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 살아가면서 보람된 일 중의 하나를 뽑으라고 하면 교과서를 집필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것은 그만큼 힘들면서도 교사로서 전문성 측면에서 보다 발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되돌아보면 교과서를 집필한다고 지난 2년 동안 기차를 타고 서울을 오고가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어느 날은 하루 종일 진행되는 회의에 지쳐 용산역 국밥집에 앉아 홀로 소주 한병과 순대국밥을 먹고 늦은 열차 시간에 맞춰 내려오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밀린 원고 때문에 스터디 카페에 가 밤샘 작업을 해가며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결국 치아가 훼손돼 인플란트를 하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사라는 이름보다 더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는 교과서를 집필한다는 생각에 늘 그 길은 고되지만 보람차고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겐 일상의 일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겐 그만큼 그 과정이 힘들지만 보람차고 소중했습니다.
또한, 같은 교과의 교수님, 동료교사, 지학사 담당 선생님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산책을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하고, 좀더 나은 교과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순간의 과정이 어쩌면 그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삶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계속해서 원고를 읽고 서로의 원고를 피드백하고 더 나은 방향을 잡고 하는 과정 속에서 때로 지쳐가기도 했지만 또 그 속에서 소중한 울림과 동료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평소 몇 권의 책을 낸 적이 있어서 60-70페이지 정도는 쉽게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교과서 한쪽의 원고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때때로 수십장의 원고를 한순간에 다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몇 주간에 걸쳐 생각해낸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교과서의 전체적인 집필 방향과 맞지 않으면 아쉽지만 힘겹게 돋아낸 생각을 버리고 또다시 깊은 사유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가야만 합니다. 늘 새롭게 구상한 아이디어가 반영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폐기될 것인지하는 두려움과 설레임 속에서 기차를 타고 오가며 원고를 구상하던 풍경이 어제의 일처럼 생각납니다.
그렇게 만 1년 6개월의 긴긴 시간을 거쳐 2022개정 교육과정 '현대사회와 윤리(지학사)'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교과서를 보고 있으면 설레고 기쁘고 뿌듯함과 함께 그 날의 풍경들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이 소중한 작업이 많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재가 되어 배움에 즐거운 시간을 안겨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후회없이, 아쉬움없이, 읽고 또 쓰고, 지우고 또 지우고, 말하고 또 말하며 작업한 교과서입니다. 선생님들의 노력과 함께함이 바람처럼 좋은 영혼이 되어 많은 학생들의 가슴에 소중한 울림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교과서가 되기를 바라며...2025년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