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따라 걷는 대신, 레일바이크로 달리는 시간
어떤 도시에서 깨느냐에 따라 아침이라는 시간은 언제나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삼척의 바닷가에서 숙박을 하고 마을도 탐방해 보고 근처에 자리한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가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사람이 많아지기 전, 하루가 시작되기 직전의 공기에는 어딘가 여유가 남아 있다. 삼척의 바다도 그 시간에 가장 조용하고 솔직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용화정거장은 아직 분주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발걸음보다 먼저 도착한 것은 바다의 소리였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의 리듬이 제법 괜찮았다. 넓게 열린 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잔잔했고 햇빛은 아직 따뜻함보다는 맑음에 가까웠다.
기다림이라는 감정도 이곳에서는 조금 다르게 만들어주고 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한 기다림이 아니라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에 가까워진다.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는 단순한 체험시설이 아니라 동해의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약 5.4km의 시간을 직접 밟으며 지나가는 여행이다. 궁촌역과 용화역 두 곳에서 출발할 수 있고 한 번 출발하면 약 1시간 정도 바다와 나란히 달리게 된다.
레일 위에 올라앉는 순간, 여행의 방식이 바뀐다. 이곳의 특징은 단순히 바다를 따라간다는 것에 있지 않다. 터널을 통과할 때는 빛과 음악이 어우러진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해송이 늘어선 길에서는 바람의 방향이 달라진다.
걷는 것도, 차를 타는 것도 아닌 조금은 느리고 조금은 직접적인 이동을 해볼 수가 있다. 발을 움직이면 바람이 따라오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다를 향한다. 철길은 직선으로 이어져 있지만 그 위에서 흐르는 시간은 직선이 아니다.
파도는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순간이 없듯이 레일바이크 위의 시간도 계속 새롭게 흘러간다. 삼척 해양 레일바이크의 이용 시간은 하루 다섯 번이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 10시 30분, 오후 1시, 2시 30분, 그리고 4시까지 이어진다.
삼척의 해양 레일바이크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바다를 보기 때문이 아니다. 바다와 숲이 동시에 존재하는 그 사이를 지나간다는 점이다. 요금은 2인승과 4인승으로 나뉘는데 2인승은 약 25,000원, 4인승은 약 35,000원 정도다.
한쪽에는 파도가 밀려오고 다른 한쪽에는 소나무가 바람을 붙잡는다. 그 사이를 지나가는 동안 사람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균형을 찾는다. 빠르게 살아가던 감정이 조금씩 느려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같은 장소라도 언제 방문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이 된다. 아침의 삼척은 보여주기 위한 풍경이 아니라 머무르기 위한 공간에 가깝다. 사람이 많아지기 전의 바다, 소리가 크지 않은 파도, 아직 시작되지 않은 하루의 모든 것이 겹쳐지면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루를 여행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우리는 늘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려고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삼척의 바다 위를 따라 달리는 이 길은 어쩌면 목적지가 있는 여행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성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은 여전히 그 아침의 삼척바다 위를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