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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5. 2018

고모산성

문경의 속살을 거닐어 보다. 

산성은 말 그대로 해석하면 산에 쌓은 성이다. 방어를 위해 만든 성으로 보통 테뫼식 산성과 포곡식 산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보통은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골짜기에 성문을 설치했고, 성문은 다른 곳에 비해 큰 돌을 사용해 튼튼하게 구축했던 특징이 있다. 고모산성은 문경을 대표하는 산성으로 돌을 이용하여 쌓았는데 벽돌을 이용한 전축 성(塼築城)은 중국에서 전래되었으며, 강화산성의 여장(女墻)이 벽돌을 이용해 개축되었다. 그 밖에도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8곳에 전축성을 쌓았다고 알려져 있다. 


고모산성은 전체 둘레가 1,300m에 달하는 대형급 성곽으로 하천으로 인하여 형성된 자연 절벽을 최대한 활용하여 하여 축조한 곳이다. 계곡과 평지 구릉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석재를 쌓아 올린 협축 방식으로 성벽을 축조했기에 천혜의 요소로 오랜 시간 자리해 왔다. 

고모산성은 문경새재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한 번 가보면 다시 찾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겨울에 거닐면 열도 많이 나고 사진을 찍는 묘미도 있다. 문경새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고모산성은 문경새재의 아름다운 풍광에 견줄 만큼 그 여행 색채가 다채로운 곳이기도 하다. 

2018년의 무술(戊戌)은 육십 간지 중 35번째로 서력 연도를 60으로 나눠 나머지가 38인 해가 해당된다.
'무'는 황을 의미하므로 무술년은 '노란 개의 해'이다. 올해는 무언가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한 뒤 46년 만인 2018년에 우주인을 다시 달에 보내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고모산성은 쉽게 함락을 당하지 않을만한 견고한 구조를 가진 느낌이다. 조선 후기까지 우리나라 성의 대부분은 석성이며, 자연석 혹은 반듯하게 다듬은 무사석(武砂石)을 사용했다. 

고모산성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성 안의 지세가 평탄한 곳이 별로 없어서 오래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지세가 험하여 피난성(避難城)으로는 매우 적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모산성의 입구에서 들어가자마다 치성에서 바로 정상을 향해 급경사를 이루며 올라간다. 

혼자 걸어도 좋은 길이 있는 고모산성에서 뷰가 좋은 곳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영남에서의 북진의 마지막 거점이 되는 성인 고모산성은  삼년산성, 금돌성과 더불어 5, 6세기 신라의 북진 거점으로 이 산성을 꼽고 있다고 한다. 

등짐 가득 부(富)를 꿈꾸며 오가던 장사꾼들도, 축세의 꿈을 안고 오가던 선비들의 이야기는 과거로 지나갔지만 여전히 이곳은 미래에도 풍광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끌어들일 듯하다. 

산성 내부에 들어오면 마치 마을이 있을 것 같지만 엄연히 군사시설이라 사람들이 거주하는 것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인 외적의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산성 취락이 형성되기도 했다. 취락의 규모는 작은 편으로 약간의 농경지와 우물·봉수대·군창 등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는 장기 수성전에 들어갈 경우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고모산성의 위쪽에 올라와서 내려다보니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굽이치는 강과 눈부신 모래사장이 보인다. 그리고 옆에는 나무들과 그 위를 가로지르듯이 지나가는 도로와 철길의 교차가 멋지게 펼쳐진다. 오정산 끝자락 사이 복어 같은 분지와 어룡산 줄기 병풍이 멋들어지게 조화롭게 녹아내는 풍광이다. 

문경시는 올해 문경의 사계절을 담을 수 있는 고모산성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문경 고모산성  (聞慶姑母山城, Gomo Sanseong(Mountain Fortress)은 아름다운 곳이다. 해가 저 너머로 넘어가는데 느낌은 해가 산 너머로 다시 뜨는 것 같다. 고모가 친인척의 고모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문경에 산다면 고모가 시집갈 때 생각나는 곳이 고모산성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姑母는 여자산신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아기를 점지해주는 삼신할매도 산신할매에서 나온거라고 하지만 고모산성은 여신이 지켜주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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