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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4. 2017

홍차 한잔

여유 그까짓꺼...즐겨보자

홍차 한잔의 매력은 숙성하는 데에 있다. 딴지 얼마 안 된 녹차로 우린 차의 향은 맑고 향기롭지만 차 잎을 따고 나면 1년 내에 그 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우롱차나 보이차보다 더 많이 숙성된 차인 홍차는 향이 더 강하면서도 카페인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우려낸 찻물의 빛이 붉기 때문에 홍차(紅茶)라고 하지만 찻잎의 검은 색깔 때문에 'black tea (검은색 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은 공주를 대표하는 구도심 골목이다. 대구의 북성로와 동성로 일대만큼 많은 찻집들이나 음식점이 있지는 않지만 명소가 된 찻집이나 음식점 몇 곳이 있어 둘러볼만하다.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이라는 이름으로 명명이 되어 있는 구도심 골목의 담벼락의 일부에는 넝쿨이 담벼락에 엉켜 있어 앙상한 가지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곳을 둘러보는 것은 30여분이면 충분하지만 제민천을 따라 공주시청까지 걸어가는 것까지 생각하면 1시간 정도을 생각하면 된다. 

골목 안의 집들의 담벼락의 높이가 제각각이다. 이 골목을 여러 번 와봤지만 눈에 보이는 담이 큰길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고 안에 있는 나무가 얼마나 큰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루치아의 뜰이라는 차문화 공간이라는 시립도서관 북까페가 있다. 차와 문화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다. 

루치아의 뜰은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겨울의 고요한 뜰의 구석을 잘 찾아보면 쟁기와 가래가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 지금 루치아의 뜰의 집과 나무들은 이제 꿈속에 남아 있으리라. 이곳을 운영하는 루치아처럼 어떤 고장에 정착해 산다는 것은 거처할 수 있는 이곳 찻집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을 부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뒤쪽에 색다른 느낌의 카페도 있지만 전면에 있는 카페의 분위기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이곳을 들어갈 때는 그동안 계속 생각해왔던 소망이나 목표, 욕망 혹은 바라던 행복을 생각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차 문화 공간으로서의 느낌만 가지고 싶다. 

일행보다 먼저 안쪽으로 들어와 본다. 밖에서 볼 때의 살짝 부러움이 있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다. 분위기 있는 카페의 안에 들어오니 마침 준비하고 있는 차를 우리는 동안의 향이 천천히 폐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어릴 때 다락방에 살지는 않았지만 다락방은 나이에 상관없이 올라가 보고 싶고 잠시라도 머물러 보고 싶다. 루치아의 뜰의 다락방은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행복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 평범한 사람들에게 행복은 좋은 출신에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다니며 흠모의 대상이 되는 결혼을 하여 가정을 훌륭하게 건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이 가득한 시선을 받는 것을 생각한다. 


행복은 그냥 주변에 있는 것 같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잠을 자는 것외에 하늘에 노을이 곱게 피어나면서 붉은 장밋빛으로 시작해 보랏빛으로 변해 가는 현상과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다양하고 미묘한 미소 속에 변화가 있다는 사실 속에 행복이라는 단어는 짦기는 하지만 무거우면서도 충실한 것, 잠시 황금을 연상하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찻잔에 담길 차는 홍차로 홍차는 찻잎의 배합 방법에 따라 단일 종류의 찻잎만을 사용하는 스트레이트 티, 두 종류 이상의 찻잎을 블랜드 한 블렌드 티, 과일이나 꽃잎 같은 첨가물을 넣어 향을 낸 가향 차로 얼 그레이 홍차 같은 것이 있다. 동양에서 딴 찻잎이 영국까지 건너가는 동안 자연 발효가 되어 마시기 시작한 홍차는 영국의 상류층 문화에서 빠지지 않는 차로 세계의 차 생산량의 약 80%가 홍차 일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공주의 구도심을 여행하면서 시간이 3시를 넘어갈 무렵 몸이 노곤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유럽에서도 오후 3시 무렵에 귀족 부인들은 홍차와 쿠기 등의 간식거리를 가져오도록 하였다고 한다. 홍차의 카페인과 달달한 쿠키의 당분이 노곤한 몸을 깨워주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은 달달한 실론티 캔을 많이들 기억하지만 실론티는 스리랑카산 홍차를 의미하며 '실론'이라는 이름은 스리랑카의 옛 이름이었다.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홍차가 몸에 해롭지는 않다. 홍차에 담겨 있는 진한 카페인은 사람의 피로를 줄여주는 적당한 선에 걸쳐 있다. 

인도나 중국에서 생산되는 홍차가 가장 많이 팔리기도 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홍차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홍차는 운남 홍차, 정산소 총, 기문 홍차를 3대 홍차라고 하며 이중에 기문 홍차가 혼자 하는 독서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딱 좋은 느낌의 맛을 선사하는 듯하다. 보통 음용법으로 잎차와 티백으로 마시는 방법이 있는데 아무래도 일반 대중적인 카페에서는 가격대 가성비 때문에 티백으로 된 홍차를 주로 팔지만 홍차 전문점에서는 본연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잎차로 만들어진 차를 맛볼 수 있어서 좋다. 


루치아의 뜰의 다락방에 올라 지금 한 사람의 이방인으로 홍차 한 잔에 그리움을 담아 잔을 마지막까지 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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