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9년 여름, 쓰시마에서 부산으로
1589년 여름 쓰시마
초여름,
부산 앞바다의 안개가 바다 위를 가득 덮고 있었다.
바다는 고요 했지만,
그 고요는 불안한 정적과도 같았다.
쓰시마에서 출항한 도주 소 요시토시는
배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물결 너머를 응시했다.
히데요시는 거듭해서
조선 국왕을 입조시키라 요시토시를 압박했고,
그로서는 더 이상 버틸 여분이 없었다.
강요되는 굴종,
그 거친 말이 이미 물길 속을 치닫고 있었다.
요시토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사절의 성패가 쓰시마의 존망을 결정할 것이며,
나아가 일본과 조선 양국의 운명을 뒤흔들 것임을.
“실패한다면, 파국이다.”
그의 속삭임은 안개 속으로 스며들어 바다 위에 사라져갔다.
그의 곁에는 하카타 쇼후쿠사의 승려 겐소가 서 있었다.
승복의 소매 끝이 축축한 바람에 눅눅히 젖어 들었지만,
그의 눈빛은 한겨울 물가의 얼음처럼 맑고 단단했다.
산사에서 오래 묵은 향냄새가,
바다 냄새와 섞여 묘한 평온을 만들어냈다.
겐소는 아무 말 없이 난간을 스치며 선체의 떨림을 느꼈다.
그 떨림 속에서 파도의 호흡과
사내들의 긴장이 한데 섞여 있었다.
요시토시가 말했다.
“스님, 우리가 들고 가는 말이 칼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겐소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말도 칼이 되고, 칼도 말을 닮습니다.
그날의 바람과 듣는 이의 마음이 그것을 가르지요.”
짧은 선문답을 마친 후
둘은 다시 아무 말 없이 안개 너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뱃머리의 용두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가,
곧 코앞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의 사공이 노를 멈추고 물길을 살폈다.
물은 잠깐 멈춘 듯하다가 곧 다른 방향으로 끌렸다.
요시토시는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안개가 여전히 바다를 가리고 있었지만,
마음속 풍경은 한층 또렷해졌다.
뱃머리 너머로 희미하게 다가오는 해안선,
어렴풋이 떠오르는 조선의 산그림자.
“가자.”
그의 한마디에 노가 다시 깊게 잠겼다.
물결이 벌어지고, 곧 닫혔다.
안개는 여전히 길을 가리었으나,
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배 위,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