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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똥뫼 Aug 25. 2022

어느 조직이 더 청렴해야 할까

쉽게 바꾸지 못하는 관행 1

20년 전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기업에서 사회 첫 발을 내디딜 때. 입사 5년 차 선배말이다. "예전엔 말이야! 개인별 영업실적수당이 나올 때면 수당 중 일부를 출해서 윗선에 상납을 했었어. 일부는 팀 비로 했고 말이야. 팀 비 출이야 그러려니 했지만 윗선으로의 상납은 잘 못된 관행이잖아. 모두가 그릇된 관행인지 알면서도 쉽게 바꾸지를 못했어. 상납하는 위치에서 상납받는 위치로 옮겨가면서 마음도 변해가는지 오랜 악습을 끊어내지 못했지. 이삼 년 전, 용기 있는 부장님 덕에 없어졌지. 안 그랬으면 너네 동기들한테도 못 볼 꼴 보일 뻔했어."

참고로 악습을 끊어낸 그 부장님은 상무 진급을 못하고 부장으로 명예퇴직하셨다. 일 잘하기로 소문난 분이셨는데도 말이다.


20년이 지나 늦깎이 공무원이 됐다. 실적 없는 공무원 생활이지만 일선에서 욕먹어가며 세금을 독촉하는 부서들은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포상금을 받는다. 1년에 두어 번 나온다. 우리는 그 돈을 욕먹는 대가 즉, 욕 값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욕 값이 통장에 들어올 때면 팀장 지시를 받은 서무가 팀 비로 쓰이지도 않을 팀 비를 출한다. 그렇게 걷힌 팀 비는 일정 금액 씩 봉투에 담겨 윗선에 보내진다. 당연히 윗선이 이 포상금을 받을 근거는 없다. 앞 거래가 아닌 뒷거래로 문제의 여지를 줄인 샘이다. 물론 짬 없는 신규나 눈치 없는 선임들 중에는 자신들이  돈이 팀 비로 쓰이고 있지 않음을 전혀 의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1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술자리에서 사기업과 공조직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이 속해 있는 조직이 사조직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더 우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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