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큐베이션 1기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를 마치며,
2017년 11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올 즈음 나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왔다. 물론 그때는 2018년에 대학원을 다시 진학하리라 마음먹고 있었기에 공부를 마쳤다고 말을 하기는 어렵겠다. 막 돌아왔을 무렵에는 날씨가 매우 추웠다. 공항에서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은 정말이지 너무 추운 길이었다. 돌아와서 한 동안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약간은 멍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다 몇 번의 강의를 제안받았고, 간간이 강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018년에 접어들었고 나는 대학원을 가지 못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대학원 공고를 매일 기다려보지만 올해도 공고가 뜨지 않을 것 같다고 느낀다. 하지만 지금은 실망하지도 조바심이 나지도 않는다. 나는 분명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발단은 '세바시'에 나온 신박사님의 영상에서부터 시작됐다. 심지어 그 영상을 나는 인도에서 봤다. 신박사님의 영상에서 나는 호기심을 느꼈고, 체인지 그라운드 영상과 뼈아대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극을 받았고, <완벽한 공부법>을 E-book으로 구입해 읽기 시작했다. 그때의 기억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고정관념들은 여지없이 깨어져 나갔으며, 나의 공부 양과 질에 심한 불만족과 부족함을 느꼈던 나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강한 질타와 격려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하나의 습관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기! 평생 가뭄에 콩 나듯 읽던 책을 이동 시간에 들고 다니며 읽는 것 만으로 일주일에 한 권 정도는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하루 한 주 한 달이 지나면서 나는 책을 읽고 생각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씽큐베이션 1기" 독서모임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고 정말 힘들었지만 평생 처음으로 '서평'이라 불리는 글을 썼다. 그리고 지원했다. (지원자격에 서평 제출이 필수사항이다.)
처음 써 본 서평은 당연히 엉망이었다. 난 서평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순전히 씽큐베이션 모임에 지원하기 위해 쥐어짜내듯 썼으니까 말이다. 지원 마감이 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원자가 100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반쯤은 "떨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 발표일이 돌아왔고 나는 씽큐베이션 1기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룹에 참여할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때의 기쁨과 성취감은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물론 한 주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편의 서평을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늦게 밀려왔다. 하지만 각오한 일이기에 마음 굳게 먹고 꼭 해내리라 다짐했다.
한 편 한 편 서평이 내 서랍장에 쌓여가며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협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고, 다음 직장IN 페이지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가면서 며칠 사이에 12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내가 생각보다 글을 잘 쓴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 살면서 나는 내가 글을 쓰며 어떤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리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건강에 관련된 글을 계속 쓰고 있었는데, 지속적인 독서와 글쓰기는 내가 쓰는 모든 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나 자신도 글을 쓰는 것에 재미와 만족을 느끼기 시작했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한 날은 성취감에 취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헬렐레~"하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번에 꽤 규모가 있는 특강을 하나 맡았다. 수업 구성을 하는데 전보다 수월함을 느낀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에서 손쉽게 필요한 문장들을 발췌해서 넣기도 하고 무리 없이 수업 자료를 만든다. 모든 것이 글쓰기다. 지금까지 미쳐 알지 못한 사실이다.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 뼛속 깊이 느끼고 있다. 그동안 부족했던 읽기와 쓰기라는 기본기를 단 12주 동안 다졌을 뿐인데, 그것이 가져온 변화는 대단해서 나로 하여금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나를 다시 발견하고 있다." 그동안 몰랐던 나의 가능성과 잠재된 능력을 일깨우고 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싶다. 이제는 질적인 변화 또한 추구하고 싶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했던 훈련을 나도 하려고 계획 중이다. 나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이것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임계점을 넘고, 다음 목표를 세우고 또다시 임계점을 넘으며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씽큐베이션 1기에서의 활동은 내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해주었고, 내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등을 밀어주었다. 참 소중하고 감사한 경험이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방법이 있을까. 그 많은 방법 중 나는 서로가 쓴 글을 읽는 것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 주 한 주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을 때마다 나는 마치 내가 그들의 삶에 잠시 들어가 함께 그 기억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를 알 수 있었다. 한 편 한 편의 서평이 쌓여가며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 내 마음은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급기야 마지막 날에는 꽁꽁 숨겨놓은 이야기를 하고 눈물을 보였다. 끝나고 집에 오며 부끄러운 마음에 괜한 얘길 했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모두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리라는 신뢰가 있기에 그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열두 명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 하나의 책에 열두 개의 시선인 것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다양한 직종을 갖고 다른 삶의 경험과 결을 갖고 있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학창 시절 토론을 어떻게 하는지 배워본 적이 없는 나는 비로소 토론이라는 행위가 무엇이고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미 한 번 제대로 된 경험을 했으니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다. 나는 좀 더 나아가길 희망한다. 많이 배우고 싶고 함께 배움을 나누고 싶고 또 함께 성장하고 싶다. 그래서 씽큐베이션 2기에도 지원했다. 이번에는 태 PD 님이 이끄는 "우리는 모두 크리에이터다" 그룹에서 함께 한다. 실력을 장착한 채, 창의력의 바다에 풍덩 빠져보려 한다. 이보다 즐겁고 충만할 수 있을까. 행복하다.
우리는 함께 졸꾸한다. 그래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