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모항해변, 시간이 머무는 방식

올해 부안 마실축제에서는 캐릭터 골드바를 받을 수도 있어요.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는 방식은 나이, 상황 등 여러 가지 여건에 따라 늘 달라진다. 부안의 모항해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색다름이었다. 이곳의 시간은 조금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파도는 크지 않았고, 바람은 서두르지 않았으며, 갯벌과 해변은 무엇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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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자리에 있었고 그래서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들었다. 부안의 모항해변은 잘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보여주기 위한 풍경’이 없다. 대신 ‘살아온 시간’이 남아 있다.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지질명소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오랜 시간 쌓이고 부서지며 만들어진 흔적들. 바다와 땅이 부딪히며 만들어낸 시간의 층이 이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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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설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바닷가처럼 보일 뿐이다. 이곳의 풍경은 친절하지 않다.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고, 감동을 강요하지도 않아서 오히려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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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이 풍경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물이 빠진 해변에는 바다를 향해 길게 이어진 돌길이 드러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만든 길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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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를 걸어가다 보면 육지와 바다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든다.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고 아직 도착한 것도 아닌 상태에 놓여 있다. 그 애매한 경계 위에서 사람은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순간도 사실은 이런 상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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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해변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특별한 것이 없는 대신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은 어항과 조용한 숙소, 사람이 많지 않은 해변에는 모든 것이 과하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무언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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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머무르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 조용한 공간에도 또 다른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이 있다. 부안마실축제가 열리는 시기인 5월이 기다려진다. 평소에는 느리게 흐르던 공간에 갑자기 사람과 음악, 그리고 소리가 더해진다. 조용했던 바다는 여전히 같은 모습이지만, 그 위를 지나가는 시간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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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월 청소년들이 모여 펼치는 댄스 경연대회는 이 공간에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각자의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고 각자의 리듬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순간들 그 모습은 어쩌면 어릴 적의 나와 닮아 있다. 정해진 틀 없이 자기 방식대로 존재하는 것들과 이어지는 공연들 속에는 다양한 목소리와 음악이 이 공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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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모든 소리가 지나간 뒤에도 이곳의 바다는 다시 조용해진다는 사실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모항해변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시간이 겹쳐지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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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안에서도 전혀 다른 두 개의 시간이 공존하는 곳이며 사람이 만든 시간과 자연이 만든 시간이 서로 부딪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다. 우리는 종종 더 많은 것을 보려고 여행을 떠난다. 더 유명한 곳, 더 화려한 곳, 더 특별한 곳을 찾아간다. 하지만 어떤 공간은 그 반대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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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며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남아버리는 곳이 좋지 않을까. 부안의 모항해변은 그런 공간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채우려고만’ 하며 살아왔을까. 어쩌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경험이 아니라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부안의 모항해변은 그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곳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 바다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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