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골목이야기와 미래에는 어떤 것이 가치 있을까.
점점 골목풍경은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골목길은 대형 아파트단지와 주상복합으로 바뀌면서 사라져 가고 이제는 오래된 도심이나 가야 옛날 골목풍경을 볼 수가 있다. 그런 생활이 편해진 것인지 아니면 인간과 인간사이의 공간을 단절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사람과의 교류는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 대전에도 오래된 골목길이 있는 곳들이 남아 있다.
도시는 넓어질수록 편리해지지만 깊어질수록 이야기를 품게 된다. 대전의 오래된 원도심으로 가면 두 건물 사이를 겨우 비집고 들어간 듯한 좁은 길이 이어진다. 회색 벽과 낡은 배관, 그리고 낮은 조명 아랫사람의 발걸음보다 시간이 먼저 흐르는 공간이다.
그 골목 끝에 작은 간판 하나가 보이기도 한다. ‘오징어불고기’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그저 식당을 찾고 있었을 뿐인데 문 앞에 서는 순간 이미 다른 시간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게 만든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월이 그대로 남아 있는 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 남기고 간 낙서들이 있고 오래된 메뉴판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흔적들이 있다. 이곳은 인테리어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인테리어를 완성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메뉴는 단순하다. 오징어불고기, 두루치기, 찌개등 하지만 이 단순함이 오히려 신뢰를 만든다. 너무 많은 음식을 만드는 곳은 오히려 맛이 없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버텨온 가게들은 메뉴가 많지 않다. 상 위에 반찬이 놓이게 된다. 과하지 않지만 맛은 정감이 있다. 김치, 나물, 장아찌, 그리고 몇 가지 반찬들. 요즘 식당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손이 계속 가는 것들이다. 그건 아마도 ‘맛’이 아니라 ‘익숙함’을 먹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곧 오징어불고기가 나온다.
붉은 양념이 밴 오징어와 삼겹살 그 사이로 보이는 양파와 채소가 있다. 불에 익으며 올라오는 김이 있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는 순간 강하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퍼진다. 생각보다 매운맛들이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이런 맛은 레시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골목을 나선다.
자연스럽게 발걸음은 근처 전통 시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조금 전 식당과는 또 다른 온도가 흐른다. 밝은 형광등 아랫사람들의 목소리가 오가고 물건을 고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수산 코너에는 얼음 위에 놓인 생선과 오징어들이 조용히 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곳에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재료들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알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시장과 식당은 서로 다른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져 있다. 시장에는 빠름이 없다. 대신 사람과 사람이 한 번 더 마주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격을 묻고 한 번 더 보고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물건이 아니라 관계가 만들어진다.
다시 골목으로 돌아 나오며 생각한다. 이런 공간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결국 편리함보다 기억에 남는 경험을 더 오래 간직하기 때문이다. 골목 끝의 작은 식당, 그리고 그 옆의 전통시장 그곳에서 만난 것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도시가 쌓아온 시간이었다. 대전의 어느 골목 안쪽에서 그 시간은 오늘도 조용히 숙성되어가고 있다. 골목길이 사라지는 미래에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