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도준
부검이라는 말의 뜻은 '저절로 드러난다'이다. 시체 안치실에 있는 은애의 사체를 보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명확하다. 그리고 타살이다. 보통 사체절개는 Y자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망자가 여자일 경우 최초의 절개는 U자형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사체의 훼손이 덜하기 때문이다.
"민 경위님! 피해자의 사체를 보는 건 두 번째인가요?"
"예 저번에 검시소견서를 보고 나서 한 번 보러 왔죠. 근데 왜요?"
"어떻게 보여요?"
"뭐 가요? 이 피해자 시신 말인가요?"
"아니 그냥요. 피해자와 수경이라는 사람 있잖아요. 두 사람 사이가 어땠을까요?"
"지난번 참고인 조사 때 만났는데 이상한 낌새를 느끼진 못했어요."
"수경이라는 사람을 경찰청 DB에서 확인해봤는데 과태료 안 낸 거 십몇만원과 10년쯤 전 벌금 처분받은 거 외에는 없더라고요."
"혹시 친구를 용의 선상에 올리는 거예요?"
"아니요.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흠... 전 가볼데가 있어서요. 먼저 들어가세요."
"어디 가시게요?"
"확인해볼게 있어요."
형사사건의 경우 경찰청 DB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민사사건은 확인하기가 힘들다. 도준은 법원에 있는 친구에게 확인하려고 움직였다.
"오래간만이야. 요즘 바쁘지?"
"머 똑같지. 넌 어때."
"사건 하나 조사 중인데 이 사람에 대해서 좀 확인 좀 해줘."
"그런 거 해주면 안되는데..."
"꼭 확인해보고 싶어서 그래."
"알았어.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는데."
"이거야."
"흠 최근에 민사소송에 걸려있네. 피고로."
"피고? 그럼 원고는 누구야?"
"김지훈"
"그 사람 연락처 있어?"
"응 010 2942 1020"
"고마워 나중에 밥한 번 살게."
"말로만 하지 말고 꼭 사."
지훈이라는 사람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법원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아까 알려준 번호를 누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김지훈 씨 되시나요?"
"예. 맞는데요? 누구세요?"
"저는 노원서의 박도준 형사입니다."
"무슨 일로..."
"김수경 씨라고 아시나요?"
"예 알긴 아는데요. 경찰이 무슨 일로 저에게 전화를 하는 거죠?"
"다른 건 아니고요. 최근에 시체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이름이 이은애입니다. 들어본 적 있나요?"
"예.. 뭐 몇 번 본 적은 있습니다. "
"그래도 아는 사람이었는데 목소리가 차분하시네요."
"요즘에 제가 정신이 없어서요."
지훈
뭐라고 말을 해야 하지? 은애 귀신이 찾아와서 이미 죽은 걸 알고 있다고 말해야 하나. 날 미친놈으로 볼 텐데. 아니면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 어떤 식으로 말하던 간에 분명히 의심받을 것이 뻔하다. 하필이면 이 귀신은 잘 쫓아와서 곤란하게 만드는지...
"누구 전화예요?"
"시간 내서 노원서로 한번 나오시겠어요?"
"제가 지금 휴가 중이라서 진주에 와있거든요."
"휴가요? 때가 묘하네요. 그럼 언제쯤 올라오는데요?"
"3~4일쯤 있다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누구?"
"그럼 그때 참고인으로 한 번만 나와주세요."
"예 그럴게요."
민사소송만으로 복잡한데 살인사건까지 얽혀서 조사를 받아야 된다니
"혹시 형사예요?"
"예 그쪽 덕분에 여행 와서도 골치 아프게 되었네요."
"경찰서로 나와달래요?"
"잘 아시네요."
"제가 범인 이름이나 사는 곳은 모두 모르는데 얼굴은 기억나거든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말이 돼요. 날 미친놈으로 보던가 용의자로 의심하겠죠."
"그날 알리바이는 있어요?"
"있어요. 그날 회사에서 야근했습니다."
"그럼 된 거잖아요."
"지금 민사소송이 걸려 있는데 내가 납치 의뢰라도 했다고 하면 뭐라 해요."
"했어요?"
"안 했어요. 그리고 그쪽이 죽은 지도 몰랐고요."
"그래도 범인을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경찰들을 믿어요? 지금 그 놈 때문에 온통 난리일 텐데"
"그때 보니까 그렇게 바보 같지는 않던데..."
"누구요? 그 형사를 알아요?"
"예 지훈씨보다 먼저 만나봤죠."
"왜 여기까지 따라와서."
"미안해요. 지훈 씨 생각은 안 했네요. 근데.. 정말 범인과는 관계가 없죠?"
"에이 진짜. 죽은 귀신이 진주비빔밥 이야기할 때 알아봤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것도 아니고 죽은 귀신은 먹고 싶은 것이 많다로 바꿔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