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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이.(1)

by 안녕스폰지밥

금동이를 만난 지 두 해가 되어간다.

어느 날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에 나타나, 식빵 굽는 자세로 사람 손을 타던 노랑 고양이.

덩치가 작지 않은 성묘인데도, 자신을 인지시키려 '야옹' 울음소리를 낼 때는

아가처럼 애달프고 사랑스럽다.


근거 없는 여유를 탑재하고 단지 주변을 온전히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 어슬렁 거리는 금동이.

그 아인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넓은 3단지 공간을 지키는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한편 밥과 물을 제공하는 인간의 영역을 귀여움과 친밀함으로 무장해제 시킨다.


한해, 두 해를 지나며, 정기적으로 사료와 물을 주시는 캣맘과 캣대디를 소유하고 있지만

누구도 주보호자가 되어 금동이의 건강과 미래를 지켜주지 않는다.

니혼츄르를 들고 나타나 금동이를 품에 넣어 셀카를 찍는 아이들과

술안주로 사들고 가던 족발 한 조각을 던져 주는 아저씨의 인스턴트 사랑이,

금동이의 현재와 함께 한다.


누군가.. 어떤 초딩 키즈의 입에서 나와 불려지게 된 사랑스러운 이름, '금동'.

나이는 모르지만 여러 계절을 거치며 금동이는 살이 쪘다 빠지고

얼굴과 몸에는 상처가 생겼다 아물기를 반복한다.


비정기적인 재택근무 덕에, 설레는 마음으로 너를 자주 보러 갈 수 있게 되어 행복했던 지난 몇 개월.

내가 가져간 연어 사료를 맛있게 잘 먹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조카에게도 엉덩이를 내어주는 너의 스윗함.

어느 순간, 어쩔 수 없이 너를 볼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들어도

많이 서운해하지 않을 독립성과 여유를 지녔다고 믿고 싶어 진다.


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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