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오늘을 기억하며
언 한 달만에 이 광활한 백지 위에 한 자, 한 자 눌러 적어본다.
요즘 내게 쓰는 일은 참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쓰면 쓸수록 나 자신을 직면하는 일이
어느 때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참 반가운 일인 듯 하다가도,
또 어느 때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불청객을 만난 듯 썩 마음 편치 않은 일이 되기도 했다.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나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기도 했다가
때로는 내가 쓴 글을 보면 쓰지 말 걸 하고 다시 주워담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글을 쓰는 일이 내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어느 순간 글을 써야하는데, 나의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데 하며
어느 새 쓰지 않는 시간이 아까울 만큼 글쓰는 일은 내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글을 쓰며 나는 빛을 향해 더욱 나아갔고,
글을 쓰며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용감해졌다.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을 다시 오랜만에 새로운 마음으로 이어가보련다.
글쓰는 일이 자신없어질 때 즈음,
브런치 10주년 팝업 전시 <작가의 꿈> 이 4일간 서촌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곳에 가야만 한다고 열일 제쳐두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글쓰는 일을 동경해오던 내게 작가라는 옷을 입혀준 브런치 덕에 이렇게 글을 적고 있지 않은가. 감사와 축하의 마음으로, 그리고 나의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해 오늘 딸 아이를 이웃 집에 맡겨두고, 나의 글쓰기 여정을 응원하는 남편과 함께 다녀왔다. 내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을 갖고, 큰 의미를 두고 시작했는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일상 속에서 가장 가까이 지켜봐줬던 남편이었기에 그 곳에 꼭 함께 가보고 싶었다.
가기로 한 전날, 나는 컨디션 난조로 '글이고 뭐고…' 하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포기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잠시 콧바람도 좀 쐴 겸 같이 다녀오자고 해준 남편에게 참 고맙다.
브런치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글과 작가에 중심을 두고 애써온 흔적들을 들여다 보았다. 그 흔적들에 올라타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작가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세상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났다. 누군가 글로 새 길을 터준 덕분에 나 또한 나다운 삶을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용기를 다질 수 있었다.
새하얀 벽면 한 편에 마련된 주제와 질문이 나열된 종이들 중에서 나는 '처음', '아름다움', '가족'의 키워드를 골랐다. 정갈하게 마련된 자리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연필로 끄적 끄적 적어내려 갔던 마음을 기억해 보련다.
처음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
혹은 '이게 된다고?'를 느꼈던 적이 있나요?
작은 성공이 주었던 그 때의 기분을 다시 불러내 보세요.'
나는 글쓰기에 대한 열망,
작가라는 로망을 어렴풋이 마음에 품고 있었다.
뜬구름 잡듯.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로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었다.
그러던 중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고나서야
글을 쓰는 일이,
작가가 된다는 일이 현실에 뿌리내렸다.
씨를 뿌려야 열매가 맺힌다.
매일의 분투, 스스로가 아는 일상의 성실함이 내일의 열매를 거두게 한다.
그렇게 매일의 걸음을 소중히 걷도록 안내해준 브런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 열매
아름다움
'내가 글로 선물하고 싶은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내가 사랑하는 장소, 책, 음악, 혹은 짧은 순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어요.'
나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아름답다 여기는 것들은
작고 귀여운 아이들이 저 멀리서 달려와 내게 와락 안기는 것,
비온 뒤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
고통을 품고도 자신의 몫을 이어가려 쓴침을 삼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이다.
내 삶에 아름다움이 가득하기를,
무엇보다 내 삶을 이루고 있는 아름다움을 날마다 눈치채는 오늘을 살아가기를,
무엇보다 내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를.
- 열매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글을 쓰기로 작정한 모든 이들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