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레의 벚꽃

백제의 시간과 봄을 느껴볼 수 있는 부여의 구드래 조각공원

말 그대로 화사한 봄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4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생각하고 있다면 부여군에 자리한 구드래 조각공원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구드래 조각공원의 벚꽃을 볼 수가 있었다. 부여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백제의 시간이 함께 따라온다. 수백 년의 왕도가 머물렀던 공간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남아 있다. 그 흐름은 돌과 흙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백마강을 따라, 바람을 따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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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걷다 보면 벚꽃 사이로 보이는 백마강이 시선을 끈다. 물 위로 스며드는 빛과 꽃의 색이 겹쳐지면서 공간은 한층 더 부드러워진다. 과거의 왕도가 바라보던 강과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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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중심에 백마강이 있다. 백제의 수도였던 사비성을 감싸며 흐르던 이 강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흘러왔다. 그리고 그 강변에 자리한 구드레는 단순한 나루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자리이자, 왕도의 숨결이 가장 가까이 닿아 있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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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구드레는 과거의 기능을 내려놓고 또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각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된 이곳은 역사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이다. 돌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은 시간의 흔적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고, 그 사이를 걷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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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이 공간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한다.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구드레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된다. 나무마다 가득하게 맺힌 꽃들이 하나둘 터지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공원 전체가 연한 색으로 채워진다. 아름답고 화사한 얼굴의 모습을 가지고 그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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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래 조각공원에서는 걷는 속도가 조금 달라지게 된다.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걸음이 아니라, 머무르기 위해 걷는 느낌에 가까워진다. 벚꽃 아래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되고, 조형물 옆에서 시선을 오래 두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자연스럽게 멈추는것처럼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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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드레는 화려하게 꾸며진 관광지가 아니다. 대신 오랜 시간 쌓인 역사와 자연, 그리고 계절의 변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그래서 벚꽃이 피어나는 순간에도 그 아름다움은 과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그러나 충분히 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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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시간이 머물렀던 강변에서 피어나는 벚꽃은 단순한 봄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가 같은 자리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곳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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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시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벚꽃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4월의 이 시간을 놓치지 말고 방문해 보면 좋을 듯하다. 지금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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