 남편을 보며


회사의 구성원 시절, 나는 회사를 단 한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첫 회사에 입사하여, 5년을 다녔다.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그리고 이직률이 높은 업계였지만 5년을 묵묵히 다녔다. 하지만, 나는 정말 단 한순간도 회사에 애정을 가진 순간이 없었다. 하는 프로젝트가 성공을 해서 회사 내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도, 회사의 폭풍 성장이 있던 순간에도 그냥 그저 나는 구성원일 뿐이라 생각했고 결국 그 공은 회사의 것이라 여겼기에 크게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더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당시의 나에게 있어 회사는 단지, 그저 회사일 뿐이었다.




당시에 연애를 시작했던 지금의 남편은 N년차 직장인이었고, 본인의 회사 생활에 매우 만족을 했었다. 이만한 회사가 없다며, 이직을 해도 이보다 좋은 회사가 없을 것이라고 1초도 고민없이 말하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참 욕심이 없는 사람이구나 생각을 했었다. 물론 남편의 회사는 들으면 알만한 회사였기에 객관적으로 처우, 복지가 우수한 편이나 그렇게 본인의 회사를 사랑?한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에 남자가 참 비전도 욕심도 없다고 꽤 오랫동안 생각을 해 왔었다. (정말 결혼 결정에 있어서 이 부분을 꽤 오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는걸 남편은 모를꺼야...ㅎㅎ)




시간은 흐르고 흘러, 5년전의 나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게 내가 회사를 차리고 운영을 하는 오너가 되었다. 업의 특성상 처음부터 함께 할 구성원이 필요했고 3명의 구성원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회사 다니던 시절 고민하지 않았던 애사심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던 계기가 있었다.






언택트 회식을 한다고? 그걸 누가 참여해?


지금은 코로나 시대. (아 힘들다- 코로나 ㅎㅎㅎ) 회식을 몇 달간 하지 못했던 남편의 회사는 무려 언택트 회식을 하게 되었다고 하고, 퇴근후 7시에 온라인을 통해 무려 화상으로 회식을 한다고 술이며 안주를 부랴 부랴 준비를 했다. 본인만 비춰지도록 카메라를 셋팅하고 참여를 하는데 같이 밥을 먹는 입장이기에 자발적 의사 없이 그들의 회식을 비밀리에? 참여하게 되었다. 



무려 70명이 넘는 사람들, 그리고 젊은 연령층이 아닌 40대의 윗 분들도 혹은 그보다 더 위인 본부장님, 팀장님까지 모두 그들의 안주미션을 훌륭하게 참여하고 1시간 넘는 진행 속에서 안주콘테스트 및 신입사원 인사, 건배사 등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그걸 누가 참여해?, 정말 가지가지한다'라고 말했던 나는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대체 왜? 

나였더라면 들어갔을까? 나였더라면 1시간 넘게 틀어 두었을까? 나였더라면 불평없이 참여를 했을까? 한 사람이 아니고 무려 70명의 넘는 사람들, 물론 팀의 강요가 있긴 있었겠지만 제3자가 보는 그 온라인 속 공간은 매우 평화로워 보였고 그 짧은 순간에 여러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아 저 곳의 사람들은 남편 뿐 아니라 회사를 진심으로 대하는구나'라고 느꼈고 또 느꼈다. 결국 거기서부터 시작이겠지.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고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결국 모두를 좋은 결과로 이끄는 거구나. 




모든 구성원이 같은 마음일 수는 없지만 남편의 언택트 회식을 보고 그 애사심은 대체 어디서 오는지 며칠을 고민하게 되었다. 연봉, 복지, 동료, 사내분위기 등 그를 결정 짓는 요소 요소는 많을텐데 그리고 그 모든게 충족되는 회사는 많을텐데 그 어떤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을 갖지 않게 되는 것이니까. 그리고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부정적인 태도와 언행을 시작하는 그 누군가에 의해 사내 분위기가 좌우 되는 것을 봐왔으니까. 




적어도 내가 꾸려나가는 회사에서 그 공간에 있는 모든 구성원은 어렵겠지만, 단 한명이라도 그런 마음을 갖을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욕심아닌 욕심을 부려보았다. 부단히 노력해야겠지만, 남편을 보며 그리고 그런 결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 조직에 대해서 무척이나 부러웠다. 남편이 10년 넘게 몸 담는 공간이 단지 그가 현실안주하는 스타일이구나 치부했던 나도 반성하게 되었고, 결국 그 곁에 좋은 사람들 좋은 에너지가 함께 했기에 그리 당당하게 회사를 좋아한다, 만족한다 말하는 것이구나하며 매우 부러워졌다.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며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내 스스로가 조금은 안쓰럽기도 했다. 







#좌충우돌창업기 #초보사장 #회사를꾸려나간다는것 

작가의 이전글 와인 마시는 것에 대한 즐거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