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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1. 2017

보령 바이러스

떠난 오서산에서 시간을 놓다. 

여행의 참 맛을 알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열심히 내달려야 할 것 같은 대한민국에서 강박관념이 없기는 힘들다.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일상은 풍요로워지는 것 같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여행길에 올라서면 그 집착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듯이 흘러내린다. 

보령의 오서산 자연휴양림은 휴양하기 좋은 곳으로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라는 오서산에 자리한 곳이다. 오서산은 지금의 서울을 등지고 있어서 과거에는 역적의 산으로 불리기도 했던 곳으로 백제부흥운동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머물기에 좋은 휴양림의 공간이 있어서 마치 자석이 철을 당기듯이 여행의 매력이 배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는 아이들은 따뜻하게 무장을 하고 나서야 한다. 크고 좋은 것과 비싼 것을 살 수 있어야 성공이라는 세상에서 작고 초라한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은 여행이 가르쳐 준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생기는 병이라는 문구를 어디서 본 기억이 난다. 

삶의 아슬아슬한 그 느낌을 버리려고 떠나는 여행은 용감해야 가능한 것 같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은 아쉬움과 불안감을 느끼는데 그것은 아마도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삶의 불확실성 때문이 아닐까. 가을의 억새가 멋들어진 오서산은 겨울에 여행가도 좋다. 한적한 분위기와 함께 삶의 현장이 오서산에서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서산 자연휴양림의 휴양관에서 하루를 묵기 위해서 예약을 했다. 내 소유의 집보다는 이 세상 한 구석이라도 더 내 발로 밟아보고 이국적인 풍광과 숲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신선한 공기가 더 좋을 때가 있다. 보령 오서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동안 죽어 있었던 내 몸의 감각이 깨어났다. 같이 갈 수 있는 사람과의 함께한 추억이  소중하고 다시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이 순간이 즐거워질 수 있었다. 

집 근처에서 사 온 신선한 돼지의 목살과 천북의 굴의 맛의 조합이 꽤나 괜찮다. 삶아서 먹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굴을 구워 먹어보기로 한다. 삶아서 먹는 굴보다는 조금 짜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양보할만하다. 


공기 좋은 곳에서 먹는 한 점의 고기는 그냥 그 자체로 보약인 것 같다. 서해의 염전에서 오랫동안 간수가 되어서 질 좋은 굵은소금을 위에 얹어서 구어 본다. 분자요리의 아버지라 불리는 페란 아드리아 셰프는 소금을 두고 “요리를 변화시키는 단 하나의 물질”이라고도 했다.  간수가 잘된 소금은 요리에 있어서 맛을 내는 시작과 끝이다. 

하룻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버렸다. 오서산의 새벽 공기는 누구의 채취도 섞이지 않는 숲의 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오서산의 새벽 풍경에는 낯설지 않은 익숙함과 함께 묘한 낯 섬도 섞여 있다.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라면을 끓여서 아침을 해결하고 오서산을 나선다. 

보령의 오서산으로 여행을 떠나면 항상 이 방조제를 지나간다. 아침을 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 적지 않게 눈에 뜨인다. 꽤나 쌀쌀하게 불어오는 아침 바람에 몸이 얼어붙기 시작하는 것 같다. 바다 풍광은 좋지만 옷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찬 공기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얼마 전에 포항을 갔다 와서 그런지 짙푸른 바다 풍광이 눈앞에 아른거리지만 자주 오는 보령의 바다는 짜디짠 바다내음과 함께 사람들의 사연이 묻어 있을 것 같은  오천항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낚시를 하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갈매기와 함께 가끔씩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가 반갑다. 

오서산 정상에 올라오면 보령의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꾸준히 이어지는 삶의 시간은 여러 가지 사연이 버무려진 하나의 소설이라면 잠깐 떠나는 여행은 짧은 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긴 장편소설의 중간중간에 들어가는 다채로운 여행 시들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올해는 보령으로 적지 않게 여행을 떠났던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공간마다 있는 사람이 공간과 닮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곳에서 필자는 특별한 이방인이 되고 싶다. 여행을 떠나는 날 특별한 일들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가는 날이 장날이면 좋으려나. 

이제 3~4개월 있으면 이런 풍광이 오서산에 다시 그려지겠지? 

녹색의 푸르름이 피어나고 물은 녹아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 눈으로 보이고 꽃이 만개할 때의 오서산이 눈에 선한 것 같다. 

지난여름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는 축제가 열리면서 화려한 폭죽이 하늘을 수놓기도 했다. 오서산에서 보낸 짧은 시간의 휴양은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여행은 핑계를 대면 평생 떠날 수가 없다.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떠나지 못한 여행이 얼마나 많았던가. 


마치 인생처럼 여행은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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