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연금술사, The Alchemist / 파울로 코엘료>
그렇게까지 울어봤던 게 얼마만인지, 사람들이 북적이는 저녁시간의 길거리에서 하염없이 울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예비역, 충분히 사회적 남자다움이란 것을 두르고 버틸 줄 알았을 나이임에도 어째서인지 그렇게 터져 나왔다. 아마 의무감을 저버리게 되는 듯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그간 억눌러 오느라 눈치채지 못했던 자아의 목소리에 대한 울림이 감정을 흔들어 놓은 게 아니었을까 한다.
The jacket had a purpose, and so did the boy.
(....)
His parents had wanted him to become a priest, and thereby a source of pride for a simple farm family. They worked hard just to have food and water, like the sheep. He had studied Latin, Spanish, and theology. But ever since he had been a child, he had wanted to know the world, and this was much more important to him than knowing God and Learning about man’s sins. One afternoon, On a visit to his family, he had summoned up the courage to tell his father that he didn’t want to become a priest. That he wanted to travel.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너무나도 유명한 소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그간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독성향에 걸러지기도 했고, 너무 유명해서인지 안 봐도 알 거 같다는 막연한 느낌에 늘 다음으로 미뤄지던 책이다.
그러다 몇 달 전 독서모임에서 추천 책으로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평소의 선호대로라면 비소설인 다른 추천 책들 중 한 권을 택했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이 책이 끌렸다. 때마침 소설의 정신적 환기가 필요하기도 했고 언젠가 들었던 영어로 읽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다던 경험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변찮은 영어실력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무려’ 영문판 <The Alchemist>.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는 꿈과 운명을 찾아 떠나는 스페인의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의 여정을 통해 **인생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중세 스페인 어느 평범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 ‘산티아고’는 가정의 안정과 명예를 위해 성직자가 되기를 기대받았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늘 드넓은 세상에 호기심을 품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 느끼고자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어느 날 산티아고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마을을 떠나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는 의지를 말하게 되고, 그렇게 산티아고는 양치기가 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다.
산티아고는 몇 년 동안 양들을 돌보며 양들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갔고, 어느 마을의 이름 모를 아가씨를 흠모하게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양치기 혹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정착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마음 한편 몇 번에 걸쳐 반복되는 같은 내용의 꿈이 계속 신경이 쓰인다. 그는 해몽을 위해 한 집시노파를 찾아가고, 그녀는 그 꿈이 ‘신의 언어’이며, 피라미드에서 보물을 찾게 될 미래를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너무 터무니없는 내용에 반신반의하던 중, 산티아고는 광장에서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라고 소개한 그 노인은 산티아고에게 집시와 똑같이 피라미드로 가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며 **자아의 신화(Personal Legend)**와 **운명의 표징(Omens)**에 대해 가르쳐 준다. 이윽고 산티아고는 그 노인이 진정 살렘의 왕임을 알게 되고, 그 노인의 가르침에 따라 피라미드가 있는 이집트를 향해 간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인간이라면 보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2가지 대비되는 가치에 대한 갈등을 상징적 요소들을 통해 풀어내면서 전개된다.
크게는 안달루시아 평원과 아프리카 사막이라는 공간적 대비, 작게는 산티아고와 주변인물들의 일화들에서 그려지는 추상적 상징들이 ‘현실과 꿈’, ‘익숙함과 변화’, ‘안정과 성장’이라는 대비를 이루고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지금의 우리에게는 시대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낯선 것임에도 읽는 내내 친숙한 감정들이 피어올랐던 것은 아마 상징적으로 표현된 이 가치갈등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익숙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갈등을 알아차리고 ‘소년’ 산티아고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마음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첫 번째 존재는 바로 살렘의 왕 멜키세덱이다.
반복되는 꿈의 해몽을 위해 찾아간 타리파라는 도시에서 수수께끼 같은 노인 멜키세덱을 만난 산티아고는 그로부터 중요한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는 멜키세덱을 통해 자아의 신화(Personal Legend) 즉, 자신의 꿈, 운명, 진정한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자아의 신화로 이끄는 길을 밝히는 징조(Omens)를 알아차리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갈등의 순간에 운명적 선택을 도와주는 ‘우림과 툼림’이라는 현자의 돌을 주면서,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는 운명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함을 가르쳐준다.
떠나기 전 멜키세덱은 마지막으로 산티아고에게 행복에 대한 교훈을 담은 한 이야기를 해준다.
이야기에서는 한 젊은이가 행복의 비밀을 배우기 위해 한 현자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 현자는 자신은 지금 바빠서 행복의 비밀을 가르쳐 줄 수 없으니 일단 자신의 커다란 저택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오라고 말한다. 단, 그에게 기름 두 방울을 담은 숟가락을 주며, 쏟지 말고 저택을 둘러보라고 한다. 젊은이는 그 기름 두 방울을 지키느라 저택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채 돌아온다. 이번에 현자는 저택의 아름다운 면면을 다시 보고 오라고 그 젊은이를 다시 돌려보낸다. 다시 시도하자, 이번에 그 젊은이는 경치를 보는데 정신이 팔려 숟가락의 기름을 모두 잃어버린 채 돌아온다.
그러자 현자는 말한다.
"행복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도 자신의 목표(기름)를 잊지 않는 데 있다."
"Meanwhile, I want to ask you to do something, said the wise man, handing the boy a teaspoon that held two drops of oil. 'As you wander around, carry this spoon with you without allowing the oil to sp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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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of happiness is to see all the marvels of the world, and never to forget the drops of oil on the spoon' "
The shepherd said nothing. He had understood the story the old king had told him.
A shepherd may like to travel, but he should never forget about his sheep.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이 일화에서 멜키세덱은 우리는 모두 ‘자아의 신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이룰 자아의 신화가 없다고 말한다. 자칫 괘변처럼 들릴 수도 있다. 남에게는 목적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자신은 현실에 만족해서 목적이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멜키세덱(Melchizedek)이 어떤 존재인지를 살펴보면 이 말의 뜻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는 성경에 나오는 살렘(예루살렘)의 왕이자 제사장으로, 필요한 순간에 등장해 사람들이 자아의 신화를 따르도록 돕는 존재이며, 과거에 아브라함을 도운 적도 있을 정도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제약이 없는 신적인 존재이다. 즉, 그는 이뤄가는 삶을 사는 인간이 아닌 이루려는 인간들에게 도움을 주는 ‘힘’ 그 자체인 것이다. 항해를 하는 배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지만, 그 배를 밀어주는 바람은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시선을 우리 자신에게로 돌려보자.
여전히 냉정한 현실을 헤쳐가며 자아의 신화를 이뤄나가야 하는 한 인간으로서, 멜키세덱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먼저 ‘자아의 신화’와 ‘숟가락의 기름’이 상징하는 것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누구나 다양한 꿈을 꾸며 자라난다. 그러나 그 꿈들은 대개 충분히 가치관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의 것들로 허황된 이미지로 잊히기 일쑤이다. 그렇게 꿈의 빈자리는 점점 환경적, 사회적 요인들과 현실적 조건에 맞춰가는 ‘안정’이라는 것에 의해 다. 그리고 이내 이 ‘안정’이라는 것이 인생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매김하며, 이 안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꿈’이라는 것은 종종 현실감각을 잃은 철없는 생각으로 치부되기에 이른다.
"I don't much like change." he said. "You and I aren't like Hassan, that rich merchant. If he makes a buying mistake, it doesn't affect him much. But we two have to live with our mistakes.”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하지만 한 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물론 우리의 인생에서 일상의 안정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숟가락과 기름’의 교훈이 말해주듯 안정에만 치우쳐 ‘균형’을 잃는다면 그 인생은 행복과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목적 없이 맹목적으로 안정만 추구한다면, 그것은 결국 허무함을 초래할 뿐이다. 반대로 안정을 희생하며 목적만 좇는다면, 현실을 지키지 못하고 삶이 무너질 위험이 따른다. 결국 안정과 목적추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자아의 신화를 쫓으라’는 메시지의 참 뜻은 무엇인가?
이 소설에서 '자아의 신화(Personal Legend)'는 한 문장으로 명확히 정의되지는 않기 때문에, 자칫 ‘소년이여, 꿈을 꾸어라!’라는 느낌으로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어떤 결과를 이루는 한 **점**으로만 한정지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아의 신화는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로 향하는 ‘길’, 즉 삶의 여정 자체를 의미하는 **선형**의 이미지로 받아들여야 더욱 맞아떨어진다. 이는 단순한 목표 달성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삶의 방향성을 찾고 그곳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그 여정 자체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는 과정이 된다. 그 길의 끝에 안정된 가정이 있든, 꿈을 향한 과감한 모험이 있든,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방향성과 노력’이다. 자칫 현실적으로만 보이는 선택지를 늘어놓았더라도 그것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알고 자발적으로 행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 ‘자아의 신화’를 살아가는 사람인 것이다.
“Remember that wherever your heart is, there you will find your treas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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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a person really desires something, all the universe conspires to help that person to realize his dream” said the alc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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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have been truly searching for my treasure, every day has been luminous, because I’ve known that every hour was a part of the dream that I would find it. When I have been truly searching for my treasure, I've discovered things along the way that I never would have seen had I not had the courage to try things that seemed impossible for a shepherd to achieve.'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사막에서 산티아고는 우여곡절 끝에 스승이자 안내자로서 자아의 신화를 완성하도록 인도해 줄 존재인 ‘연금술사’를 만난다. 연금술사는 산티아고에게 우주의 정기와 마음의 소리에 대한 가르침을 주며, 산티아고가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독려해 준다. 그리고 이 작품의 핵심 소재인 ‘연금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말해주는데 이 지점이 상당히 인상 깊다.
"There is only one way to learn.” the alchemist answered.
“It's through action. Everything you need to know you have learned through your journey. You need to learn only one thing more.'
(….)
"And what went wrong when other alchemists tried to make gold and were unable to do so?"
"They were looking only for gold, " his companion answered, "They were seeking the treasure of their Personal Legend, without wanting actually to live out the Personal Legend."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왜 사람들이 그를 연금술사라도 부르는지에 대한 질문에 연금술사는 자신이 실제로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을 할 수 있기 때문임을 밝힌다. 이에 산티아고는 자신에게도 그 연금술을 가르쳐 달라고 하며, 그러면 보물을 찾는 여정은 그만둬도 될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연금술사는 단호하게 “그것은 너의 자아가 신화가 아니다.”라고 답한다. 그는 자신이 연금술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연금술이 그의 자아의 신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연금술사는 진정한 연금술은 바로 ‘행동과 그 과정’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며 이렇게 말한다.
“많은 이들은 황금만을 원했기 때문에 연금술에 실패했지.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인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아가 갈구하는 보물만을 원했기 때문에 그들은 실패한 거야.” (**의역**)
이렇듯 이 소설을 통해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고 싶은 연금술이란, 단순히 황금을 제조하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거나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그리고 기회비용에 매몰되지 않고 용기 있게 마음의 의지를 따라 행동해 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아의 신화’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게 되고 마치 ‘연금술’과 같이 인생의 가치를 황금처럼 빛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Why do we have to listen to our hearts?" the boy asked, when they had made camp that day."Because wherever your heart is, that is where you'ㅣl find your treasure.' said the alchemist.
< The Alchemist - Paulo Coelho >
산티아고는 결국 마음의 소리에 따라 피라미드에 도달하게 되고, 보물을 찾게 된다.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탐구는 물론, ‘행복의 비밀’에 관한 일화에 담긴 ‘균형’의 지혜를 비롯한 삶의 다양한 지혜들이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작품이다. 주요 인물인 멜키세덱이나 연금술사 등을 제외한 크리스털 상인이나 영국 신사, 낙타몰이꾼 등의 인물들의 이야기에서도 많은 지혜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삶의 여러 국면에서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작품이다. 또한 마음을 떨리게 할 만한 멋진 문장들도 많은 데다, 영문판도 그리 어려운 편은 아니니 **문장 수집가**들의 입맛에도 딱 맞을 거라 생각된다.
어른이 되면 얼른 '월급 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혼자서 가계의 문제들을 감당해 내던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고,
늘 모자란 형편에 쫓기듯 사는 것에 신물이 났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교환학생이 되어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 넓은 세상의 일면을 마주한 나는 내면에서 숨죽여 말하던 마음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눈물이 있은 뒤,
산티아고가 안달루시아 평원을 떠났던 것처럼,
나도 나의 여정을 시작했다.
40대에 접어든 지금, 나는 여전히 사막을 헤매고 있다.
십수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언제 피라미드에 도착할지, 그리고 죽기 전에 산티아고와 같은 보물단지를 파내게 될지 말지 명확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이 여정에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계속해서 삶을 가치 있게 채워나간다면, 언젠가 나만의 연금술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렇게 나의 삶은 가치 있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