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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3. 2017

대화 그릇

마음을 어루만지다. 

술은 관계에 있어 아주 좋은 윤활유이다. 그런데 윤활유를 너무 많이 넣으면 사람의 정신이 윤활하다 못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 때 하는 행동이나 말은 주정이 된다. 사람마다 술을 마시는 공간은 다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할 때 찾는 공간들이 있다. 예를 들면 Bar 같은 곳이 그런 역할을 한다. Room Bar 같은 경우 세미 룸살롱같이 변질되어서 제외를 한다. 


위스키를 제대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상온의 물을 살짝 섞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물은 최대 50%까지만 섞는 것이 좋다. 그것보다 더 섞으면 얼음 빠진 미즈와리가 되어서 물맛도 술맛도 아닌 것이 된다. 진심을 가진 바텐더가 손님에게 내놓는 한 잔에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손님이 맛보는 것은 단 한잔의 술뿐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도 같이 맛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위스키는 몰트 위스키로 다양한 몰트 위스키가 있지만 각기 특색이 있어서 선택의 즐거움이 있다. 예를 들면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대지와 혹독한 기후가 낳은 술이 있는데 수만 년이 걸려 퇴적된 식물이 피트를 만들고 그것을 태우면 독특한 풍미를 가진 위스키가 탄생한다. 그리고 12년 15년 18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위스키에 베어든 오크통의 성분이 복잡한 향기를 더해 토지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변하는데 그 위스키는 더 맥켈란이다. 


우리의 술은 장독에서 숨 쉬며 그 맛을 만들어 가지만 위스키는 오크통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하면서 맛을 만드는데 세리 통은 너츠와 바닐라 향을 더해주고 버본 통은 캐러멀 같은 향을 더한다. 힘든 하루고 내면적으로 스스로를  공격하는 느낌을 받는 날 대화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살아가면서 필자 역시 스스로를 속이고 정당화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결과가 모여 어느 날은 작별을 고하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 하루 싫은 자신을 보며 대화 그릇이 있다면 그 그릇을 꺼내고 싶어 진다. 사이토 다카시의ㅣ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도 있고 무라 야미 하루키는 하루에 무조건 원고지 20장 분량을 쓴다고 한다. 필자가 브런치에 쓰는 글은 조금 신경 쓰면 원고지 17장 분량 정도 된다. 그걸 하루에 다섯 개 이상 쓸 때도 있다. 그래도 허전할 때가 있는 날 무엇을 해야 할까. 


싱글몰트라도 지역마다 맛이 다르다. 싱글몰트의 주산지인 스코틀랜드의 몰트 산지로 하일랜드, 스페이사이드, 아일레이, 캠벨타운, 로랜드, 아일랜드 6개 지역으로 나뉘게 된다. 제일 많이 아는 맥켈란과 글렌리벳, 글렌피딕이 나오는 스페이사이드도 있고 하일랜드에서는 글렌모렌지, 아일레이에는 보모어, 라가블린, 아드백 등이 생산된다. 


술을 마시는 것은 대화를 마시기 위해서다. 잡담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벼운 지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마시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만남은 새로운 맛을 낳는다. 지금 정부에서는 담배에 적당한 세금을 부여하고 있다. 즉 저항하지 않으면서 적당하게 다른 파동을 만들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몰트 위스키의 재료인 보리에 세금을 과도하고 부과하자 산으로 숨어들어 세리 통에 술을 숨겼다. 그리고 술은 지금의 몰트 위스키처럼 호박색을 띠며 풍미가 좋아지고 더욱더 큰 세금을 부과하자 사람들은 곡물로 싸구려 그레인위스키를 만들어 팔았는데 예전보다 맛이 별로니까 몰트를 섞어 팔기 시작한 것이 밸런타인 같은 블랜디드 위스키의 탄생이다. 


새로운 만남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누군가와 만났을 때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끔 하는 사람이 즐겁다. 카밀라 카벨로가 불러서 더 즐거운 노래 Havana를 들으면 1940년 낚시를 좋아했던 헤밍웨이가 하바나의 레스토랑 바 플로리디타에 가서 대낮부터 다이키리를 마셨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카밀라 카벨로의 원곡 Havana도 좋지만 아리아나 그란데가 부른 Havana도 괜찮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노래를 들으며 하일랜드에서 생산되는 글렌모렌지 Duthac을 마시기 좋은 날이다. 


St. duthac는 스코틀랜드의 수호성인의 이름으로 글렌모렌지 증류소가 위치한 지역의 legend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위스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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