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된 살인 Part 11

Life Travel

지훈


죽어서 귀신이 되면 말이 많아지나? 엄청 말이 많다. 전에 봤을 때는 이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게다가 노래를 크게 틀어도 은애라는 친구의 목소리는 주파수를 달리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전달이 된다. 그녀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하고 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보통은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아 달라느니 자신의 가족에게 자신이 괜찮다는 것을 알려달라는 둥의 요구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왜 나와 수경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수경이의 어떤 면이 좋았는데요?"

"그냥 처음에는 괜찮아 보였어요."

"수경이가 미녀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편이잖아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거죠."

"처음에 어떻게 돈을 빌려준 거예요?"

"울면서 힘들어해서 그런 거예요. 됐죠?"

"그럼 다른 사람들이 울면서 힘들어하면 돈을 주겠네요?"

"그건 아니잖아요."

"연인이던지 친구이던지 간에 돈이 오가면 관계는 대부분 틀어져요."

"몰랐죠. 알았으면 그렇게 안 했겠죠."

"왜 그런지 알아요?"

"몰라요. 그래서 지금 복잡해졌잖아요."

"돈이라는 것이 주고받는 사람에 입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거든요."

"예~ 얼마나 달라지는데요."

"돈을 준사람은 돈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요. 돈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알면 미리 말해주시던지.."

"어쨌든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지훈 씨가 돈을 빌려준 것이 원인이라면 제가 죽은 것은 결과예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어쨌든 결과가 그렇게 된 거잖아요. 지훈 씨가 수경이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결국에는 문제가 생겨서 지훈 씨는 답답한 마음에 SNS 같은데 글을 올렸을 거예요. 그 결과 저는.. 이렇게 형체가 없는 존재가 되어서 누군가와 대화하지 못한 채 떠돌게 된 거죠."

"그쪽이 죽은 것은 정말 미안한데 저도 지금 복잡해요. 이제 그만 가면 안돼요?"

"싫은데요."


은애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친구의 X boyfriend 지훈이라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난 지훈이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 들어갈 돈의 일부를 빌려주기도 했다. 내가 죽은 이상 그 돈을 받기도 힘들겠지만 묘하게 얽혀 있는 느낌이다.


"거제도 간다면서요. 거기를 가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았거든요. 머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악몽 같은 기억이 사라져가는데 다시 생각나잖아요.'

"재미없어요?"

"아니 사람을 속여서 돈을 착취해간 전 여자친구의 친구가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하고 그 유령이 내 옆에 나타나 떠드는 게 재미있어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른 법이죠."

"원래 귀신이 되면 그렇게 감정이 없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서 그 모든 것을 무시하는 거예요?"

"내가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지훈 씨라는 사실이 나도 유쾌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이렇게 된 바에 분명히 그렇게 된 이유가 있을 거예요."

"끈질기네요. 그래요. 말해봐요."

"돈을 빌려주다 보니 돈 때문에 만나는 건지 사랑해서 돈을 빌려주는 건지 의심스러워진 거죠?"

"예! 솔직히 그랬어요."


사랑에 혹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그런데 생각 외로 제정신인 사람도 그렇게 행동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만나보고 그 사람의 인생을 엿보기도 했지만 비정상적인 행위가 벌어지던 시점에 그 사람들에게 어떤 심리적인 압박이 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난 죽고 나서 더 똑똑해지나 보다. 정신과 의사나 할걸...


도준


인간이 죄의 경중을 제대로 따질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살인이 가장 혐오스러운 범죄이고 여성에게는 성폭행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그런 정신적인 충격을 가져다주는 것일까. 수 사하다 보면 사람들마다 제각기 당한 상황을 가장 최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나봤다. 금전적인 것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은 사기를 가장 죄악시 했고 자신의 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성관련 범죄를 가장 큰 범죄로 생각했다. 냉동 살인의 범죄자는 대체 어떤 범죄를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생각한 것일까? 게다가 그는 아니 여자일 수도 있다.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친구는 너무 완벽한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조사해봐도 실마리도 안 잡히고 은애라는 피해자만 빼놓고 모두 냉동된 상태에서 발견된 덕분에 사망일자나 시각을 알 수가 없어요."

"실종신고가 된 것을 확인했는데요. 그걸로도 부족했습니다."

"살인은 계속되겠죠?"

"아마 그럴 겁니다. 자신이 이 사회를 필터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날 도로의 CCTV를 모두 확인해보고 살인 직전의 시간대에 지나간 차량을 확인했는데요. 용의자의 차량으로 유력하게 보이는 차량은 대포차로 확인이 되었어요. 그 사건 이후에 CCTV 등에서 발견된 적은 없고요."

"범인을 끌어낼 방법이 없을까요?"

"제가 가정을 하나 세워봤습니다. 우선 마지막 희생자인 은애라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겁니다. 저는 은애가 원래 목표로 했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범인은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수경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

"왜 수경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인터넷에서 관련된 흔적을 모두 조사해봤는데요.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은 수경이라고 추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한 친구에는 은애라는 사람이 있었던 거예요."

"수경을 노리다가 은애를 납치해서 살해했다 머 그런 거예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죠."

"은애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아요?"

"제가 잘 알 수는 없지만 피해자의 Facebook에 들어가보긴 했습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과는 다르더군요. 생각자체가 바람직하다고 해야 할까? 일반적이지는 않았어요. 직업에 상관없이 주도적인 삶을 꿈꾸는 여성이었죠."


바람직한 관점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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