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왕 이사부의 도시를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 삼척역
삼척을 여행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여행의 시작은 기차를 타고 삼척역에 도착하는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시의 중심이 아닌 곳에 내려선 느낌,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는 감각은 자동차로 들어올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들어낸다. 실제 방문해 보면 알겠지만 삼척역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은 분명하다.
새롭게 만들어진 역사의 구조는 단정하고 여유롭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보다는 잠시 머물러 있는 시간이 더 어울리는 공간이다. 플랫폼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와 넓은 대합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빛은 이곳이 단순한 이동의 공간이 아니라 여행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말해준다. 삼척역에 내려서 처음 눈에 뜨이는 것이 삼척 동해왕 이사부다.
기차를 타고 도착했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시간을 건너왔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삼척역에서의 여행은 조금 느리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삼척역에서 삼척 번개시장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삼척이라는 도시는 생각보다 오래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이사부다.
이사부는 신라 시대 장군으로 우산국을 정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정복의 이야기로만 보면 이 인물의 의미를 놓치게 된다. 그는 무력만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 아니라 지략을 통해 상황을 바꿔낸 인물이다. 나무로 만든 사자를 배에 싣고 위압감을 조성했다는 이야기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하나의 ‘심리전’에 가깝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상황을 해석하고 설계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삼척이라는 공간은 그런 시간의 층위를 그대로 품고 있다. 그래서 삼척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는 공간을 걷는 일에 가깝다. 삼척역을 나와 길을 건너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현대적인 역사의 구조에서 몇 걸음만 이동하면 바로 생활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된다. 삼척역 건너편에는 수산 식당들이 줄지어 있다. 간판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단순함이 이곳의 시간을 말해준다. 다른 역과는 다른 모습이랄까.
이곳에서는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 속에 들어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바다에서 바로 올라온 생선, 소박하게 차려진 식탁, 그리고 꾸밈없는 분위기. 그 모든 것들이 이곳이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삼척에서의 식사는 특별한 것을 찾기보다 자연스러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어울린다. 굳이 유명한 곳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오래된 간판 하나, 손님이 꾸준히 드나드는 식당 하나가 더 기억에 남는다. 삼척역에서 시작된 여행은 그렇게 이어지게 된다.
기차에서 내려 잠시 공간을 느끼고 이사부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리고 길을 건너 식당에 앉아 현지 음식을 먹으면서 삼척의 어느 곳을 여행할지를 생각해 본다. 이 단순한 흐름 속에서 여행은 완성된다. 우리는 종종 여행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여행은 오히려 반대다.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삼척은 그런 도시였다. 크게 말하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고,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그리고 그 시작점에 삼척역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