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마음의 손이 있다.
진부한 이야기와 전개 그리고 클리셰가 넘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매력은 오로지 연기자들에게 있었다. 이미 결말이 보이는 영화를 빛나게 만들어주는 것은 마음을 다해서 그리는 연기뿐이다. 연기력이라면 두말할 것 없는 배우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의 열연으로 인해 그것만이 내 세상은 볼만한 영화가 되었다. 특히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타고난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어 남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진태의 비중도 상당히 컸다.
일가족의 아픈 사연을 통해 시작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태와 같이 사는 엄마 인숙의 사이에 오래간만에 재회한 아들 조하가 찾아온다. 지금은 관심이 시들해진 복싱이지만 그래도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을 거머쥐었다가 폭망 해서 돈이나 명예도 없고 가진 실력 하나 없는 지질한 조하는 이들과 함께 살 수밖에 없었다. 전혀 다른 두 형제의 삐걱대는 브로맨스 스토리는 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손은 머리가 시키는 대로 아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을 가진 진태는 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동영상을 보고 소리를 듣고 음악을 연주해 왔다. 손은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도 부술 수도 있다. 피아노를 치는 연주가나 글을 쓰는 작가나 그림을 그리는 미술가 모두 손으로 무언가를 한다. 그러나 손은 단지 무언가를 도와줄 뿐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무언가의 가슴이다. 글을 쓸 때 보면 가슴이 뛸 때 더 즐겁고 재미있으며 때로는 감동이 남는 글이 써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글이 리드미컬하게 읽힌다는 것에서는 음악과 비슷한 부분이 없잖아 있다. 글이 무미건조하게 항상 같은 음계만 친다면 아마도 그 글을 읽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색깔이 묻어나고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이병헌의 어수룩한 연기를 보러 갔다가 생각 외의 박정민의 연기가 돋보이면서 그 사람만의 매력과 음악의 즐거움을 만날 수 있는 영화였다.
인간에게는 마음의 손이라는 것이 있다. 마음에 어떻게 손이 있냐고 묻겠지만 누구나에게 있다. 마치 엉덩이의 드러나지 않는 꼬리뼈처럼 퇴화한 사람도 있고 겉으로 드러나고 쓸 수 있는 실제 손처럼 잘 발달한 사람도 있다. 재능은 그것을 감당할만한 사람에게 준다는 생각이 든다. 감당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재능을 준다면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던지 아니면 그 재능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의 생을 끊게 될 것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정애와 천재성의 간극에서 느끼는 연민과 천역 덕스러운 지질함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