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시간의 재발견]을 읽고, 나를 포함한 모두를 위해..
한 할아버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70세 전후쯤 되어 보인다. 키는 165 정도로 작고, 몸이 앞으로 약간 굽어있는 듯하다. 천천히 걸어오는데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으며 혈색도 나쁘지 않다. 몸을 돌려 옆을 보는 걸로 봐서는 목을 움직이는데 문제가 있는 걸로 보인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할아버지 몸의 왼쪽 부분에 마비가 왔다는 걸 알게 됐다. 처음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목과 몸을 움직이는데 많은 제약이 있고 무엇보다 몸의 오른쪽이 불이 나는 듯이 뜨거워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할아버지의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우리는 할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생활을 하고 직업은 무엇이었으며 배변의 상태는 어떤지. 처음 몸에 마비가 왔을 때의 상황과 이후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지. 그 외 다른 병력과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약들인지. 잠을 잘 자는지와 음식을 먹고 소화가 잘 되는지. 증상이 하루 중 악화되고 완화되는 시간대는 언제이며 계절별로 차이가 있는지. 어떤 맛을 좋아하고 집에서 먹는 음식의 간은 어떠한지. 군것질을 하는지와 흡연, 음주 등의 여부를 물으며 세세한 정보를 취합한다. 그걸 토대로 병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떠한 병리에 의해 이러한 증상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며 동료들과 토론하고 선생님께 질문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고 어떤 약재를 쓰고 약의 형태는 어떻게 할 것인지(다림 물, 가루약, 고명, 알약, 약술, 약용 오일 등)를 결정한다. 치료를 진행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의 세부 계획을 수정하고 약재의 종류를 약간씩 조정하기도 한다.
할아버지는 내가 병원에서 근무할 때 처음으로 담당했던 환자였다. '심적 표상'에 대해 읽으며 수련의로 근무하며 경험했던 일련의 과정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러한 과정들을 거치며 이론으로 배워왔던 내용들을 실제 적용하고, 흩어진 정보에서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과 그것들이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토론했으며 또한 질문했다.
심적 표상이란 사물, 관념, 정보, 이외에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뇌가 생각하고 있는 대상에 상응하는 심적 구조물이다.
심적 표상은 일종의 그물망을 연상시킨다. 그물의 한 곳을 잡고 당기면 연결된 많은 부분이 저절로 딸려오듯이 머릿속에 하나의 대상이 떠오르면 연결 지어둔 정보의 덩어리들이 무리 지어 따라오는 것과 같다. 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심적 표상을 만들어내고 발달시킨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필요한 고도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목적의식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되 분명한 목표, 목표에 도달할 계획,
진척 정도를 추적 관찰할 수단을 가지고 집중하여 매진하라.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갖고 이를 수행하며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집중해서 몰입해야 한다. 또한 자신이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영역(컴포트 존)에서 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조금씩 나야 가야 한다.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수행능력을 측정한 연구 결과, 20년 또는 30년 동안 진료를 한 의사가 갓 의대를 졸업한 2년 차나 3년 차 풋내기 의사보다 못했다. 알고 보니 의사들이 하는 일상의 진료는 대부분이 실력을 향상하는 일과 무관했으며, 심지어 실력을 유지하는 일과도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전의식을 북돋우거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상황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는 시도 없는 노력은 실력을 향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실력을 떨어트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가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어느 정도 기량이 향상되면 만족하고 안주하거나 실력이 더 이상 쉽게 늘지 않는데 한계를 설정해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이럴 때 보통 '재능'을 탓한다.
'재능'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결국은 그 무엇도 이룰 수 없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재능'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은 강력하다. 대중들은 '천재', '영웅'에 열광한다. 이것은 결국 별다른 노력 없이 우연한 사고로 혹은 '타고난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소위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교육을 받았고 또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사항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충분히 '재능'이 아닌 다른 측면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떤 선천적 재능을 가진 사람이 기술을 배우는 초기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이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이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줄어들고, 결국 개인의 실력을 결정하는 데는 노력의 양과 질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은 '노력의 문제'인 것이다. 그 노력은 단순한 반복이 아닌 구체적인 목표와 그에 맞는 계획이 뒤따르는 노력이다. 그 상태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서 학습하고 능력을 향상하는 것만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다.
아직도 "나이가 많아서, 머리가 나빠서, 재능이 없어서"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당신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히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왜 더 나은 실력을 가질 수 없었고 어떻게 하면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론적 실제적 길이 보일 것이다. 남은 일은 실천하는 것뿐이다. 포기하지 말고 실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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