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기적을 믿으십니까? 솔직히 기적이란 말이 쉽게 다가오지는 않을 겁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조차도 전에는 쉽게 기적이란 단어를 쓰지도 믿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분명 기적이라고 불릴 수 있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았답니다. 지금도 그 감동에 마음이 가라앉지 않고 있네요.
무슨 기적일까요? 도대체 어떤 것을 목격했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걸까요?
정만용 선생은 파킨슨병 환우입니다. 파킨슨병은 몸이 뻣뻣하게 굳는 질병으로 신경퇴행성 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몸이 굳게 되니 걷는 것도,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렵게 됩니다. 심지어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기도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치료약이 없는 희귀성 난치병입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다 소리소문 없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도 활동적인 삶을 살았던 정만용 선생이기에 자신에게 선고된 파킨슨병을 더욱더 부정하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신이 부정한다고 그 파킨슨병이 사라질까요? 일주일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선생은 괴로워하는 시간조차 아깝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삶을 살자고 다짐을 했고, 이내 병을 친구처럼 대하기로 했답니다.
2020년 5월 2일, 대한민국 땅끝 해남.
이곳에 정만용 선생과 선생을 응원하는 사람들, 30여 명이 모였습니다. <2020년 위대한 여정, 희망걷기> 행사를 하기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 것이죠.
<2020년 위대한 여정, 희망걷기>는 단순히 땅끝탑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모이지 않았습니다. 정만용 선생은 코리아트레일을 이용해 해남에서 서울까지 무려 600km를 걸어갈 것입니다. 그게 말이 되냐고요? 어떻게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600km나 되는 거리, 한마디로 600km짜리 국토종단을 한다는 게 정말 말이 되나...? 하지만 말이 됩니다. 그래서 글 서두에 기적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 아닙니까. 물 위를 걷는 것만이 기적이 아니라 땅 위에서 발걸음을 떼는 것도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정만용 선생에게 국토종단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선생은 파킨슨병 환우들이 골방에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환우들이 어두운 골방에서 나와 따뜻한 햇살을 바라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답니다. 파킨슨병 환우라고 별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들이 죄인도 아니고 누구보다도 따뜻한 햇살이 더 필요한 사람들이잖아요.
이 뜻 깊은 행사를 위해 사단법인 <사색의 향기>,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한중일난치병극복의료인회>에서 힘을 모았습니다. 정만용 선생이 걸어갈 길은 코리아트레일이라는 도보여행길로 해남 - 서울 - 임진각까지 이어집니다. 그 길이가 무려 680km에 달합니다. 선생은 그 구간중 해남에서 서울까지 약 600km를 이동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코리아트레일은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이 손수 개척한 길입니다.
선생은 평지에서는 아주 빠른 속도로 잘 움직이셨습니다. 사실 2년 전에 춘천마라톤을 완주하셨습니다. 이미 한 번 기적을 제대로 보여주신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국토종단은 다릅니다. 마라톤이 평지를 움직인다면 도보여행길은 오르막내리막이 있습니다. 높낮이가 있기에 접근 방법이 달리지는 법입니다.
그렇게 평지와 내리막길에서 힘을 내셨던 분이 오르막길 앞에서는 얼음이 되셨습니다. 그 현상을 ‘프리즌’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작은 문턱 같은 그런 곳이었지만 딱 몸이 굳은 상태로 정지해계시더군요. 그런 얼음장 같은 상황을 깨뜨릴 수 있는 건 지인들의 격려와 관심뿐입니다. 특히 부인이신 박영옥씨의 헌신적인 케어는 그런 얼음장 같은 상황을 눈 녹듯 녹여주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과연 선생은 무사히 서울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요? 간절히 원하면 기적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600km 국토종단도 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코리아트레일을 걸어갈 정만용 선생의 모습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