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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사가 문주원 Oct 20. 2023

[작사 노트] 살아내는 날들

<고훈정 - 그 위로>

 택시를 타고 남산 1호 터널을 지나가던 밤이었다. 유난히 캄캄한 길이었다. 기사님의 목소리가 차 안의 적막을 깨트렸다. 에너지 절약 시책으로 터널의 불들이 많이 꺼져있는 거라고.


 어둠을 헤치고 앞서가는 차들 때문에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차례 지나다닌 길이었다. 곧 이곳을 벗어나리란 것을 알았기에 불이 꺼진 터널이 오히려 낭만으로 다가왔다.      


 그보다 아주 긴 터널을 지나는 시간.

 때로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간신히 살아내는 것 같은 날들이 있다.


 바람에 휘청이며 버틸 힘조차 없어서 그저 납작이 엎드린 내 등 위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견디는 수많은 밤과 낮들.     


 그런 순간들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라는 사실이 가장 큰 위로다. 사람마다 일생동안 견뎌야 할 고통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거라면, 일찌감치 그 분량을 다 채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고훈정의 노래 <그 위로>라는 가사를 써 내려갔다. ‘그 위로’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의뢰한 고훈정 씨는 ‘그 위로’가 중의적인 의미가 되길 바랐다. 김진환 작곡가의 데모 곡을 들으며 ‘그 위로’를 통해 ‘그 위로’ 다가갈 수 있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 나갔다.                 



<고훈정 - 그 위로>


이 시간도 다 지나가겠지

그 혼잣말로 또 하루를 견뎌

오늘밤도 지친 나를 달래보다

들여다본다 낯선 내 모습을     


내가 나로 살아가기 위해

언제까지 부서져야 할까

어제보다 더 짙어지는 어둠에

이 길의 끝이 있긴 할까      


슬픔을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고

내 어둠마저도 나를, 나를 외면해도

나보다 더 아픈 그대 눈물이

나를 덮으며

다가온 위로     


사람마다 정해진 슬픔을

쉬지 않고 비워내고 있어

하루하루 더 줄어드는 삶의 무게가

내일은 어제보다 가벼워질까     


슬픔을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고

내 어둠마저도 나를, 나를 외면해도

나보다 더 아픈 그대 눈물이

나를 붙잡아

cause you are my hero     


눈물이 누군가의 위로가 된다면

내 아픔조차도 분명 그럴 수 있겠지

부서진다 해도 다시 그렇게

계속 하루 더

다가가 그 위로     




그 위로 by kohoonjeong (soundcloud.com)



간신히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하루에

내가 쓴 노랫말과, 글들이 '그 위로'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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