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을사오적 1-02

HC Golobal

"함경도에서 파업이 일어났다니 무슨 소리야?"

"아마도 주 30시간 근무로 인한 월급 문제하고 일본 본토와의 임금격차를 다시 거론한 모양입니다."

"한반도에 있는 놈들은 불만이 항상 많아. 어떻게 지역마다 임금이 똑같을 수가 있나. 경제규모가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대로 그렇게 살아야지 매사에 불만이 많아."

"그렇지 않아도 북부 경시청에 연락을 해둔 상태입니다."

"그래 이번에 잘 마무리해야지 또 이런 일 생기면 걷잡을 수 없으니까 잘 마무리하도록 해봐."

"예 알겠습니다."


2020년은 한반도가 일본제국령에 병합된 지 110주년이 된 해로 100주년보다 더 큰 행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HC Global은 2020년을 생체시료 저장소(Biorepository) 사업 원년의 해로 삼고 전 세계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많은 후원을 하면서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의료와 관련된 사업은 모든 것을 다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 발을 뻗고 있었는데 그중에 함경도 공장은 건강음료를 생산하는 곳으로 저임금에 기반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인권위원회 등에서 상시 권고를 받기도 했지만 매년 설정된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았다.


30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숨 고를 새도 없이 무언가를 골라내고 있었다. 공장은 자동화되었지만 나노기술로 생산되는 상당수의 제품들이 문제를 만들어서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여자의 눈에는 가상 망막 디스플레이 렌즈가 껴 있어서 조립되었을 경우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여자의 뒤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연지씨. 오늘 시간 있어?" 여자는 남자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봤지만 눈에 낀 렌즈로 인해 공간의 왜곡이 일어났다. "네? 지금 일하는 중이라서."

"아 알았어 있다가 다시 말할게."

여자는 사실 남자의 말을 듣기는 했으나 모른 척했던 것이다. 라인 파트장인 남자는 유부남으로 여러 여자 직원에게 껄떡대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매년 월급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공장 사장의 사위로 누구도 쉽게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남자가 생산라인을 벗어나서 사라지자 앞에 있던 여자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 자식은 지치지도 않나 봐."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요. 저번에 최지영 씨도 찍혀서 결국 나갔잖아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파업에 동참할 거야?"

"모르겠어요. 노조가 있어도 제대로 보호해준 적이 없잖아요."

"맞아 저번 파업 때도 파업 주동자만 잘리고 결국 아무것도 못 얻었잖아."

"일본 본토 미쓰이에서 근무하면 그렇게 조건이 좋다고 하던데요. 저도 거기에서 일하고 싶긴 해요."

"뭐 여기서 일하는 사람 모두 그게 목표지. 근데 아무나 거기서 일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일본 본토인이 아니면 그것도 쉽지 않고..."

"아니 일본과 병합된 지가 100년도 넘었는데 아직까지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요?"

"그러게 말이야."


충남의 대사찰이었던 마곡사는 역적 김구가 숨어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952년 폐사되면서 지금은 조그마한 암자 하나만이 남아 옛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작은 암자를 지키며 살고 있는 승려 김인식은 김구와 인연이 깊었다. 일본인들도 차마 그 암자까지는 없애지 못한 것은 김인식의 높은 학식 때문이었는데 세 벌의 옷과 주머니칼, 이쑤시개, 바리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삼의일발(三衣一鉢)의 생활을 몸소 실행하면서도 많은 가르침을 전해 일본 본토에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뭘 한다고?"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그게 가능하겠나? 지금 이 체제로 바뀐 것이 100년도 훌쩍 넘었는데?"

"을사오적의 가문만 잡을 수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그 가문이 이 한반도 자체야. 어디든 손이 안 뻗은 데가 없어 기업은 물론이고 법조계, 언론, 정치, 자치단체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제게 계획이 있습니다."

"설마 몇몇 사람들을 암살한다고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자신이 가져온 수첩을 꺼내서 김인식에게 펼쳐 보였다. 수첩에는 그간 만나온 사람들과 앞으로의 계획 같은 것이 담겨 있었는데 나름 설득력이 있는 시나리오도 같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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