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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작가 역사트레킹 Sep 01. 2023

기도빨 잘 받는 마애불에서 두 손 모아 기원하다!

<관악산> 자운암에서


늦더위로 뜨거웠던 8월 27일이었다. 


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을 했는데 필자는 문화센터에서 트레킹 강의를 진행한다. 이제 곧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터라 답사를 위해 관악산으로 향했다. 뭐 관악산이야 내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 이래저래 많이 오갔었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한 건 기존 코스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다른 업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코스도 한 번 짜 놓으면 중간에 변경하지 않고 쭈욱 가는게 맞다.


- 기획한 후 손 놓는다!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버그수정이 지속되는 요즘 세상에 기획하고 손을 놓는다고?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진짜 얼핏보면 무책임한 거 같지만 결국에는 이치에 맞는 일이다. 한 번 기획한 코스를 계속 바꾸면 내 자신 스스로가 혼동스럽다. 필자가 상업적으로 기획한 코스가 약 100개 정도다. 한마디로 100개 정도의 코스를 들고 트레킹 강의 시장에서 상품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100개를 한 번씩 수정한다고 생각해보라! 100+100이 된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ㅋ 그러니 코스를 확정하기 전에 제대로 답사를 다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가을학기 관악산 코스는 기존 루트를 확 바꿔버렸다. 집결지도 바꿨다. 그래서 답사를 다시 가야했던 것이다. 루트는 이렇다.


관악산입구 -> 물놀이장 -> 자하 신위선생상 -> 호수공원 -> 관악산계곡 -> 자운암


이렇게 열거를 했지만 사실 관악산입구와 자운암을 제외하면 모두 다 계곡 코스다. 일명 서울대계곡이라고 불리는 관악산계곡이다. 약 2km 정도로 이루어진 관악산계곡은 북자하동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자하 신위 선생의 호를 따서 자하 계곡인데 관악산 북쪽에 있다하여 북자하동 계곡이다. 남자하동도 있는데 과천향교 앞을 흐르는 계곡을 두고 남자하동이라고 부른다.








자하 신위 선생은 시와 서예와 그림, 즉 시서화 삼절로 불리는 천재였다. 하나 하기도 힘든데 세 개에 능통했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다. 신위 선생은 추사 김정희 선생과도 아주 돈독했는데 둘은 관악산 일대를 유람하며 풍류를 함께 즐겼다. 참고로 추사 선생은 말년을 관악산이 가까운 과천에서 보내셨다. 과지초당이라는 곳에서 기거를 하셨는데 과지초당은 과천 경마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지금은 추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름 시즌 관악산계곡은 물놀이객으로 북적북적 거린다. 별다른 오염원이 없기 때문이다. 근처에 음식점이나 유흥 시설물이 없어서 그렇다. 종종 관악산계곡은 북한산에 있는 우이동계곡과 비교가 되는데 외형적으로는 산수가 더 수려한 우이동 계곡이 한 수 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이동 계곡은 음식점들이 점령을 해서 그런지 청정한 맛이 덜하다. 산이 공공재인 만큼 계곡도 공공재인 것이다. 음식점들이 점령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지는 않다.


관악산 계곡의 상류 부근에서 시원하게 탁족을 했다. 슬쩍 발냄새가 나는 듯싶었지만... 이후 자운암으로 향했다. 자운암 마애불을 친견하러 가기 위해서다. 자운암은 무학대사가 창건을 한 사찰로 성종의 어머니인 소혜왕후의 위폐가 봉안된 곳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2019년 즈음에 본전을 제외한 가람들이 다 망실되고 말았다. 


하지만 자운암 마애불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약 5미터 정도에 달하는 자운암 마애불은 연혁이 오래되지는 않았다. 인체 비례에 따르지 않고 신체 부위를 시원시원하게 표현해 고려시대 석불처럼 보이지만... 근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서울대를 내려다봐서 그런지 자운암 마애불은 수험생들을 둔 이들의 좋은 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사실 자운암을 찾는 것이 좀 까다로워, 아는 사람만 아는 기도처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그런지 이 마애불의 기도빨은 영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망실된 자운암의 가람들을 보면서 찌뿌려졌던 얼굴이 마애불 앞에 가면 활짝 필 것이다. 평소 합장을 잘 하지 않은 이들도 마애불 앞에 서면 두 손 모아 기도를 할 것이다.


기도를 한 후 마애불을 찬찬히 잘 살펴보시라. 법복(승려복)이 아닌 공복을 입고 있는 것 같다. 배고픈 공복이 아니라 관리가 조정에 나갈 때 입는 예복 말이다. 관악산이 예전부터 벼슬산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일부러 공복으로 표현을 했나?ㅋ











수험생도 아닌 필자는 무엇을 기원했을까? 푸른 산, 시원한 계곡, 청정한 바다가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을 기원했다. 산이 오염되면 안 된다. 바다가 오염되면 안 된다. 후세들도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역사트레킹을 할 권리가 있다!


ps. 사진은 예전 가을에 찍었던 사진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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