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남당항에서 노을을 보고 주꾸미를 사서 먹는 이유는 뭘까?
봄이 되면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사실 365일 먹고 싶은 것은 많다. 그렇지만 제철에 먹는 음식만큼 맛있는 것이 잇을까. 분위기 좋은 곳에서 혹은 좋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과 음식을 먹으면서 보내는 시간은 그냥 좋기만 하다. 이번에는 노을이 내려앉은 남당항에서 제철에 먹을만한 식재료를 찾아보았는데 주꾸미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남당항으로 떠나본다.
바다는 하루에 두 번 색을 바꾼다. 아침에는 빛을 받아 반짝이고, 저녁에는 시간을 받아 물들면서 사람들에게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남당항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이미 기울어가고 있었다. 바다 위로 낮게 내려앉은 햇빛이 물결을 따라 길게 퍼지고 있었고, 항구에 정박해 있는 배들은 그 빛을 조용히 받아내고 있었다. 분주해야 할 항구는 오히려 느린 호흡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남당항은 주꾸미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여행지다. 봄이면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 차고, 식당마다 주꾸미를 찾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남당항은 조금 달랐다. 관광지의 분주함보다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항구의 조용한 시간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제 새조개가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작년보다는 저렴해진 가격이지만 새조개로 배부르게 먹기는 쉽지가 않다.
항구 한쪽에서는 막 잡아 올린 주꾸미가 보였다. 물에서 막 건져 올린 것들은 아직도 움직임이 남아 있었고, 그 생생함은 묘하게 시선을 붙잡았다. 투명한 몸체와 부드럽게 움직이는 다리,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바다의 시간까지. 필자는 그 자리에서 주꾸미를 1kg 정도 구매를 해보았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그 공간의 일부를 가져오는 일에 가깝다. 비닐봉지 안에서 꿈틀거리는 주꾸미를 들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면서 걸어본다. 노을은 더 짙어졌고, 바다는 점점 붉은색을 띠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주꾸미라는 존재도 참 묘하기도 하다.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바닷속에서는 분명한 생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생명은 인간의 식탁 위로 올라와 또 다른 시간으로 이어진다. 남당항에서의 주꾸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변화처럼 느껴졌다. 바다에서 시작된 시간, 사람의 손을 거쳐 이동하는 시간, 그리고 다시 기억으로 남는 시간까지.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떤 장소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무언가를 보고, 때로는 먹고, 그리고 돌아온다. 하지만 실제로 가져오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각과 기억을 가지고 살아간다. 노을이 완전히 내려앉을 즈음, 항구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낮과 밤의 경계에서 남당항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낮에는 바다를 바라보게 하는 곳이었다면, 저녁이 되자 그 바다는 오히려 사람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손에 들려 있던 주꾸미의 무게가 조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건 단순한 무게가 아니라, 오늘 하루의 시간이 담긴 무게였다. 남당항의 노을과 주꾸미, 그리고 그 사이에서 느꼈던 조용한 흐름이 있다. 아마도 다음에 이곳을 다시 찾게 된다면 나는 또다시 같은 풍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봄 주꾸미는 알을 품고 있어 식감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부드러운 몸과 함께 씹히는 알의 고소함은 이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특징이다. 하지만 그 가치가 단순히 맛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꾸미는 대표적인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또한 철분과 DHA도 포함되어 있어 혈액 건강과 두뇌 기능에도 도움을 준다.
이날 남당항에 도착했을 때는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항구는 하루의 끝을 맞이하는 듯 조용했고, 바다는 붉은빛으로 천천히 물들고 있었다. 막 잡아 올린 주꾸미는 아직 생명의 움직임이 남아 있었고, 그 안에는 바다의 온도와 흐름, 그리고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는 듯했다. 그날의 바다를 함께 가져오는 일처럼 느껴지는 날 속에 하루가 잘 마무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