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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7. 2017

광시 한우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방법

예산군에 가면 먹어야 할 음식이 다섯 가지였지만 이제는 여덟 가지가 되었다. 일명 예산 8 미(예산 소갈비, 예당 붕어찜, 예당 민물 어죽, 삽다리 곱창, 수덕사 산채정식, 예산 장터국밥, 예산 국수, 광시 한우)로 이중에 모두 먹어보았지만 힘들었을 누군가를 위해 광시로 발길을 해보았다. 고기 하나 먹기 위해 먼 거리를 움직였지만 생각만큼 피곤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눈이 내린 다음 날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다. 

한우의 특수부위는 가격이 만만치 않아 배부르게 먹는 것은 때론 용기(?)를 내야 하기도 한다. 그렇게 길지 않은 가로  300m 도로변에 약 30개의 고깃집이 있는데 대부분 식당과 정육점을 겸해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30여 년 전부터 고깃집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다가 지금은 한우거리로 자리 잡았다. 이곳을 찾아왔다는 것은 특수부위를 배부르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직접 도축을  하는 곳이 많아서 천엽과 소간, 육회, 육사시미 정도는 서비스로 나온다. 대동소이한 것 같지만 음식점마다 조금씩 메뉴가 다르고 음식 구성도 다르니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찾아들어가는 것이 좋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걱정을 내려놓는 시간이다. 일상의 고민이나 1주일의 피곤함을 뒤로하고 먹기 위해 떠나온 여행에서 음식점을 정하고 들어가면 아주 잠깐의 시간이지만 먹는 동안은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즐기는 것이 좋은 듯하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꼭 좋은 부위가 아니라는 여러 가지 정보도 있고 방송에서도 나왔지만 어쨌든 간에 마블링이 좋은 고기가 입에서는 살살 녹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모둠은 보통 생갈비, 특 꽃등심, 안창, 토시, 새우살, 업진, 안심 등으로 구성이 되는데 보통 두 명이 가서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100,000 ~ 130,000원 정도는 드는 것 같다. 소의 등급을 매길 때 1번 요추를 끊어서 등심을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초음파로 미리 측정해보면 근육 내 마블링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소박하면서도 정감 가는 음식인 소면 혹은 국수는 예산이 또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예산에서는 국수가 많이 생산되는데 예산 국수 하면  육수가 가장 큰 매력을 가졌지만 여전히 담백함이 깃들어 있는 국수 면발의 매력이 살아 있다. 이 음식점의 국수는 호박과 계란, 바지락이 특징이다. 국물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다. 

이날 의외의 매력은 바로 이 토시살에 있었다. 잘 구워 놓으면 그다지 비주얼이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한 입 먹어보면 그 고소함과 육즙의 풍부함이 그만이다. 같이 간 지인이 이렇게 맛있는 토시살을 본 적이 없다며 연신 입으로 가져간다. 토시살은 갈비에 속하는데 살코기가 많고 지방이 적고 고기 맛도 연하면서 고소하지만 소 한 마리를 잡을 경우 부위도 주먹만 하게 나올 정도로 적게 나오는 부위다. 

공원으로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광시한우 테마공원에는 소를 주제로 한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보통 소의 특수부위로 토시살, 치마살, 안창살 등이 많이 소비되나 홍두깨살이나 아롱사태도 아주 조금씩 나오는 특수부위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식탁 위에 얹어진 고기를 소비할 뿐이지만 정형은 차가운 작업으로 차가운 원료육을 차가운 온도에서 차가운 칼로 다듬는다. 

12 지신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공원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정형이 잘되어서 예쁘게 가공된 소고기를 보고 있으면 육 색이 화려하게 피는 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소고기의 부위와 질도 맛을 좌지우지하지만 무엇보다도 숨은 공신은 숯일 듯하다. 프랑스에서는 숯을 만드는 사람을 '큐죄르(Cuiseur)'이라 부르며 고급 이미지를 부여하고 있다. 좋은 고기는 참숯의 불길 위에서 살짝 익혀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무엇보다도 굽는 사람의 정성이나 테크닉도 큰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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