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0년 봄, 한양에서 교토로
1590년 봄, 한양에서 교토로
정사 황윤길은 뜰에 길게 드리운 봄빛을
한 번 훑고는 갓끈을 여몄다.
부사 김성일, 서장관 허성이 뒤를 이었다.
서로의 눈길이 짧게 부딪혔다.
“조정의 뜻을 잊지 맙시다.”
말은 짧았으나, 각자의 마음은 무거웠다.
일본의 통일을 축하한다는 명목,
그러나 실은 일본의 속내를 살피기 위한 길.
세 파벌(서인·남인·북인)이 한 배를 탄 사절단이었다.
봄바람은 곧 바닷바람으로 바뀌었다.
파도는 배의 옆구리를 두드렸고,
뱃전에는 소금기와 역한 멀미 냄새가 감돌았다.
사절단은 쓰시마를 지나 하카타에 닿아,
다시 교토로 길을 이었다.
장마가 지나고 매미 소리가 익어갈 때쯤,
그들은 마침내 교토에 도착했다.
그해 7월이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없었다.
“동산도에 원정 중”이라는 전갈만이 전해졌다.
“돌아오면 보겠다 하더이다.”
일본 측 관리가 건조하게 덧붙였다.
사절단은 하염없이 기다렸다.
비가 내리면 기다리고, 해가 뜨면 또 기다렸다.
절집의 종소리와 시장의 고함,
낯선 말과 옷차림 사이에서 넉 달이 흘렀다.
가끔씩 전해지는 소식은 언제나 모호했다.
“곧 돌아오신다.”
“궁을 손보시는 중이다.”
기다림은 얇은 종잇장처럼 하루하루 쌓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