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작품은 형편없는 시제품에서 시작된다

대단한 작품을 보며 감탄하기 보다 그런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보라

by 백두산

우리는 결과만 보고 평가하는데 익숙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결과를 보고 잘한 것과 잘하지 못한 것을 평가한다. 그래서 흔히 잘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노력을 들여서 잘했는지, 반대로 잘못한 것은 어느 부분에서 어떤 것이 원인이 되어서 잘못했는지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 결과를 보고 잘했다고 칭찬하기 바뿌고, 잘못한 것은 비난하고 나무라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실패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 한다.



공포에 기반을 둔, 실패 혐오 문화에서 직원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리스크를 회피하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예전에 통했던 안전한 방식을 반복하려고 한다. 이런 회사에서 직원들이 내놓는 성과물은 혁신적이지 않고 진부하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나는 우리가 실패 혐오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기업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실패의 두려움이 너무 커서 모두가 실패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패를 통해서 우리는 배운다. 실패를 했다면, 실패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직면하도록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영자가 자신의 실패에 기여한 부분을 솔직히 털어놓으면 직원들이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영자는 실패에서 도망치거나, 실패가 존재하지 않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경영자가 이런 자세로 회사를 경영한다면, 직원들이 실패에 대해 조금은 덜 두려워하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픽사에서는 실패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 보다는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한다고 <창의성을 지휘하라>의 저자이자 픽사의 최고 경영자는 말한다. 실패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는 중요하다.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참담하다.





이곳 저곳에 수업을 들으러 다닌다. 수업 마지막에는 거의 항상 오늘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이 있는지 묻는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도 가끔 진짜 궁금한 것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지점이 궁금했다. 왜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을까.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수업 내용에 별 관심이 없거나, 수업을 듣고 그것에 대해 독자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아니면 질문하기 꺼려지는 분위기 이거나. 뭐 이런 이유들이 있지 않을까.



인도에서 공부하며 나는 점점 질문을 더 많이 했다.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며 내가 질문하지 못한 이유는 '바보같은' 질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에서 나는 외국인이고, 아무리 바보같은 질문이라도 '외국인이니까 모를수도 있겠지'라고 그들이 생각하고 넘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내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실제로 내가 기본적인 개념이나 누구나 알만한 것들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물어봤을때, 의외로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 또한 자신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설명을 하려니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은 점점 내가 더 질문을 해주기를 바랐고, 선생님 또한 내가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성심성의껏 질문에 대답해 주셨다. 이런 분위기는 나에게도 그리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다. 한 번 이런 신뢰가 쌓인 후로는 모두가 모두에게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보같은 질문이라도 거기에는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 있고, 배울점이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책 <창의성을 지휘하라>의 저자 애드 캣멀은 픽사를 설립하고 경영해온 사람이다. 그는 어떻게 픽사라는 기업이 창의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었는지, 어떤 기업문화가 직원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펼치게 하는지 보여준다.



비평받을 때 위협을 느끼고 불쾌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대처하는 관건은 피드백 집단의 관점이 자신과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쟁적 접근법은 다른 아이디어들을 자신의 아이디어와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토론을 승패를 겨루는 논쟁으로 받아들이다. 반면 보완적 접근법은 회의 참가자들이 작품에 무언가 (설령 그것이 토론을 촉발하는 불씨일 뿐이고 별 소듣을 거두지 못할지라도) 기여한다는 이해에서 출발한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픽사에는 브레인트러스트라는 임시 조직을 만들어서 제작중인 작품에 대해 함께 감상하고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처음 구상과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자신이 만드는 작품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비판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목적에 있다는데 공감하기에 모두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브레인트러스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창작 과정에 실제로 참여하는 사람들이기에, 창작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이러한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솔직하게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좋은 작품이 탄생한다.



하나의 작품이 처음 구상 단계에 있을 때는 정말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러 번의 수정 작업을 거치고, 브레인트러스트에 보인 후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형편없었던 시제품은 차츰차츰 독창적이고 완성도있는 작품이 된다. 이러한 과정은 수개월에서 몇년이 걸리기도 한다. 어떤 작품도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작품도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십 수백 번 수정작업을 거치고 때로는 다 뒤집고 처음부터 새로 만드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사람들의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비로소 하나의 좋은 작품은 만들어진다. 이것을 글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막연히 결과만 보고 부러워하거나 '천재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이 좀 더 가치있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한 기업의 정체성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는 것, 끊임없이 관찰하며 위험요소를 찾아내는 것, 자신이 보지 못하는 놓치는 많은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한 기업이 직원들 개개인의 창의성과 독창성을 어떻게 보호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읽었던 개인의 창의성에 관한 책들과 비교하면 또다른 관점에서 창의성을 바라볼 수 있어서 인상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