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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7. 2017

삶의 위기

탈출이 유일한 답일까. 

국민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1997년에 원치 않는 선물을 받았다. 그냥 평범하게 살았다면 거의 들어보지 못할 조직의 이름 IMF다. 혹시 탐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에서 불가능한 일을 해결하는 IMF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말해두고 싶다. 세계경제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필요하다.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에서 달러가 없다면 그건 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공업 위주의 한국경제를 이루며 만들어가는 데에는 박정희의 큰 지원(?)이 있었다. 그때는 그냥 말도 안 되는 사업을 해도 밀어주었고 모든 경제적인 이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실하게 밀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약 30년 후인 1997년에 불거진다. 대기업은 순환출자와 지주회사를 만들고 모든 사업에 발을 벌리면서 그 구조는 취약해져 갔다. 결국 돈을 못줄 위기까지 몰린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모든 국민이 짊어져야 했다. 차라리 IMF 위기는 명확해서 다행이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았고 그전까지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먹고살고 집을 살 수 있었다. 그 후 20년 그들은 더 은밀하게 국민을 갉아먹을 계획을 세우고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현재 사회를 관통하는 것은 LIFE다. 삶을 의미하는  LIFE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L (Long Long Life)


IMF 이후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의 수명은 늘어났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지만 사회에서는 원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번 돈으로 늘어난 수명을 버텨야만 한다. 오래 살아서 좋은 것 같은데 재앙처럼 다가온 것이다. 더군다나 복지사회에서 필수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통한 재원확보는 더 악화되었다.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그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생활도 같이 악화되었다. 문제는 IMF 이전과 그 이후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바뀌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회는 변화했고 요구하는 일자리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직장인과 자영업 두 가지만 꿈꾼다는 것이다. 프로 직업인의 시대가 도래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소수다. 부모나 누군가의 지원이 있지 않는 이상 프로 직업인이 되려면 오랜 시간 준비와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직업인이란 나이에 상관없이 특출한 재능이나 브랜딩으로 수입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I (아이 = children)


아이가 없는 시대 아니 아이를 기를 수 없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정부에서 10여 년 동안 무려 150조 원을 출산과 관련된 정책에 쏟아부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심지어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무상급식과 아이날 때 주는 조금의 돈과 생색내기용 양육비 정도다. 그 정도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입안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자 결혼을 했다 치자 집을 마련하는데 10년이 걸린다고 하면 뭐 서로 힘을 합쳐서 버텨볼 수도 있다. 그러나 50년이 걸린다면 말이 달라진다. 사회는 50년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데 50년을 무슨 수로 버틴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가계 부채의 수준은 1,400조에 이른다. 부채는 미래 소득을 가져다 쓴 것이지 가처분 소득이 아니다. 즉 미래에 지속적인 돈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아래 빌리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무언가 하나를 아니 두 개정도 포기하면 된다. 출산과 결혼을 포기해야 되는 시대에 온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만약 지금 직장이 괜찮아서 연봉이 1억이 된다 치자. 그런데 그것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미래가 있는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 수 있을까. 그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머리가 아픈 일이다. 그냥 나 혼자 즐기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내 몸 하나 보살피기 힘든데 무슨 아이까지 고려하겠는가.


F (Fail)


실패라는 단어는 성공의 다른 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사람들에게 실패는 그냥 실패다. 패자 부활전 같은 건 없다. 직장에 한 번 밀려나고 자영업에서 망하면 그냥 떨어져서 다시 올라오기 힘들게 만든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먹고살기 좋다고 착각했던 것은 정권이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임금 경쟁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있었을 뿐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다양한 생산품들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었고 정부가 뒷받침해주었던 반도체나 자동차의 수출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다. 얼마든지 한국보다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국가들도 늘어났고 기술 수준도 평준화되어서 굳이 한국 제품을 사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IMF  이후 20년 동안 정치인들과 대기업은 결탁해서 골목시장을 야금야금 장악했다. IMF 이후 20년 동안 대기업이 골목에서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이 어려워져 갔다. 기업은 수익을 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인력비를 아끼는 것이다. 직접 고용을 하지 않고 간접고용을 하고 먹을거리가 없는 국내에서 입찰단가로 장난질만 하면 얼마든지 그 가격에 생산을 하겠다는 기업이나 일을 하겠다는 중소기업이 넘쳐난다. 단가 후려치기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중소기업이 근로자에게 얼마나 많은 임금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서 굳이 호봉에 따라 임금을 올려줄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구조적인 문제가 심화된 한국에서 실패는 그냥 실패다. 실패를 거듭하면 더 안 좋은 곳으로 갈 뿐이다. 


E (Experience)


앞서 세 가지 알파벳을 이야기하다 보니 너무 암울해진 것 같다. 각자도생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말이다. 주변을 살펴볼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문제가 생겨도 외면한다는 것이다. 지금 먹고 살기 팍팍해 죽겠는데 미래를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겠는가. 망가져가는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는 수많은 사람들이 엮어서 살아간다. 현실 도피나 한탕주의는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제 사회에 처음 진출하는 사람이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 돈 = 시간을 바꾸어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 = 경험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언급하는 경험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쌓은 오랜 습관 혹은 순간을 말한다. 사회에서 주변에서 누가 얼마를 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돈은 누가 가져갈 수 있는 재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에 쌓인 유익한 경험은 그 누구도 쉽게 가져가지 못하고 가져갈 수도 없다. 


사람의 가치는 경험이 쌓일수록 빛이 나는 법이다. 그건 불공평한 경쟁에서도 매우 유익한 무기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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