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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6. 2018

공주의 맛

수육과 불고기 

무척이나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고기를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뇌가 고기도 나쁘지 않아라고 말하는 느낌이다. 공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의외로 맛집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그리고 가격까지 착하니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전골부터 시작하여 수육과 불고기까지 1인분에 15,000원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맛뿐만이 아니라 양도 적지 않아서 선택에 후회가 없다. 


공주의 구도심지역에 가면 이런 인테리어의 음식점들이 여러 곳 있다. 마치 카페 같아 보이지만 음식점이다. 운치 있으면서 가격도 적당하고 게다가 술을 마셔도 된다. 초대하는 여행에서는 시키는 대로 왔다 갔다 하다가 밥 먹으라고 하면 먹으면 된다. 물론 맛이 없으면 글을 쓰지는 않는다. 그래 봐야 다른 피해자만 나오니 말이다. 

지역마다 괜찮은 수육 집이 있지만 이곳의 수육은 국내산으로만 사용하면서 이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울 뿐이다. 고기 중에서 구워 먹는 것은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상당히 친하거나 해주고 싶은 사람이 아니면 보통은 수육이나 족발을 선호한다. 상대를 귀찮게 할 것도 없고 나이 어린 친구가 해주면 좋지만 나이 든 분과 먹을 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니 말이다. 

쌈을 싸다 보니 손에 양념장이 조금 묻었다. 아직까지 쌈을 싸는 기술이 부족해 보인다. 쌈을 잘 싸 먹는 것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다면 등록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수육에는 쌈을 싸 먹을 재료가 많아서 좋다. 평소에 먹지 못하는 채소나 부족한 것을 마음껏 넣어서 먹으면 한 방에 해결할 수가 있다. 

이 음식점에서 유명한 것은 버섯 만두 찌개다. 들어간 버섯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버섯은 무언가 몸을 건강하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가 있어서 버섯이 들어간 음식은 가리지 앟고 먹는 편이다. 국물도 꽤나 시원하게 보인다. 언제 한번 버섯 된장찌개를 해 먹어볼 요량이다. 생각 외로 나에게 음식의 재능이 조금씩 보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 재능을 숨기고 살았던 것 같다. 

희한하게 맛을 보면 어떻게 하면 이 맛을 낼 수 있을지 상상된다. 희한하게도 관심을 가지면 무언가가 보인다. 물론 똑같은 맛은 아니겠지만 재료와 국물, 그리고 입안에 들어갔을 때의 오감을 느끼면 된다. 우선 수육 때문에 배가 불러서 그런지 몰라도 국물은 시원한데 만두는 조금 적게 들어간다. 

점심 먹은 지가 언제인데 벌써 저녁을 먹을 시간이 왔다. 이 불고기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공주 산성시장 지근거리에 있는 이 음식점의 불고기의 재료를 보면 부추, 양파, 소고기가 전부처럼 보인다. 물론 아래에 팽이버섯도 들어가고 간장 베이스의 육수도 들어가 있다. 불고기는 육수를 어떻게 만들어서 먹느냐가 관건이다. 주로 양념 맛으로 먹기에 고기는 호주산이나 미국산을 써도 무방하다. 

가득 올라간 부추를 보니 오늘은 건강해질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보글보글 잘 끊여지는 이 불고기의 가격은 1인분에 15,000원이다. 서울에서 15,000원이면 삼계탕 한 그릇도 사 먹기 힘들다. 오늘 지인과 통화한 기억이 나는데 주제는 요즘 핫하다는 최저임금 문제였다. 한국은 과거에 비해 최저임금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인데 왜 이렇게 사는 것은 퍽퍽하다고 할까. 반면 일본의 경우 15년 전에 비해 최저임금은 불과 1,000~2,000원 정도 올랐을 뿐이다. 우선 일본은 내수가 되는 시장이다. 그리고 내수가 되도록 경제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한국은 글쎄 착취구조만 형성된 듯하다. 

부추와 팽이버섯, 양파, 소고기에서 나온 것들이 육수와 어우러져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국물을 한 수저 먹어보니 시원하면서도 그렇게 텁텁하지는 않다. 부추 때문에 살짝 텁텁한 맛을 눌러주고 양파로 인해 달달한 맛이 있다. 그리고 소고기에서 나온 육수가 진득함을 더해준다. 살짝 코끝을 스치는 팽이버섯 향도 느껴진다. 

지역마다 돌아다니면서 여러 맛을 맛보았다. 공주의 맛을 가장 먼저 접한 것은 짬뽕이었고 그다음에는 알밤을 넣은 육회비빔밥이었다. 그리고 칼국수에 이어 이번에는 수육과 만두 찌개와 불고기였다. 다음에 공주를 가게 된다면 어떤 맛을 말하고 싶은지 생각해 볼 참이다. 솔직히 매일 삼시 세 끼를 먹으면서 보내지는 못한다. 유일하게 삼시 세 끼를 먹을 때는 여행을 갔을 때뿐이다. 그리고 해외여행은 한 다섯 끼 정도 먹는 것 같다. 음식은 그 지역의 문화와 결합되어 있고 그 지역을 상징하는 맛이다. 음식은 그곳을 연상케 하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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