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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30. 2018

사람과의 인연

하동의 사찰 쌍계사

중부지방에서 출발하여 남해에 이르니 온도가 무려 10도 가까이 차이가 났다. 이렇게 좁은 땅에서도 온도가 달라지니 새삼스럽게 놀랍기만 하다.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여행에서도 해당이 된다. 여행을 자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능력을 점차 퇴화하듯이 잃는다. 책이든 음악이든 풍광이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것을 읽어낸다. 많이 읽지 않는 사람들은 많이 얻어내고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10여 년 만에 두 번째로 가본 쌍계사에서 인연이라는 것을 읽어냈다. 


하동의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사찰 쌍계사는 886년 (정강왕 1)에 그 이름을 가지게 된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32년(인조 10)에 벽암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형적인 산지 가람배치로 남북축 선상에 금강문·천왕문·팔영루·대웅전(보물 제500호) 등이 일직선으로 있고, 대웅전의 좌우에 설선당과 요사가 남아 보존되고 있다. 


중부지방보다 온도가 따뜻하게 느낀 덕분인지 산책을 해볼 만한 느낌이 든다. 책을 읽는 것은 남녀를 떠나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유명한 작가로 책을 읽는 것으로 여성의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본 것은 '오만과 편견'의 저자 제인 오스틴이었다. 천천히 일주문을 향해 나아가 본다. 요즘에 운동이 부족한  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게 나가서 찍으면서 걸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벚꽃이 화사하게 필 때면 이곳까지 오는 것은 쉽게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쌍계사로 가는 길에는 꽃이 화려하게 열린다는 화개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쌍계사를 읽을 때 인연이 생각난 이유는 전라도와 경상도가 만나고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며 교통의 중심으로 이곳저곳에서 만남이 일어난다. 그냥 생각해보면 쌍이라는 것은 누구와 짝을 이룬다는 의미가 포함이 되어 있다. 사람만이 짝을 이루는가 글도 말이 서로 맞춰져서 짝을 이루어야 읽을 수 있다. 

조용한 곳에서 대나무를 보니 선비의 기세가 느껴진다. 경주 최씨의 시조인 최치원은 타고난 재주를 가지고 오묘한 표현을 아로새기며 이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최치원의 글을 보면 그냥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차원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명문을 남겼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쌍계사로 가려면 이 조그마한 돌다리인 내청교를 건너서 가야 한다. 쌍계사는 한국 8대 총림 중 쌍계총림으로 총림이라는 것은 승속이 화합하여 한 곳에 머무름이 마치 수목이 우거진 숲과 같아야 총림이라 부를 수 있다. 내청문을 지나면 금강문이 나오는데 속세의 더러움을 씻어내면서 들어가면 금강역사가 몸에 붙은 온갖 잡귀를 잡아서 떨어내 준다. 

물이 말랐는지 위에서는 물이 아주 조금씩 흘러내려오고 있다. 이렇게 자연환경이 좋은 곳에서 있으면 머릿속 지끈거리는 복잡한 생각도 잠시 날아가버리는 느낌이다. 사람에게는 운명이 있는데 그 운명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거대한 선택의 힘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좋은 사람이 있지만 역시 혼자서 나를 키우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비슷하다. 자율성의 시간은 책을 읽는 시간일 수도 있고 혼자서 명상을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쌍계사에 있는 삼장보살탱은 조선 정도 5년에 제작이 되는데 무려 16명이 편수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쌍계사 삼장보살탱은 중앙에 천장보살과 그의 권속들이 그려져 있고, 향우측에는 지지보살과 그의 권속을, 향좌측에는 지장보살과 그의 권속들이 배치되어 있다. 쌍계사 삼장보살탱은 경남 유형문화재 제384호로 지정되어 있다. 

소박하면서도 투박해 보이는 이 석불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로 큰 바위에 두터운 돋을새김으로 불상을 새기고 불상의 둘레를 깊이 파내었다. 머리가 크고 살집이 많은 얼굴에 어깨까지 쳐진 귀가 자비로운 느낌을 주고 있다. 마치 승려와 비슷해 보인다. 

쌍계사 9층 석탑을 자세히 보면 백제나 신라의 석탑들과 그 형태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고산 스님이 인도 성지를 순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스리랑카에서 직접 모셔온 석가여래 진신사리 삼과와 산내 국사암 후불탱화에서 출현한 부처님의 진신사리 이과의 전단나무 부처님 일위를 모신 곳으로 비교적 최근인 1990년에 완성한 탑이다. 

쌍계사에 와서 처음 마음속의 소원을 빌어 본다. 사람들이 없어서 좋고 한적해서 좋은 사색의 시간이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은 외국에만 있지 않다. 한국에서도 가볼 곳이 넘치고 또 가봐도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브런치에 나름 세밀하게 기록한 필자의 기록들이 있다. 

쌍계사에서 주로 좌측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이 되어 잇는 영역들이 있다. 온전하게 스님들이 기거하면서 공부하는 곳이다. 다시 천년이 지난다면 이 쌍계사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이 될 까. 사찰을 가면 흔하게 보는 기와 조각에 새겨 놓은 꽃과 뒤쪽에 무언가를 태우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굴뚝을 지나쳐 간다. 아직은 봄기운에 들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지금 만큼은 봄의 향기를 맡으며 그와 함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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