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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6. 2018

한파 (寒波)

천안 쌍용공원 거닐기

갑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통 한파라고 부른다. 추워 죽겠는데 난방수요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전력 사용을 줄여달라고 하지만 추운 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지만 추위가 갑작스럽게 몰려오면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낮게 내려간 온도가 만든 망이 미세먼지를 밀어낸다. 이렇게 한파가 몰아닥칠 때 야외로 나가본 사람은 유독 맑은 것을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야외로 나오는 사람들이 상당히 줄었지만 그래도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추위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천안에서 규모로 친다면 상당히 큰 규모의 도시 자연공원인 쌍용공원은 네 개 동에 걸쳐 있는 곳으로 봉서산 자락 일부가 포함되어 2008년에 봉서 도시 자연공원지역과 1968년에 쌍용 공원이라고 지정되어 불리는 곳이다. 

쌍용 공원의 면적은 165만 9062.4㎡로 이 안에 있는 편의시설만 해도 사각 정자 2개, 팔각정 2개, 평상 8개, 평의자 59개, 약수터 1개, 등의자 56개, 가로등 144개 등에 달한다. 

차가운 한기가 옷 안으로 스며들어 들어온다. 오래간만에 세차를 하려고 했건만 세차를 하는 주유소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래도 미세먼지가 없다는 것에 안도하면서 쌍용공원을 걸어본다. 쌍용공원 중앙 쪽으로 오니 흔하게 보던 예술 작품들이 보인다. 이미 수십 번을 본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이다. 

영화 겨울 왕국 속의 겨울은 그렇게 추워 보이지 않았는데 현실 속의 추위는 상당하다. 영하 16.4도로 올겨울 최저 기온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한 서울은 낮에도 강한 바람으로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에 머무르기도 했다고 하는데 천안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작품 중에 쌍용공원과 한파에 어울리는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인 것 같다. 온도가 내려간 덕분인지 몰라도 별이 잘 보이는 밤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별들이 반짝이며 빛의 잔치를 잘 표현했다.  불꽃처럼 보이는 것은 사이프러스 나무와  노란색의 별들과 달이 물결치듯 움직이며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파로 인적이 드문 곳에서 한 명의 여행객처럼 보이는 여성을 만났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한파에 쌍용공원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묘미인 듯하다. 

폴 세잔의 과일 접시가 있는 정물이라는 작품으로 사과를 먹는 것을 좋아했는지는 몰라도 세장은 자신의 정물화에서 사과를 많이 등장시켰다. 세잔이 사과를 즐겨 사용했던 이유는 사과가 양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여겼다고 한다. 세잔의 예술성을 높게 평가해서 이 작품을 가지게 된 폴 고갱처럼 누군가의 예술성을 높게 평가해준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쌍용공원에서 보았던 문구가 생각난다. 


사랑은 표현해야 하고, 

꽃은 피어야 하고,

비는 내려야 하고,

바람은 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그것의 용도를 다할 때 의미가 있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쌍용공원과 이어져 있는 봉서산은 봉황이 깃들어 살았던 산이라고 하여 봉서산이라고 불리는데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다. 풍수지리상 봉서산에는 비봉 귀소형의 명당이 있는데 이는 봉황이 제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한파가 몰아닥친 야밤에 천안의 쌍용공원을 둘러보았다. 빼앗긴 추위에도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만 이렇게 추운 날 쌍용공원을 둘러본 기억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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